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공익 활동이나 창업이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온 새로운 시민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소셜디자이너’로 호명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묻고 싶습니다. 작은 실천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지역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 이 인터뷰 시리즈가 또 다른 누군가의 상상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돈 있어도 못 산다? '식품 사막'에서 길 낸 사람들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김동광 사회복지사 @전남 영광
도시에선 대수롭지 않은 일이 어떤 동네에선 하루를 흔들기도 합니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싶을 뿐인데,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니. 식사 준비 중 밀가루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도 다음 장날까지 기다려야 하고요. 교통편은 빈약하고, 택시는 잡히지 않는 날이 더 많습니다. 개인의 게으름 때문에 발생한 문제일까요? 노인 세대라 겪는 문제일 뿐일까요?
전남 영광의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은 이를 “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농촌의 생활 기반 시설이 사라진 구조적 결과”라 답합니다. 전국에 행정리가 3만 7563개인데, 이 중73.5%(2만 7609곳)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습니다*. 차로 한 시간 이상 나가야만 식료품점이 있는 행정리도 전국에 14곳이나 됩니다. 심지어 시군 단위인데도 식표품 소매점이 없는 행정리 비율이 90%인 지자체가 6곳(전북 정읍, 전남 영광, 대구 군위, 전남 순천, 충남 청양, 충남 계룡,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 2020)이나 됩니다.
돈이 있어도 동네에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없는 ‘소비 사각지대’, ‘식품 사막화’는 더 이상 남일이 아닙니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겪는 생활권의 불평등이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무언가를 못 받는다”가 아니라, “원하는 것을 스스로 고르고 구매할 권리, 즉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락점빵의 주 사업 영역인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인구수는 1,719명, 이들은 ‘접근성’이 복지의 언어를 넘어 시민으로서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이라 말합니다.
그래서 동락점빵은 ‘돕는 일’이 아니라 생활망을 다시 잇는 일을 합니다. 찾아가는 이동장터로 면 단위 마을을 순환하고, 공공급식·학교·마을조직과 연결해 동네 안에서 돈과 물건, 관계가 도는 지역순환경제를 설계합니다. 누군가의 호의에 기대는 구조가 아니라 스스로 고르고 결제하는 일상을 회복시켜, 주민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지지합니다. 지난 10월, 오늘도 ‘스스로 고르고 결제하는 일상’을 싣고 묘량면을 달리는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의 김동광 사회복지사를 만났습니다.

지역 내 촘촘한 생활 인프라 역할을 하는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김동광 사회복지사 ⓒ희망제작소
- ‘구매가 어려운 어르신을 돕는다’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를 다시 깐다’고 표현하셨어요. 동락점빵이 바라본 문제와 접근법은 무엇인가요?
= 농촌의 장보기 불편을 ‘복지문제’로만 보지만, 현장에 오래 서보면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핵심은 지역 경제의 선순환 기반이 무너졌다는 거예요. 동네 슈퍼가 사라지고, 소매 유통망이 끊기면 주민은 ‘도움 받는 사람’으로만 남습니다. 하지만 인간다운 삶의 가장 기본은 내 돈으로, 내가 고르고, 내가 지불하는 행위에 있죠. 그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자존감이 서고, 그 선택이 쌓여야 동네 안에서 돈이 돌고, 일자리와 서비스가 살아납니다. 그래서 저희는 ‘물건을 나눠준다’가 아니라 소매 유통 인프라를 복원합니다. 면 단위에서 장보기가 다시 가능해지면, 복지·돌봄·공공서비스도 함께 닿을 수 있습니다.
주민을 난민으로 명명하는 순간, 문제의 원인을 주민에게 붙이는 느낌이 들어요. 불균형 발전과 구조적 변화의 결과일 뿐이거든요. 그래서 우리의 역할은 생활권을 회복시키는 인프라 설계와 운영이라고 생각해요.
- 사회복지 실무자에서 ‘생활 인프라 설계자’로 방향을 튼 배경이 궁금합니다. 동락점빵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요?
