IT 기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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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2년 한 해 동안 월간 도시문제(행정공제회 발행)와 함께 도시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로 제시해보려고 합니다. 희망제작소 각 부서 연구원들이 매월 자신의 담당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풀어놓습니다. 



 시끄러운 소음과 먼지, 위험한 공사 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불편함을 몇 달째 겪고 있다면 어디에 어떻게 하소연해야 할까? 예전 같으면 그저 꾹 참고 지나가거나 동사무소를 찾아가 항의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이용해 불법 공사현장의 사진을 찍어 올리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문제의 해결방법을 알고 있는 익명의 네티즌들이 알려주는 충고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또한 시장님이든 국회의원이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에게 직접 트위터 멘션을 날려 시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지털 시민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IT 기술을 이용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주변에서 발견하는 크고 작은 불편함에 대해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하고 공감하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어 직접 해결하고자 한다.
 
시민의 집단지성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공간
 
예전 같으면 그냥 불편하고 짜증나는 일로 넘겨버릴 일들에 대해서도 IT를 통한 다양한 소통의 도구가 생기면서 시민들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해결방안을 찾고 여러 시민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존에도 각종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주변의 민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긴 했지만 과거의 그것이 일방적인 단순한 불만의 토로라면 최근에는 SNS 등을 통해 문제에 대한 공감에서 나아가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아내기도  한다.

일례로 작년 구제역 문제가 전국을 휩쓸고 난 후 그로 인한 동물 매립과 매몰지 침출수 문제가 대두되자 사람들은 SNS를 통해 단순히 문제의 위험성만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문제 해결방식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누군가 트위터에서 침출수로 인한 환경문제를 지적하자 그에 공감한 또 다른 시민은 전국 매몰지 지도를 만들어 공유하자고 의견을 냈다. 이에 동의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동참했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지도를 만들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논의했다. 그리고 구글 지도서비스를 이용해 시민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전국 구제역 매몰지 지도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IT기술은 그저 정보를 쉽게 획득하는 수단에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다양한 방식의 시민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IT기술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라
 
대형 마트에 밀려 존폐 위기에 놓인 재래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장애인들을 만나면 도와주고는 싶은데 그들을 배려하며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처럼 우리 주변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정책이 아닌 IT 기술로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희망제작소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는 ‘소셜이노베이션 캠프 36’도 바로 그러한 IT를 통한 대안 마련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소셜이노베이션 캠프 36’은 일반 시민과 IT 종사자들이 함께 모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공익적인 웹사이트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이다. 시민이나 비영리단체가 사회적 이슈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IT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재능기부 형태로 팀을 꾸려 직접 웹사이트나 앱으로 구현하게 된다.

이는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웹이나 앱은 실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IT기술이 사회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사례로 의의가 있다. 또한 그 과정에 일반 시민, NGO 관계자, 프로그램 개발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문제를 이해하고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해 IT 기술로 대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이처럼 어떤 행사나 대회가 없더라도 페이스북 그룹이나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에서 IT 분야 종사자들은 자발적으로 만나 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익적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는 IT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논의하고 실제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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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유목민, 마을을 만들다
 
인터넷의 전파가 가히 폭발적 속도로 이루어지던 90년대에는 네트워크로 연결되기만 하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장밋빛 미래를 선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계급도 국가의 장벽도 없이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의견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견 그러한 예상은 맞았다. 하지만 IT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더 친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이 소통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네트워크 속 관계에 집착하면서 더욱 관계는 분절되고 공동체적 삶이 양식은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오히려 사람들을 분절시키고 소외시키기도 하지만 사라져가는 마을 공동체로 다시 사람들을 모여들게도 한다. 지리공간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하도록 한 지리정보시스템(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을 이용해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 공간,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주변의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뉴욕 시민들은 주변 공공화장실의 청결도, 휴지 등 설비현황에 대한 지도를 작성해 공유해 NYRestroom.com 사이트 안에 공유하고 시민들 누구나 자발적으로 업데이트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Historywalks.org 사이트에는 해당 지역 역사적 장소(2차 대전 당시 미국에 일본 폭탄이 떨어진 장소 등)를 지도에 표시하고 그곳과 관련된 사람들, 지역 이야기를 공유해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이야기함으로써 공동체로서의 연대의식을 자연스럽게 공유해 나가고 있다.

그 외 미국에서는 Nashville 건강정보지도, 뉴저지 수자원정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수질오염정보 등 우리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지도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으며, 이렇게 시민들이 나서 자발적으로 만든 지도는 단순한 웹사이트가 아니라 시민들이 해당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희망제작소에서도 이러한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홍대 주변 화장실 위치와 상태 정보 공유, 오래된 가게와 예술적 공간을 시민들이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해 직접 지도해 표시하고 일반 시민들이 함께 확장 발전시키는 프로젝트 (2차원의 재발견)를 시도하기도 했다. 네트워크라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함께 만들어감으로써 정보 공유는 물론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공동체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_Gallery|1400308364.jpg|2차원의 재발견(세상을 바꾸는 지도 그리기)|1369005022.jpg||width=”400″ height=”300″_##]
 게임으로 세상을 바꾼다
 
게임은 단순한 놀이도구로 혹은 폭력성, 선정성, 중독이라는 단어와 함께 부정적 측면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게임이 갖는 ‘재미있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도구’로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해외의 여러 NPO 등에서는 사회적 이슈를 담은 게임 즉 소셜게임(Social Game) 혹은 시리어스게임(Serious Game)이라 불리는 공익적 게임을 선보여 재미있게 게임을 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해보고 직접 게임을 통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제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에서는 ‘Earthquake Response’라는 지진구호 활동을 경험해볼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게임을 만들어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구호의 필요성과 과정을 학습하고 나아가 구호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Facebook)에서도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를 학습할 수 있는 ‘Wetopia’ 게임을 서비스하고 게임을 통해 달성한 미션을 포인트로 전환해 직접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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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함께 퀴즈 게임을 통해 정답을 맞추면 10톨의 쌀알을 적립해 기부하도록 하는 ‘프리라이스’의 한글판을 출시해 게임 이용자들이 재미있게 게임을 하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아가 직접 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OECD 국가 중 1위라는 한국은 시골 동사무소도 홈페이지 하나쯤은 갖고 있을 정도로 시민과 소통을 위한 환경은 잘 갖춰져 있다. 정부 각 부처 홈페이지에도 민원 게시판이나 시민 아이디어를 받는 게시판은 늘 열려있다. 하지만 주변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더 나은 서비스로 바꾸려는 아이디어가 민원 게시판을 통해 해결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SNS 서비스가 한창인 요즘은 기관 혹은 기관장의 이름으로 SNS 계정을 만들고 실시간으로 시민의 의견을 듣는다고 하고 있으나 반영되지도 논의가 확장되지도 않는다. 그것은 바로 세상을 바꾸고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시민, 정부 모두가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바꾸어 가려는 의지이고, 아이디어가 정책에 적용되어 구현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글_ 양소연 (사회혁신센터 선임연구원 syyang@makehope.org)

● 연재목록
1. ‘마음껏 걸을 권리’ 되찾으려면
2. 우리가 몰랐던 ‘마을’의 모습
3. 세상을 바꾸는 ‘시민 아이디어’의 힘
4. 도시는 마을이 될 수 있을까
5. 우리는 왜 함께 사는가
6. IT 기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본 글을 월간 도시문제 2012년 7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