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리포트 |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3억 원의 가치를 움직인 날

2026-02-27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 혹시 특별한 소수만의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난해 첫눈이 내리던 날, 200여명의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아주 특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무대 아래 앉아 박수만 치는 수동적인 관객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지금 어떤 가치가 필요한지 직접 묻고, 1인당 100만 원의 모의 투자금을 쥐고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능동적인 '주인공'이었죠.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도, 각기 다른 시선과 마음이 모이면 어떤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그 뜨거웠던 연대와 협력의 기록을 여러분의 일상으로 전해드립니다.



📒 텅 빈 바인더가 '나만의 질문'으로 채워진 순간

행사장 입구에서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완성된 안내 책자가 아닌, 내지가 채워지지 않은 ‘6공 바인더’였습니다. 전시장 곳곳에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우리 곁의 문제를 해결해 온 51개 팀의 이야기가 놓여 있었고, 참여자들은 각자의 삶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직접 골라 바인더를 채웠습니다. 누군가 이룬 화려한 '결과'보다, "이 사람들은 왜 이 어려운 길을 시작했을까?", "나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라는 '시작'의 질문에 집중하도록 말이죠.

  • 당신이 외면하지 못한 한 장면은 무엇인가요? (공감·연대)
  • 생활 속 아이디어가 사회문제 해결로 연결될 수 있을까요? (실용·혁신)
  • 혼자가 아닌 동료와 함께여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요? (관계·공동체)
  • 당신의 호기심 또는 취미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발견·탐험)
  • 세상에 꼭 알리고 싶은 당신만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기록·확산)

이 다섯 가지 질문 앞에서 참여자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았습니다. 누군가 만들어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청중심사단이 각자의 서로 다른 '사회혁신 지도'를 엮어낸 셈입니다.

"마음에 와닿는 질문을 모으다 보니 모든 질문지를 가져왔어요.(웃음) 든든한 책 한 권이 생긴 기분입니다. 휴일에 다시 읽어보며 제 생각을 적어보고 전환을 찾아보겠습니다." - 현장 피드백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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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을 만드는 51팀의 소셜디자이너 질문을 읽으며 바인더를 채우고 있는 청중심사단의 모습 ⓒ희망제작소


📊 3억 원의 모의투자금, 수익률 대신 '임팩트'를 선택하다

가장 몰입도가 높았던 순간은 1인당 100만 원의 임팩트코인(모의투자금)이 주어졌을 때입니다.

이 코인은 현장에서 소셜디자이너들이 실제로 받게 될 상금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투자는 두 번의 무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약 200명의 청중심사단은 발표와 테이블미팅을 통해 각 팀의 문제 정의와 해결 방식을 확인한 뒤, 지지하는 팀들에게 코인을 나누어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트랙1 ‘시작을 응원하는 무대’에서는  총 394건의 투자가 진행되어 1억 4,900만 원의 코인이 모였고, 이 비율에 따라 총 2,000만 원의 실제 상금이 15개 팀에게 배분되었습니다. 이어진 트랙2 ‘실험을 확장하는 무대’에서는 370건의 투자를 통해 1억 5,300만 원의 코인이 모였으며, 모의투자 합산 순위 상위 2팀에게 총 1,000만 원의 상금이 500만 원씩 동일하게 돌아갔습니다. 두 무대를 합쳐 총 3억 200만 원의 임팩트코인이 투자된 셈입니다.

SIR대회에서의 모의투자는 인기투표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은 ‘공감·참여·지역·지속·학습’이라는 5가지 기준을 두고, 내가 어떤 방식의 문제 해결에 더 마음이 움직이는지 증명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던진 임팩트코인의 비율은 현장에서 발표한 15개 팀이 실제로 받게 될 상금의 규모를 결정했습니다. 내 선택이 누군가의 내일이 된다는 감각은 무대를 바라보는 온도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단순히 관람하는 것과 달리, 내 투자가 실제 상금에 반영된다고 생각하니 발표를 바라보는 집중도가 확연히 달라졌어요. 내가 무엇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지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 시간이었죠." -  SNS 후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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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심사단의 모의투자 화면. 응원과 관람을 모의투자라는 직접 행동으로 전환시키고,그 결과를 개인/팀 단위로 기록한다. ⓒ공익저널


투표 직후 전송된 '개인별 투자 성향 리포트'를 통해 참여자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송된 결과지를 보며 "아, 나는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피식 웃음이 났다는 한 참여자의 후기처럼, 모의투자는 행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나만의 가치관'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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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 모의투자자 성향 결과(좌) /사회적가치 투자성향 리포트(우) ⓒ희망제작소


  • 💡 [SIR DATA] 200명의 청중심사단은 어디에 투자했을까? 

행사가 끝난 후 청중심사단의 투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가지 투자 기준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항목은 '공감'과 '지속'이었습니다. (공감>지속>지역>참여>학습 순)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청중심사단이 단순히 '착한 일'에 대한 감상적인 응원에만 머무르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이 문제가 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공감)를 묻고,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단단한 실행 구조(지속)를 갖추었는지를 깊이 들여다보며 지지를 보냈습니다. 이처럼 청중심사단은 일방적인 평가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 키워가는 든든한 ‘투자자이자 파트너’였습니다.