= 대학 시절부터 사회복지를 전공해 지역 어린이·청소년과 함께하는 일을 해왔어요. 강원도 인제의 지역아동센터 ‘설악산 배움터’에서 약 5년, 제주도 지역에서 4년간 활동했죠. 그 시간 동안 ‘우리가 하는 일이 객관적으로도 정말 의미 있고 유효한가’를 스스로 묻곤 했어요. 질적 연구, 인터뷰, 서사 기록도 해봤지만 여전히 갈증이 남았습니다. 측정 가능한 변화와 생활의 실질적 개선이 동시에 잡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여민동락 공동체의 권혁범 대표님을 2015년 무렵 알게 되었고, 시골에서 삶과 일을 고민하는 과정에 대표님의 제안으로, 2021년 전남 영광군 묘량면으로 이주했습니다. 지금은 묘량에서 다섯 번째 해를 보내며, 동락점빵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여민동락 공동체는 이동장터 사업인 동락점빵 외에도 마을 돌봄, 재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센터와 사회적농장, 마을교육공동체를 운영한다. 동락점빵 외부(좌), 내부(우) 모습 ⓒ희망제작소
- 동락점빵의 이동장터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 2010년 묘량면 유일한 작은 가게의 폐업이 계기가 되어 여민동락 공동체에서 마을가게 ‘동락점빵’을 설립했습니다. 이동장터 활동은 2011년 마을기업으로 시작해 2014년 마을 어르신 약 180여 명이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으로 이어졌어요. 지금은 약 430여 명의 조합원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매주 2회 마을을 순회하는 이동장터를 열고요. 학교, 노인대학, 마을회관에서 벌이는 마을행사나 공공급식 등에 필요한 재료와 물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동장터는 묘량면 자연부락 42곳을 이틀에 나눠서 방문하고 있어요. 하루 이동 거리는 약 40~60km로 많지는 않은데, 정차하고 어르신들과 말씀을 나누다보면 한 군데당 길게는 20~30분 정도 소요가 돼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어르신 댁에는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요. 간단한 집수리부터 필요한 복지 서비스 연계, 공병 수거 외에도 요청하시는 물품은 따로 구해서 가져다드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선택권을 되돌려 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현장에서는 ‘물건’만 다루지 않습니다. 행정·회계 절차 동행도 필수예요. 마을회관 공공급식 예산을 쓰려면 카드 제한, 증빙, 회계기준이 복잡합니다. 어르신 혼자 감당하기 어렵죠. 저희가 기준을 설명하고, 가능한 품목을 안내하고, 서류와 지출증빙을 함께 챙깁니다.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은 저를 포함해서 3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조합원 관리와 외부 공공구매, 이동장터를 담당하고, 다른 분이 매장과 장터차량 내 물품과 재고 관리 위주로 맡아주고 계세요. 이사장님은 농산물 매입, 매출을 담당해주고 계십니다.

이동장터 운행 일지가 기록되는 블로그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블로그
-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이동장터 매출은 괜찮은가요?
= 마을 인구는 줄어드는데, 매출은 조금씩 오르고 있어요. 우리가 어르신을 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어르신 덕분에 살고 있다고 얘기해요. 어르신들도 농담 반, 진담 반 삼아서 “내가 제일 많이 팔아주지?”하면서 또 사주세요. 다른 곳 보다 비싼 데도 여기서 팔아줘야지 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조합에 참여하는 이유도 지역에 있는 가게니까 나도 함께 한다는 연대의 의미가 더 강해요.
매년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구매 추이뿐 아니라 운영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어르신들께서 할 수 있는 경제활동 수준,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은 최고점에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이동장터 외에도 학교나 면사무소에서 하는 김장행사나 각종 행사가 있을 때 저희를 통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회관에서 소비하는 공공급식에 필요한 물건을 저희를 통해 써달라고 요청해서 조금씩 공공급식 부분의 매출도 올라가고 있어요. 다만, 아직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기 어려운 한계도 존재합니다.
