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을 부추기는 지방열등감, 정착을 만드는 지역효능감"

2025-10-01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공익 활동이나 창업이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온 새로운 시민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소셜디자이너’로 호명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묻고 싶습니다. 작은 실천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지역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 이 인터뷰 시리즈가 또 다른 누군가의 상상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떠남을 부추기는 지방열등감, 정착을 만드는 지역효능감"

청년희망팩토리사회적협동조합 강기훈 이사장 @세종


조치원역에 내리니 오래된 전통시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머물다 떠나는 청년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일까요? 누구나 잠시 머물다 가는 게 당연한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정반대의 길을 걷겠다 스스로 선택한 청년들이 있다고 합니다. ‘떠나는 방법’ 대신 ‘머무는 방법’을 찾은 세종시 청년들, 청년희망팩토리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인터뷰 장소로 안내받은 ‘네스트빌딩’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건물로 자주 오해받지만, 사실은 청년희망팩토리가 빚을 내어 지역자산화를 실험중인 세종시 1호 민간 청년허브입니다. 건물 곳곳에는 이름처럼 지역에 둥지를 틀고자 하는 청년들의 흔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청년희망팩토리 강기훈 이사장은 울산에서 나고 자라 대학 진학으로 세종에 처음 발을 디뎠습니다. 당시만 해도 “빨리 서울로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합니다. 지역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다 보니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여기서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커졌던 겁니다.

그 다짐은 개인의 선택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이사장직을 맡으며 “청년이 지역에 뿌리내리려면 결국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협동조합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숱한 갈등과 혼란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버텨낸 사람들과 지금의 조합을 단단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울이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지역효능감을 설계하는 소셜디자이너, 강기훈 이사장을 세종시 조치원읍 네스트빌딩에서 만났습니다.


청년희망팩토리 사회적협동조합 강기훈 이사장 ⓒ강기훈


세종을 떠날 곳이 아닌 살아갈 곳으로, 청년들의 둥지를 짓다 


- 청년희망팩토리와 세종시 청년들의 거점인 이곳 ‘네스트빌딩’, 소개를 부탁드려요.

=  많은 분들이 네스트빌딩을 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공간으로 알고 계시더라고요. 이곳은 청년희망팩토리가 빚을 내어 지역의 자산이 되도록 운영하고 있는, 세종시 1호 민간 청년허브입니. 조치원 청년들이 지역 문제 해결을 기반으로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고요.

네스트 빌딩(Nest Building)이 ‘둥지 치기’라는 의미인데요. 조치원이라는 지명이 ‘새들이 빽빽하게 모여드는 동네(鳥致院)’라는 뜻이예요. 조치원역도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정차하는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철새’가 될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죠. 고려대와 홍익대가 있어서 매년 3천명의 신입생이 입학하고 있는데도, 지역 내에서 청년들이 무엇이든 시도할 물리적 기반이나, 함께할 동료를 만날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어요. 그러다보니 지난 10년간 인구가 약 5천명이나 줄었고, 평균 연령도 6세 가량 증가했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죠. 그렇더라도 최소한 이곳에서 보내는 4년 동안이라도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마음껏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청년들의 둥지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나부터 조치원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려면 민간 차원에서라도 거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닿았어요. 그래서 2022년 11월, 청년희망팩토리 사회적협동조합이 조합원 공동 소유 형태로 네스트빌딩을 열게 됐고요. 원래는 문구점과 학원이 입점해있던 건물을 저희가 매입해서 4층 규모로 운영하고 있어요. 


- 고향이 울산이신데, 어떻게 세종시에서 활동과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 세종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처음 이곳과 인연을 맺었어요. 사실 처음부터 지역 문제나 청년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그땐 빨리 졸업해서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PD라는 꿈을 갖게 됐고, 영상·미디어 작업을 오래 해왔어요. 서울에서 일할 기회도 있었고, 유명 인사의 강의 영상을 맡을 정도로 꽤 번창하기도 했고요.(하하).

 그러다 군 생활 이후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서울이 아닌 곳에서도 원래 하던 업을 계속 유지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어요. 그래서 지역 내에서 영상하는 친구들 몇몇을 모아 이것 저것 해봤는데 진짜로 잘 안되더라고요? (하하) 지방에서 예체능을 업으로 가져가겠다고 결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예상이 되시나요? 실제로 사회안전망도, 유통망도, 정보와 선배도 모든 게 부족한 게 사실이거든요.

제가 대학에 입학한 게 2011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세종이 충청남도 연기군이었어요. 그러다 2012년에 정부세종청사가 들어서면서 세종특별자치시라는 새로운 도시가 되었죠. ‘서울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지방 자치와 균형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라는 필요에 공감이 됐어요. 저한테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느낌이었고요. 그때부터 세종을 ‘떠날 곳’이 아니라 ‘살아갈 곳’으로 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 잘 안되던 곳에서 ‘잘 해보자’라고 생각하게된 흐름이 신기하네요.