😌 무디게 익숙했던 일상을 깨우는 발견

책임감을 안고 바라본 무대 위에는 거창한 영웅이 아닌, 우리 일상의 문제를 묵묵히 풀어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의 명찰 뒷면에 적힌 '오늘 내 생각을 바꾼 장면'들에는 이들을 향한 뜨거운 화답이 담겨 있었습니다.


  •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향기 나는 물감을 만드는 사람(어나더데이)을 보며 문화복지의 사각지대를 발견했고,
  • 농촌의 식품 사막화를 해결하기 위해 트럭에 물건을 싣고 달리는 사람(동락점빵)을 보며 소외된 지역을 잇는 따뜻한 관계망을 보았으며,
  • 아파서 창작을 멈춘 청년들에게 조건 없이 기꺼이 쉴 공간을 내어주는 사람(스튜디오어중간)을 통해 성과보다 '과정'을 인정해 주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스치는 일상을 새롭게 보는 눈. 이것이 수많은 참여자가 현장에서 발견한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 "스치는 일상을 새롭게 보는 눈, 무디게 익숙한 하루를 좀 더 나은 시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바로 소셜디자이너구나 싶어요." - 현장 리뷰 中
  • "수도권이나 대기업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만 보다가, 지역 사회의 고유한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매우 현실적이라 오히려 새로웠어요. 작은 규모에서 시작하더라도 사회에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명 깊었습니다." - 현장 리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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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모의투자 결과를 확인하는 시민들의 모습 ⓒ희망제작소


🔗 우리는 [ 연결하는 ] 시민이다

무대 위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테이블미팅 시간. 의자를 바짝 당겨 앉은 사람들은 무대에서 다 하지 못한 생생한 고충과 진짜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냉정한 평가를 위해 마주 앉았던 이들이 어느새 서로의 든든한 '동료'가 되어 연대감을 나누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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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미팅을 통해 시민과 소셜디자이너가 직접 눈을 맞추며 피드백을 나누는 모습 ⓒ희망제작소


사실 이 단락의 제목인 "우리는 [연결하는] 시민입니다”는 행사가 끝난 뒤 한 참가자가 명찰 뒷면에 직접 남겨주신 문장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무대에 오른 소셜디자이너들은 모두 "나는 [        ]한 시민입니다"라는 공통된 인사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빈칸을 채운 각자의 수식어는 달랐지만, 결국 무대 위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소셜디자이너나 무대 아래서 응원하는 청중심사단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는 똑같은 시민'이라는 본질은 같았습니다. 참가자가 남겨주신 저 다정한 리뷰에는 바로 그 깊은 연대감이 담겨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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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화 소셜디자이너의 피칭 현장(좌) /청중심사단의 후기(우) ⓒ희망제작소


이 연대감은 비단 그날 행사장에 있던 200명에게만 유효한 것은 아닐 겁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계신 여러분 역시, 일상 속에서 기꺼이 이웃과 연결될 준비가 된 '시민'이니까요.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동료임을 확인했던 이 뜨거운 대화가 끝난 후, 한 참가자는 일상으로 돌아가며 이런 다짐을 남겨주셨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을로 돌아가 더 열정적으로 하겠습니다." - 현장 리뷰 中

단순히 남의 도전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 나만의 작은 실천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참으로 따뜻한 '연결의 장'이었습니다.


💌 에필로그 : 숫자가 증명한 시민의 힘, 그리고 당신의 내일

행사가 끝난 뒤 진행된 만족도 조사는 우리가 만든 이 변화가 결코 우연이나 감상적인 착각이 아님을 명확한 숫자로 증명했습니다.

"내년에도 SIR대회가 열린다면 다시 오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6%가 "다시 참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참여를 통해, 나 자신이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느꼈는가?"라는 핵심 질문에는 응답자의 90% 이상이 높은 점수(4~5점)를 주었으며, 특히 절반이 훌쩍 넘는 67%가 '5점 만점'을 꽉 채워 화답했습니다. 단 하루의 경험만으로도 시민들이 강력한 사회적 효능감을 얻을 수 있음이 입증된 것입니다.


"다양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공통점은 결국 ‘연결’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연결되고 함께해야만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것이었네요." - 현장 리뷰 中


자, 이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일상으로 돌아올 차례입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특별한 무대 위나 거창한 타이틀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당장 다음 SIR대회를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소개된 팀들의 SNS를 찾아가 응원의 댓글을 남기는 것,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동네의 불편함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 그것부터가 이미 훌륭한 '시작'입니다. 당신의 일상 속 아주 작은 선택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첫 번째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만의 첫 번째 '임팩트 코인'을 어디에 던지시겠습니까?



글 ㅣ 이혜진 희망제작소 사회혁신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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