- 지역에도 유통망과 택배는 다 들어와있잖아요.
= 어르신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기 어려워서 그런 거지 다 들어와있어요. 특히 자녀들이 보내주는 물품들이 있는데, 가끔 어르신 댁에 방문하면 종종 박스 단위로 쟁여져 있죠.
그래서 자제분들이 우리를 통해서 물건을 구매하게 할 수는 없을까도 고민했는데, 그게 굉장히 민감한 문제더라고요. 어르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우리를 통해서 주문하면 집안 상태나 안부 확인 뿐 아니라 필요한 복지 서비스 연결까지 하고 있다는 걸 자녀들이 알면 관계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명절 때 홍보물도 뿌리고 자녀들 만나면 인사도 드리고 하면서 활동을 말씀드리면 그냥 시큰둥해요. 아직까지도 시골에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잘 못하는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동장터 사업은 정말 지역을 체계적으로 다니는 모니터링 사업이거든요. 지난 5월에 고독사 현장을 발견했어요. 그 어르신은 두부를 꾸준하게 구입해주시던 분이었거든요. 피부병이 많으셔서 집 안에서는 상의를 벗고 계시는 분이었어요. 몇 번 대면하고 만나다 보니 이제 말 안 해도 아는 거죠. 밖에 있는 밥 그릇에 항상 돈이 있었어요. 3천 원을 두면 두부 2개, 5천 원을 두면 중멸치나 북어채 하나 얹어서 드리곤 했는데, 그 날 따라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뭔 일인가 싶어서 들어갔는데 쓰러져 계셨어요. 전 주에 두부를 드신 걸 확인했고, 밑반찬도 나갔는데, 그 과정에 인사라도 한 번 제대로 나눴으면 살아계셨을까 싶은거죠.
장애로 말씀을 못 하시던 여성 어르신도 생각나요. 혼자 사시는데, 후견인 분이 장을 볼 수 있게 도와달라는 거예요. 그런데 걷지를 못하셔서 어르신이 좋아하실 것 같은 물품만 가방에 넣고 집에 들고 와 어르신 앞에 놓았어요. 손도 안 펴지시는데, 막 이렇게 짚고 저기 돈 있다고 손짓하면 가방에서 돈 꺼내서 장부에 적어드리고 그렇게 1년 넘게 했거든요. 밑반찬을 드려도 요양보호사가 없으면 혼자서 식사를 절대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런 분들에게 개개인별로 서비스를 나가는 게 아직까지 제도적 한계가 크다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이동장터 사업은 모니터링 인프라이기도 합니다. 복지기관처럼 ‘기관에 오게 하는 서비스’로는 포착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동네를 도는 유통망으로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동장터는 단순히 물건만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마을 복지 활동으로 이어진다.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 농촌에서 생필품을 파는 것은 단순한 유통망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의 토대가 무너졌어요. 지역에서 소매점 등 여러 사업들이 자립할 수가 없는 구조죠. 고령화, 인구소멸 등 농촌 자체가 다 무너졌어요. 저희가 방점을 두는 건 인프라적인 부분이에요. 동락점빵 사업은 지역의 소매 유통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인프라 뿐 아니라 기초사회 서비스 인프라 증진에 더 초점을 맞춰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에요. 근데 농촌은 그런 소매 유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인프라도 다 무너져 있는 상황이죠.
본인의 노동과 소득으로 본인이 결정권을 갖고 경제 행위를 하는 것이 결국 인간다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제 행위 활동 자체가 현재 농촌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인내하거나 외부에서 주는 물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죠. 이런 환경에서 노인의 자존감과 삶이 무너져요. 최소한 생필품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하는 활동이 필요한 거죠.
어르신들은 동락점빵을 여민동락 공동체로 보고 있어요. 똑같이 봐요. 그래서 조합원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 “나는 갈 데가 있어, 죽을 때까지 우리 마을 안 떠날 거야” 하시는 거예요. 출자도 그런 마음으로 하신 거죠. “당신들이 안 아프고 끝까지 버텨줘야 우리랑 같이 살 수 있지 않느냐”는 말씀도 많이 하세요. 어르신들도 우리를 먹여 살리려고 하고 있고, 우리도 어르신들을 살리려고 하고 있고 이게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구나. 그런 걸 많이 느껴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놓지 않는 이상 우리가 먼저 놓자고는 못하겠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 바라는 방향은?
