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① 1강 더 체인지 하승창 대표

지난 5월 12일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는 예비 소셜 디자이너들의 첫 만남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8주 동안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갈 11기 소셜디자이너스쿨 (이하 SDS) 수강생들의 첫 만남의 현장을 공개합니다.

옷을 만들기 위해 기본이 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의상 디자이너, 집을 짓기 위한 도면을 그리는 사람을 건축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실체화하는 사람을 ‘디자이너’라고 부른다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상상하며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소셜 디자이너’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2008년 이래로 400명 이상의 소셜 디자이너가 희망제작소 SDS를 거쳐 갔습니다. 현재 소셜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달고 졸업을 한 많은 분들이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꾸준히 함께 모여서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11기 SDS도 예비 소셜 디자이너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배움의 공간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진부한 상상력은 가라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방법을 전하는 첫 번째 강연자로 더 체인지의 하승창 대표께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더 체인지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노력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사회운동을 하며 직접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통 방식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지 들을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때 문화예술인들은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상력이 권력을 인수한다’라는 결의안을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상상력은 오래 전부터 이전과 이후를 전혀 다르게 하는 어느 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프랑스 혁명 때와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이 많이 달라지면서 사람들의 상상력이 새로운 방법으로 발동하고 있습니다. 하 대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상상력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는 다른 방법과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일례로 한국 사회 시민 활동 양상의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이전의 시민운동에 비해 일반 대중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가 눈에 띄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에는 붉은 악마의 물결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2004년에는 고 노무현 전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로 시청 앞 도로가 가득 채워졌습니다. 또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꽃다운 삶을 피우지 못한 효순이 미선이를 위해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끈 것은 바로 인터넷을 통한 개인과 개인의 열린 소통이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활성화는 다양한 정보의 공유와 확산을 가져왔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한 사람의 ‘상상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네트워크를 만들고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소통은 사회, 경제적 문제의 중심에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내는 시민 집단을 만들어 냈습니다.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는 네트워크의 눈부신 발전이 개인의 ‘상상력’이 발현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기술적 도구의 확산이 대중의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궁극적으로 사회시스템을 변화시켜온 사례는 역사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히틀러는 라디오라는 미디어 매체를 통해 권력을 잡았고, 케네디와 닉슨의 정치 경쟁을 판가름 한 것은 TV의 등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방식이 대중에게로의 일방적인 전달 과정이었던 것에 비해, 인터넷은 개인이 가지는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다자간의 제한 없는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특별합니다.

지금은 상상력을 가진 한 개인이라면 누구나 사회적 의제나 정치적 의제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일방적으로 듣기보다 직접 변화를 만드는 것을 더욱 좋아합니다. 그 결과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전 시민사회의 기성 세대들이 즐겨왔던 소통 방식은 더 이상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소통하는 방식과 관계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더라도 공감을 얻어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시민의 상상력을 현실화하기 위한 다른 방식의 시도와 고민이 절실해 지고 있습니다.

‘마당’에 모인 사람들

상상력을 만들고 확산하고 생각으로 옮기는 주체가 시민이 되면서 인터넷뿐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옥천의 한 이장님의 ‘집’을 중심으로 초대받은 방문객들의 자유로운 이야기 속에 ‘바른 언론’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가 모아졌습니다. 그 결과, 옥천 밖에서는 등을 지고 싸웠을 동네 불량배들부터 보수적인 성향의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이장님 댁 마당에서 마음을 모아서 ‘옥천 대행진’이라는 이름의 언론문화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혹은 다음 아고라 등의 온라인 공간이나 공유와 소통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고 의견을 나누고 네트워크화하여 스스로가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조국 교수님의 트위터를 통해 공정무역 카페에 대한 지도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자 단 하루 만에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지역별 카페 현황에 대한 정보가 모인 것도, 자유로운 소통이 보장된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의 상상력이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 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 대표는 이처럼 공간이 다르면 모아지는 상상력과 이야기가 다르게 펼쳐진다고 말합니다. 아이디어의 개발과정을 한자리에 모여서 끝내는 희망제작소의 소셜이노베이션 캠프나, 기존의 컨퍼런스 통념을 파괴하는 월드카페 및 리빙 라이브러리와 같은 새로운 방식이 더 생명력 넘치는 상상력과 영향력을 이끌어냅니다. 이점은 하 대표가 주관한 ‘씽크카페’를 통해서도 입증이 되었습니다. 씽크카페 과정에서 다수가 한자리에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와중에 대중의 상상력이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유보다는 공유를, 주장보다는 대화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플랫폼이 현재 사람들의 상상력을 가장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는 소셜디자이너라면 반드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SDS 11기생을 위하여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는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전해주신 하 대표님께 뜨거운 감사를 보내며 SDS 첫 번째 강연은 끝을 맺었습니다.

글_ 노율 (사회적경제센터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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