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지난 수십년 간 우리의 도시는 간판의 거대한 서식지로 변해왔다.
경제 개발과 도시화의 숨가쁜 질주 속에서 간판도 덩달아 늘어나 급기야 도시를 뒤덮어버리기에 이르렀지만, 어느 누구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하지 않았으며, 정부도 방임으로 일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은 간판공화국이 되었다.

이제 간판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불만이 시민사회로부터 터져나오기 시작했지만, 솔직히 어디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난감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법률이 제 기능을 하지 않은 것도 크게 한몫을 했다.
1962년 제정된 <옥외광고물등 관리법>은 45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적용되지도 보완되지도 못했다. 그러다보니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골동품법이 되어버렸다.

불법간판이 90퍼센트에 달할 것이라는 진단을 접하고 보면, 이처럼 철저히 무력화된 법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법이 적법을 압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간판 현실은 아무런 규율 없이 갈 데까지 가보자는 듯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다.

최범 간판문화연구소 소장

* 8시 뉴스 원문
‘법 따로 현실 따로’…마구잡이 간판 난립 2007-06-18 20:48

<8뉴스>

<앵커>

요란하고 어지러운 간판들, 대체 법 규정이 어떻길래 이 지경일까 하실 때 없으신지요? ‘아름다운 간판이 도시를 바꾼다’, 오늘(18일)은 간판을 규제하는 ‘옥외 광고물 관리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최희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일산의 상가 밀집지역.

건물 전체가 간판으로 뒤덮였습니다.

4층 이상에 걸린 가로형 간판.

10m 이내로 바짝 붙어있는 돌출간판.

창문 대부분을 가린 선팅 광고.

현행법상 모두 불법입니다.

가게 주인들은 이런 법 규정을 알고 있을까?

[가게 주인 : 전혀 (몰랐어요). 선팅까지는 더군다나 처음 들어봤어요.]

지난 62년에 제정된 옥외 광고물 관리법은 그동안 몇차례 개정됐지만 전혀 현실성이 없습니다.

[강상현/구청 광고물담당 : 법이 워낙 어렵게 되어있다 보니까 지키고 싶어도 못 지키는 주민들이 많다는 얘기죠. 일선 담당공무원들조차도 현장에 나가면 저것이 적법인지 자체를 모른다는 거예요.]

또 3년마다 간판 허가를 다시 받도록 하고 있어 실효성마저 떨어집니다.

[간판제작자 : 3년 동안 그 자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적고요. 요즈음은 1년, 2년 주기로 (주인이) 바뀌다 보니까.]

게다가 간판의 규격과 재료, 구조 등에 대한 설명서와 설계도면, 건물 소유주의 승낙 등 각종 구비서류를 요구하는 등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무엇보다 획일적인 규제 일변도의 현행법이 아름다운 간판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변봉래/간판 제작자 : 새로운 자재나 새로운 모양의 광고물들이 새로 탄생하고 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법이 뒤를 못따라오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도 문제가 있음을 시인합니다.

[박성호/행정자치부 생활여건개선팀장 : 지역특성이나 도시 미관이나 또는 건물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적용하다 보니까 현실과 괴리되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간판 선진국들은 관련 법규가 그 어느 나라보다 엄격합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이고 획일적인 규제 대신 거리의 성격에 맞추는 유연함이 있기에, 이런 간판 선진국에서조차 간판의 해방구는 존재합니다.

도시가 아름다운 나라, 그 곳에는 거리와 간판이 사랑의 밀어를 나누고 있습니다.

최희진 기자 chnove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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