= 단순히 차량을 늘려 인접 면까지 뻗어나가는 건 인력·운영 난이도가 큽니다. 무엇보다 기존 소상공인과의 마찰 가능성도 있어요. 우리는 대체하고 싶은 게 아니라 비어 있는 구간을 메우는 인프라예요. 확장이라는 말은 꼭 지리적 스케일업만 뜻하진 않습니다. 품목과 서비스의 스케일업이 가능하죠. 이동 루트의 주기, 물품, 가격 등을 계속 다듬고, 공공급식·학교·마을조직과의 연동을 더 정교화하는 편이 지역에는 훨씬 유익합니다. 중요한 건 집 근처에서 해결되는 삶을 구현하는 일, 다시 말해 생활망의 완성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동장터 사업에는 지역의 협력 거버넌스 역할이 중요해요. 동락점빵도 지역의 면사무소, 번영회 등과 사업을 벌이고, 지역 행사에서 유통을 맡아 함께 하고 있어요. 지역의 공동체성을 생각하고 협력하는 구조를 갖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모델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동장터의 판매, 수익구조에만 집중한 정책 확산이 아니라 민간에서 소규모 유통 모델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매뉴얼이나 협력체계가 구축되면 좋겠습니다. 전국에 73.5% 행정리 단위에 소매점이 없어요. 이미 다른 읍면동에서도 충분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형태가 아니라, 지역의 면사무소나 학교, 사회단체 등의 기관들이 협력해서 매출을 한 곳으로 모아 유통이 가능하도록 돕는 구조는 면 단위에서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동락점빵 모델이 여기만의 특수성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희망제작소 사회혁신팀 안영삼 팀장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공익 활동이나 창업이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온 새로운 시민들. 희망제작소는 이들을 ‘소셜디자이너’로 호명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묻고 싶습니다. 작은 실천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지역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 이 인터뷰 시리즈가 또 다른 누군가의 상상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돈 있어도 못 산다? '식품 사막'에서 길 낸 사람들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김동광 사회복지사 @전남 영광
도시에선 대수롭지 않은 일이 어떤 동네에선 하루를 흔들기도 합니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싶을 뿐인데,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니. 식사 준비 중 밀가루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도 다음 장날까지 기다려야 하고요. 교통편은 빈약하고, 택시는 잡히지 않는 날이 더 많습니다. 개인의 게으름 때문에 발생한 문제일까요? 노인 세대라 겪는 문제일 뿐일까요?
전남 영광의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은 이를 “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농촌의 생활 기반 시설이 사라진 구조적 결과”라 답합니다. 전국에 행정리가 3만 7563개인데, 이 중73.5%(2만 7609곳)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습니다*. 차로 한 시간 이상 나가야만 식료품점이 있는 행정리도 전국에 14곳이나 됩니다. 심지어 시군 단위인데도 식표품 소매점이 없는 행정리 비율이 90%인 지자체가 6곳(전북 정읍, 전남 영광, 대구 군위, 전남 순천, 충남 청양, 충남 계룡,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 2020)이나 됩니다.
돈이 있어도 동네에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없는 ‘소비 사각지대’, ‘식품 사막화’는 더 이상 남일이 아닙니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겪는 생활권의 불평등이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무언가를 못 받는다”가 아니라, “원하는 것을 스스로 고르고 구매할 권리, 즉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락점빵의 주 사업 영역인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인구수는 1,719명, 이들은 ‘접근성’이 복지의 언어를 넘어 시민으로서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이라 말합니다.
