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갑자기 일이 생겼는데 아이를 데리고 갈 수가 없어요.”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 일 때문에 야근을 해야 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요.”

이렇게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5월 25일 방송된 열한 번째 희망제안, “시간제 탁아소를 만들어주세요.”

현행 ‘영유아보육법’ 상 보육시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루어지는 종일보육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종일보육의 틀로는 장시간 노동, 시간 외 근로가 당연시 되는 우리 여건상 보육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또한 전업 주부라고 해서 24시간 내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바, 종일 보육으로만 규정된 보육 시설은 아이를 돌보는 사람들의 욕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다양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제 보육 시설에 대한 수요는 바로 이렇게 제도가 채워주지 못하는 틈새에서 생겨납니다.

2004년도 여성부에서 수행한 보육실태 조사 역시 시간제 보육 시설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여줍니다. 미취학 아동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시간제 보육 시설에 대한 필요도는 63.4%. 이는 야간 보육의 필요성(48.5%)이나 24시간 보육의 필요성(46.3%) 그리고 휴일 보육의 필요성(44.8%)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우리 사회에 시간제 탁아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시간제 탁아 서비스의 일종인 ‘아기 돌보미사업(파견 서비스)’을 시작했고, 또 2006년부터 한국YMCA는 시간제 보육 센터인 ‘아가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유아보호법’에 시간제 보육이 규정되지 않은 탓에 이 센터는 보육시설이 아니라 ‘일반 시설’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시간제 보육 시설이 공보육에 포함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법률적 뒷받침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자체가 나서서 탁아 시설을 지원하고 있는 프랑스의 사례는 눈여겨 볼 만합니다. 프랑스 중서부에 위치한 6개의 작은 자치단체의 협의체인 발베르뒤클랑(Val vert du Clainㆍ인구 1만4,827명)은 지리적?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탁아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주민들을 위해 2005년부터 이동식 탁아 시설인 트롯깔랭(Trot’Câlin)을 운영합니다. 캠핑카를 개조하여 만든 트롯깔랭은 유아용 침대, 놀이 시설등을 마련해 놓고, 마을을 돌며 아이들을 돌봅니다. 또 콜마르 시는 직접, 근처 유치원과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시간제 탁아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지자체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그저 꿈만 같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제작소의 희망제안에 대해 여성가족부도 법 개정을 검토한다고 하였으니, 곧 이러한 시간제 보육시설, 이동식 탁아 시설을 만날 날이 오겠지요! 아이를 돌보는 책임을 나누는 사회, 조금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첫 걸음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다음 주 희망제작소의 희망제안은 전기요금 신용카드 납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주택용 요금은 신용카드로 낼 수 있지만, 영업점은 왜 안 되는 걸까요? 어떤 대안이 있는지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머리를 맞대 주세요. 희망제작소의 희망제안은 매주 금요일, 저녁 6시 50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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