= 그래도 세종에 발을 딛고 살고 있으면서, 이 도시를 싫어하는 마음을 안고 사는 게 싫었어요. 언젠가 떠날 곳이라고 생각하면 지금 당장 사는 동네에도 관심이 없어질 수밖에 없죠. 조치원이라는 곳 자체가 수도권과 비교되기 쉬운 지역적 조건을 가지고 있어요. 큰 대학의 ‘분교 캠퍼스’가 두 개나 있기도 하고, 비슷한 시기에 읍으로 승격한 광주나 대전은 지금 광역시가 되었잖아요. 반면 여긴 여전히 읍이죠. 일제강점기 때 교통의 요지로 번성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보니, 예전과 비교하며 아쉬움을 느끼는 주민과 청년들이 많더라고요.

실제로 조치원 출신 친구들이 열등감이나 박탈감 이야기를 자주 해요. 심지어 지역 초중고 교사분들이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야 조치원을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고요. 그럴수록 “탓한다고 바뀌는 것도 없는데. 내가 직접 바꿀 수 있는 건 없을까?” 궁금했어요. 언제 떠나든,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즐겁고 안전하고 좋은 곳이면 좋잖아요. 그래서 청년희망팩토리의 슬로건도 동료들과 논의한 끝에 “우리가 노는 물은 우리가 만든다”로 정했어요. 


조치원역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민간 청년허브인 ‘네스트빌딩’은 4층 건물로,
코워킹스페이스, 커뮤니티홀, 스튜디오, 클래스룸 다양한 공간을 제공한다 ⓒ청년희망팩토리사회적협동조합


청년 정착 생태계 , 지방열등감을 넘어 지역효능감으로


- 그래서 청년희망팩토리가 ‘지방열등감’이라는 단어를 만드신 거군요? 

= “친구들이 왜 동네를 떠날까?”라는 질문에 공감하는 사람을 하나 둘 모아서 지역 청년 모임을 만들어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만남이 잦아지다 보니 2017년에 협동조합 청년희망팩토리를 만들게 됐고요. 서울에서 영상업을 할 때 사회적경제기업가 인터뷰 편집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돈도 벌고 사회문제해결도 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니! 엄청 인상 깊었어요

저희는 지역 청년이 활동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 ‘지방열등감’에 있다고 정의해요. 직접 만든 용어인데요, 지방은 뒤처진 곳이라는 인식, 지방에서는 뭔가를 할 수 없고 성공할 수 없다는 열등감을 뜻하는 말이에요. 그래서 청년희망팩토리는 이 지방열등감을 ‘지역효능감’으로 바꾸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 ‘지역효능감’은 무슨 뜻인가요?

= ‘지역효능감’도 저희가 만든 단어인데, 거주 지역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어떠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의미해요. 주민이나 청년들이 “내가 속한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의 수준이 지역 공동체로 확장된 때개념이죠. 각 개인의 능력을 넘어서 공동체 단위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집단적 신념과 경험인 셈이에요.

지방열등감을 극복하고 지역효능감을 키우는 일은 개인 노력이나 중앙·지자체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중요한 건 커뮤니티예요. 우리 지역만의 매력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접점이 있는 커뮤니티요. 특히 규모가 작은 지역일수록 커뮤니티의 힘이 더 중요하고요. 저희는 그래서 ‘캠퍼스’라는 개념을 사용해요. 마을의 공간, 인적 네트워크, 물적 자원을 연결해서 하나의 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거죠. 결국 청년들이 “여기서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만드는 게 목표고요.


- 청년희망팩토리가 처음 시작할 땐 일반 협동조합이었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계기는 뭐였나요?

= 2017년, 출범 당시에는 협동조합 청년희망팩토리라는 이름이었어요. 이후 2019년에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았고요. 그 사이 2년 동안 조직의 정체성을 잡느라 저도, 조합원들도 엄청 고생했고 그 결과물이 이름의 변화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죠. 이 동네에서 ‘등기소를 제일 많이 드나드는 애들’로 유명했을 정도라고 할까요(하하). 이사회만 2년 동안 17번을 했으니까요. 

그만큼 우리가 협동조합으로서 어떤 목표를 지향해야 할지, 어떤 태도로 일해야 할지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했어요. 구성원이 다양한 만큼 조직을 이해하는 수준도 다 달랐고, 방향을 합의하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돌이켜보면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조합을 잘 운영해보자는 구성원보다, 조합을 통해 뭘 얻을 수 있을까에 관심 있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역할 분담이나 기여도, 분배 문제로 갈등이 잦았죠. 