그래서 동락점빵은 ‘돕는 일’이 아니라 생활망을 다시 잇는 일을 합니다. 찾아가는 이동장터로 면 단위 마을을 순환하고, 공공급식·학교·마을조직과 연결해 동네 안에서 돈과 물건, 관계가 도는 지역순환경제를 설계합니다. 누군가의 호의에 기대는 구조가 아니라 스스로 고르고 결제하는 일상을 회복시켜, 주민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지지합니다. 지난 10월, 오늘도 ‘스스로 고르고 결제하는 일상’을 싣고 묘량면을 달리는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의 김동광 사회복지사를 만났습니다.
지역 내 촘촘한 생활 인프라 역할을 하는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김동광 사회복지사 ⓒ희망제작소
- ‘구매가 어려운 어르신을 돕는다’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를 다시 깐다’고 표현하셨어요. 동락점빵이 바라본 문제와 접근법은 무엇인가요?
= 농촌의 장보기 불편을 ‘복지문제’로만 보지만, 현장에 오래 서보면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핵심은 지역 경제의 선순환 기반이 무너졌다는 거예요. 동네 슈퍼가 사라지고, 소매 유통망이 끊기면 주민은 ‘도움 받는 사람’으로만 남습니다. 하지만 인간다운 삶의 가장 기본은 내 돈으로, 내가 고르고, 내가 지불하는 행위에 있죠. 그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자존감이 서고, 그 선택이 쌓여야 동네 안에서 돈이 돌고, 일자리와 서비스가 살아납니다. 그래서 저희는 ‘물건을 나눠준다’가 아니라 소매 유통 인프라를 복원합니다. 면 단위에서 장보기가 다시 가능해지면, 복지·돌봄·공공서비스도 함께 닿을 수 있습니다.
주민을 난민으로 명명하는 순간, 문제의 원인을 주민에게 붙이는 느낌이 들어요. 불균형 발전과 구조적 변화의 결과일 뿐이거든요. 그래서 우리의 역할은 생활권을 회복시키는 인프라 설계와 운영이라고 생각해요.
- 사회복지 실무자에서 ‘생활 인프라 설계자’로 방향을 튼 배경이 궁금합니다. 동락점빵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요?
= 대학 시절부터 사회복지를 전공해 지역 어린이·청소년과 함께하는 일을 해왔어요. 강원도 인제의 지역아동센터 ‘설악산 배움터’에서 약 5년, 제주도 지역에서 4년간 활동했죠. 그 시간 동안 ‘우리가 하는 일이 객관적으로도 정말 의미 있고 유효한가’를 스스로 묻곤 했어요. 질적 연구, 인터뷰, 서사 기록도 해봤지만 여전히 갈증이 남았습니다. 측정 가능한 변화와 생활의 실질적 개선이 동시에 잡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여민동락 공동체의 권혁범 대표님을 2015년 무렵 알게 되었고, 시골에서 삶과 일을 고민하는 과정에 대표님의 제안으로, 2021년 전남 영광군 묘량면으로 이주했습니다. 지금은 묘량에서 다섯 번째 해를 보내며, 동락점빵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여민동락 공동체는 이동장터 사업인 동락점빵 외에도 마을 돌봄, 재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센터와 사회적농장, 마을교육공동체를 운영한다. 동락점빵 외부(좌), 내부(우) 모습 ⓒ희망제작소
- 동락점빵의 이동장터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 2010년 묘량면 유일한 작은 가게의 폐업이 계기가 되어 여민동락 공동체에서 마을가게 ‘동락점빵’을 설립했습니다. 이동장터 활동은 2011년 마을기업으로 시작해 2014년 마을 어르신 약 180여 명이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으로 이어졌어요. 지금은 약 430여 명의 조합원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매주 2회 마을을 순회하는 이동장터를 열고요. 학교, 노인대학, 마을회관에서 벌이는 마을행사나 공공급식 등에 필요한 재료와 물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동장터는 묘량면 자연부락 42곳을 이틀에 나눠서 방문하고 있어요. 하루 이동 거리는 약 40~60km로 많지는 않은데, 정차하고 어르신들과 말씀을 나누다보면 한 군데당 길게는 20~30분 정도 소요가 돼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어르신 댁에는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요. 간단한 집수리부터 필요한 복지 서비스 연계, 공병 수거 외에도 요청하시는 물품은 따로 구해서 가져다드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선택권을 되돌려 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현장에서는 ‘물건’만 다루지 않습니다. 행정·회계 절차 동행도 필수예요. 마을회관 공공급식 예산을 쓰려면 카드 제한, 증빙, 회계기준이 복잡합니다. 어르신 혼자 감당하기 어렵죠. 저희가 기준을 설명하고, 가능한 품목을 안내하고, 서류와 지출증빙을 함께 챙깁니다.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은 저를 포함해서 3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조합원 관리와 외부 공공구매, 이동장터를 담당하고, 다른 분이 매장과 장터차량 내 물품과 재고 관리 위주로 맡아주고 계세요. 이사장님은 농산물 매입, 매출을 담당해주고 계십니다.
이동장터 운행 일지가 기록되는 블로그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블로그
-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이동장터 매출은 괜찮은가요?
= 마을 인구는 줄어드는데, 매출은 조금씩 오르고 있어요. 우리가 어르신을 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어르신 덕분에 살고 있다고 얘기해요. 어르신들도 농담 반, 진담 반 삼아서 “내가 제일 많이 팔아주지?”하면서 또 사주세요. 다른 곳 보다 비싼 데도 여기서 팔아줘야지 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조합에 참여하는 이유도 지역에 있는 가게니까 나도 함께 한다는 연대의 의미가 더 강해요.
매년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구매 추이뿐 아니라 운영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어르신들께서 할 수 있는 경제활동 수준,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은 최고점에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이동장터 외에도 학교나 면사무소에서 하는 김장행사나 각종 행사가 있을 때 저희를 통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회관에서 소비하는 공공급식에 필요한 물건을 저희를 통해 써달라고 요청해서 조금씩 공공급식 부분의 매출도 올라가고 있어요. 다만, 아직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기 어려운 한계도 존재합니다.
- 지역에도 유통망과 택배는 다 들어와있잖아요.
= 어르신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기 어려워서 그런 거지 다 들어와있어요. 특히 자녀들이 보내주는 물품들이 있는데, 가끔 어르신 댁에 방문하면 종종 박스 단위로 쟁여져 있죠.
그래서 자제분들이 우리를 통해서 물건을 구매하게 할 수는 없을까도 고민했는데, 그게 굉장히 민감한 문제더라고요. 어르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우리를 통해서 주문하면 집안 상태나 안부 확인 뿐 아니라 필요한 복지 서비스 연결까지 하고 있다는 걸 자녀들이 알면 관계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명절 때 홍보물도 뿌리고 자녀들 만나면 인사도 드리고 하면서 활동을 말씀드리면 그냥 시큰둥해요. 아직까지도 시골에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잘 못하는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동장터 사업은 정말 지역을 체계적으로 다니는 모니터링 사업이거든요. 지난 5월에 고독사 현장을 발견했어요. 그 어르신은 두부를 꾸준하게 구입해주시던 분이었거든요. 피부병이 많으셔서 집 안에서는 상의를 벗고 계시는 분이었어요. 몇 번 대면하고 만나다 보니 이제 말 안 해도 아는 거죠. 밖에 있는 밥 그릇에 항상 돈이 있었어요. 3천 원을 두면 두부 2개, 5천 원을 두면 중멸치나 북어채 하나 얹어서 드리곤 했는데, 그 날 따라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뭔 일인가 싶어서 들어갔는데 쓰러져 계셨어요. 전 주에 두부를 드신 걸 확인했고, 밑반찬도 나갔는데, 그 과정에 인사라도 한 번 제대로 나눴으면 살아계셨을까 싶은거죠.