최다 매출을 기록했던 해에도 정산을 하고 나면 최다 적자가 기다릴 정도였으니까요(하하)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모가 커지다보니 구조 자체가 불안정했어요. 그래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요. “돈 때문에 싸우지 않으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오히려 비영리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면 진짜 협동조합 정신에 동의하는 사람만 남을 거라 판단해서, 2019년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어요. 그 과정에서 조합원 수도 한때는 8명까지 줄었지만 지금은 41명으로 다시 늘었어요. 

현재에 오기까지 정말 힘들었고 잃은 것도 많지만, 오히려 필요했던 갈등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더 튼튼한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거든요. 이 경험을 통해 확실히 깨달은 게 있어요. 문제는 절대로 임시방편으로 해결되지 않고, 치열한 고민과 실행 끝에 구조를 움직여야만 풀린다는 거예요.


- 청년희망팩토리가 지역 내에서 만들고 있는 ‘유입–참여–정착’ 생태계는건 뭔가요?

= 저는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려면 반드시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루아침에 “그냥 이 지역이 좋아서 뿌리내리겠다”고 말할 청년이 얼마나 되겠어요. 청년에게 유효한 단계를 위해선 생애주기를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유입–참여–정착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해서 지역의 청년 단체들과 연계했어요.

1단계는 세종청년네트워크(세청넷)입니다. 청년이 지역으로 들어오는 가장 낮은 문턱이죠. 글쓰기, 음악, 사진, 게임, 투자 같은 취향 기반 커뮤니티를 통해 또래를 만나고, 지역을 경험하게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요. “이곳에도 나같은 청년이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는 첫 관문이죠. 주로 대학생, 20대 청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세청넷은 2017년에 비영리임의단체로 출범했는데, 대표직을 맡아 운영하면서 “다음 단계도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지금 청년희망팩토리를 운영하는 기반도 그때 쌓은 경험과 교훈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고요.

2단계는 청년희망팩토리예요. 이 단계에서는 각자의 업을 찾고, 동료와 협업하면서 일할 수 있는 지역 구조를 만드는 활동에 참여하게 돼요. 그래서 주요 참여자도 실제로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2030 청년이 중심이에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 지역에서도 나만의 성취를 만들어갈 수 있구나” 하는 효능감을 갖도록 만들고요.

마지막 3단계는 지역 재단인데요. 이 단계는 또다시 새롭게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는 시기예요. 청년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1단계 세청넷과 2단계 청년희망팩토리의 사업을 뒷받침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차원의 지역 재단을 만들려고 해요. 앞선 단계를 거친 청년들이 지역의 선배가 되고, 지역재단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다음 청년을 지지해줄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한 시점이거든요. 그래야 청년들이 몇 년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멘땅에 헤딩하듯 시도하는 상황이지만(하하), 저는 이 재단이 완성돼야 비로소 지역 정착 생태계가 완성된다고 믿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청년희망팩토리의 정기 총회 모습.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청년희망팩토리사회적협동조합


업과 네트워크, 공간을 잇는 청년 정착의 조건


- 지역에서 청년이 발을 붙이고 살려면 ‘업’이 중요하다고 보신 거네요. 그럼 청년이 지역에서 업을 결정하는 건 어떤 계기 때문일까요?

= 결국 자기만의 일, 직업이 지역에 있어야 청년이 ‘정착’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년희망팩토리 조합원도 ‘사업자, 프리랜서 등 세종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으로 한정하고 있어요. 우리 스스로부터 청년을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지역에서 경제를 함께 만들고 움직이는 주체로 보자는 거죠.

지역에서 ‘일’을 찾으려 하면 제일 먼저 부딪히는 게 정보의 장벽이에요. 양질의 정보가 많지 않고, 한 곳으로 모이지 않아서 일일히 찾아야 하거든요. 어디에 어떤 멘토가 있는지, 무슨 제도에 따르는 지원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는 경로가 거의 없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진로 관련 경험담이나 회사 정보를 듣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하니 구직이나 창업으로 직업을 갖게 된 청년들이 생겨났어요. 그런데 다음 장벽이 또 기다리고 있었죠(하하) “이 지역에서 이 일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서울과 비교하면 선택지도 적고, 시장도 작고, 기회도 제한적이니 당연히 불안할 수 밖에 없죠. 저는 작은 규모의 지역일수록 자원을 어떻게 모으고 누구와 협업할 수 있을지를 아는 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늘 만남과 대화 속에서 기회를 얻어 여기까지 오게 됐고요. 그러니까 청년이 지역에서 업을 결정하는 건, 결국 그 청년에게 어떤 네트워크가 얼마나, 어떻게 생기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죠.


-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업 외에 필요한 건 뭘까요?