장애로 말씀을 못 하시던 여성 어르신도 생각나요. 혼자 사시는데, 후견인 분이 장을 볼 수 있게 도와달라는 거예요. 그런데 걷지를 못하셔서 어르신이 좋아하실 것 같은 물품만 가방에 넣고 집에 들고 와 어르신 앞에 놓았어요. 손도 안 펴지시는데, 막 이렇게 짚고 저기 돈 있다고 손짓하면 가방에서 돈 꺼내서 장부에 적어드리고 그렇게 1년 넘게 했거든요. 밑반찬을 드려도 요양보호사가 없으면 혼자서 식사를 절대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런 분들에게 개개인별로 서비스를 나가는 게 아직까지 제도적 한계가 크다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이동장터 사업은 모니터링 인프라이기도 합니다. 복지기관처럼 ‘기관에 오게 하는 서비스’로는 포착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동네를 도는 유통망으로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동장터는 단순히 물건만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마을 복지 활동으로 이어진다.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 농촌에서 생필품을 파는 것은 단순한 유통망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의 토대가 무너졌어요. 지역에서 소매점 등 여러 사업들이 자립할 수가 없는 구조죠. 고령화, 인구소멸 등 농촌 자체가 다 무너졌어요. 저희가 방점을 두는 건 인프라적인 부분이에요. 동락점빵 사업은 지역의 소매 유통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인프라 뿐 아니라 기초사회 서비스 인프라 증진에 더 초점을 맞춰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에요. 근데 농촌은 그런 소매 유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인프라도 다 무너져 있는 상황이죠.
본인의 노동과 소득으로 본인이 결정권을 갖고 경제 행위를 하는 것이 결국 인간다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제 행위 활동 자체가 현재 농촌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인내하거나 외부에서 주는 물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죠. 이런 환경에서 노인의 자존감과 삶이 무너져요. 최소한 생필품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하는 활동이 필요한 거죠.
어르신들은 동락점빵을 여민동락 공동체로 보고 있어요. 똑같이 봐요. 그래서 조합원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 “나는 갈 데가 있어, 죽을 때까지 우리 마을 안 떠날 거야” 하시는 거예요. 출자도 그런 마음으로 하신 거죠. “당신들이 안 아프고 끝까지 버텨줘야 우리랑 같이 살 수 있지 않느냐”는 말씀도 많이 하세요. 어르신들도 우리를 먹여 살리려고 하고 있고, 우리도 어르신들을 살리려고 하고 있고 이게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구나. 그런 걸 많이 느껴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놓지 않는 이상 우리가 먼저 놓자고는 못하겠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 바라는 방향은?
= 단순히 차량을 늘려 인접 면까지 뻗어나가는 건 인력·운영 난이도가 큽니다. 무엇보다 기존 소상공인과의 마찰 가능성도 있어요. 우리는 대체하고 싶은 게 아니라 비어 있는 구간을 메우는 인프라예요. 확장이라는 말은 꼭 지리적 스케일업만 뜻하진 않습니다. 품목과 서비스의 스케일업이 가능하죠. 이동 루트의 주기, 물품, 가격 등을 계속 다듬고, 공공급식·학교·마을조직과의 연동을 더 정교화하는 편이 지역에는 훨씬 유익합니다. 중요한 건 집 근처에서 해결되는 삶을 구현하는 일, 다시 말해 생활망의 완성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동장터 사업에는 지역의 협력 거버넌스 역할이 중요해요. 동락점빵도 지역의 면사무소, 번영회 등과 사업을 벌이고, 지역 행사에서 유통을 맡아 함께 하고 있어요. 지역의 공동체성을 생각하고 협력하는 구조를 갖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모델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동장터의 판매, 수익구조에만 집중한 정책 확산이 아니라 민간에서 소규모 유통 모델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매뉴얼이나 협력체계가 구축되면 좋겠습니다. 전국에 73.5% 행정리 단위에 소매점이 없어요. 이미 다른 읍면동에서도 충분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형태가 아니라, 지역의 면사무소나 학교, 사회단체 등의 기관들이 협력해서 매출을 한 곳으로 모아 유통이 가능하도록 돕는 구조는 면 단위에서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동락점빵 모델이 여기만의 특수성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희망제작소 사회혁신팀 안영삼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