= 결국 딱 두 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하나는 ‘먹고 살 수 있는 자기역량’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사회 연결망’이에요. 어떤 청년 한 명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혼자만 잘해서는 오래 못 버팁니다. 결국 지역사회랑 같이 잘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평소에 지역에 다가가지도 않으면서, 나중에 필요할 때 “도와달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 이사들도 지역 청년 모임뿐만 아니라, 동네에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조직에서 다 활동하고 있어요. 소상공인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주민자치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의용소방대까지(하하) 청년이 주민으로서, 각 단위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인정받아야 비로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세종에서 청년은 다소 구색 맞추기로 취급되어온 경향이 있어요. 의사결정권이 늘 기성세대에게 있으니까요. “청년에게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청년도 기회가 오길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 현재 청년희망팩토리가 하고 있는 사업과 사회적협동조합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 기본적인 수입은 조합원 회비와 후원금, 그리고 공동판매장·시설 사용료이고요. 내용과 방향에 따라 조합원끼리 프로젝트팀(TF)을 구성해서 용역 사업을 수행하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조합으로 환원하는(pay it forward) 방식이 주요 수입원이죠. 현재 연 매출은 약 4억 원 정도인데, 조합을 통해 조합원이 벌어가는 구조이다보니 조합의 영업이익은 1~2천만 원에 불과해요. 아직은 기업 사회공헌팀 공모나 지자체 협력 등 B2G 비율이 높고요. 

그런데 이 구조는 자칫하면 조합이라는 단체가 우선되고, 그 안의 조합원은 하청 업체처럼 움직이게 될 위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합이 잘되는 것”보다 “조합원 개인이 성장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모든 사업을 수행하고 있고요. 청년희망팩토리가 커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여기서 활동하는 청년 한 명 한 명이 자기 삶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 네스트빌딩 외에도 지역 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 많다고요?

=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건 다 달라요. 그런데 그 요구를 모아보면 결국에 가장 먼저 마련해야하는 건 공간이에요. 처음 시작할 때는 저희도 사무실이 없었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크게 공감하지 못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합의 활동이 많아지고 네트워크가 넓어지니, 공간이 있어야 모일 명분이 생기고 관계도 이어진다는 걸 실감하게 됐죠. 그래서 네스트빌딩이 만들어진거고요.

그런데 네스트빌딩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어요. 청년 중심 공간이다 보니 다른 세대, 다른 층위의 주민들과는 관계를 만들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지역 내의 유휴공간 세 곳(여행자센터·제이커먼즈·문화공간)을 무상 위탁받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지자체에서 큰 돈을 들여 만들었지만 주체가 자주 바뀌거나 운영 방향이 제한되는 한계 때문에, 잘 지어놓고 방치된 공간이 조치원에도 많거든요. 

물론 이 공간들을 운영한다고 저희에게 큰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는데요(하하) 하지만 청년이 지역과 함께 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누군가는 그걸 책임지고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바꿔야한다고 생각해요. 청년희망팩토리를 두고 지역과 무관하게 ‘청년들만 혜택 본다’는 시선도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먼저 몸으로 부딪혀 보여주자고 했습니다. 지금은 신뢰가 쌓여서 ‘믿고 맡긴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요.


청년희망팩토리가 조치원 원도심을 중심으로 구축하고 있는 ‘네스트 캠퍼스’ ⓒ청년희망팩토리사회적협동조합


공동체 경험이 청년을 살리고, 지역을 바꾸는 힘이 된다 


- 대표님의 삶은 이전에도, 지금도 ‘공동체’가 중심이네요. 그런데 이런 의문도 들어요. 요즘 시대의 청년에게도 공동체가 여전히 중요한 가치일까요? 

= 사회생활을 할 수록 만남의 종류와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그러다보면 각 커뮤니티의 경계가 점점 분명해지고요. 그때 가장 많이 드는 걱정은 ‘누가 안전한 연결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죠. 그렇지만 그건 누가 대신해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만들어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공동체 활동은 결국 나에게 좋은 일을 스스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안전한 관계를 위해 내 시간을 기꺼이 타인을 위해 쓰겠다는 선택이죠. 저는 그게 절대로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걸 다른 청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공동체의 경험이 청년 개인에게도 힘이 되고, 결국 지역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고 믿거든요. 제 삶에서 그걸 직접 확인해왔고요.


- 청년희망팩토리가 꿈꾸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 ‘마을캠퍼스’요. 쉽게 말해, 대학 캠퍼스처럼 한 지역 안에서 세대와 업종이 연결되고, 서로의 삶을 배움의 자원으로 삼을 수 있는 지역 사회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 동네를 걸으면 선배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있고, 후배들은 그 사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거죠. 청소년은 “우리 지역에도 이렇게 자리 잡은 선배들이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고, 청년은 20~30대 시기에 활동하다가 이후에는 재단이나 후원자로 역할을 이어가고요. 그렇게 세대가 지역 내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머무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인터뷰 및 정리: 희망제작소 사회혁신팀 최나현 선임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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