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6기 소셜디자이너스쿨 현장 중계 ④

”사용자6기 소셜디자이너스쿨 네 번째 강의의 주인공은 고경태 기자입니다. 잡지 편집기자로 오랜 시간 근무한 뒤 한겨레21과 씨네21 편집장을 거친 고 기자는 지난해 <유혹하는 에디터> 라는 책을 통해 오랜 잡지 편집 경험으로 다져진 기획 노하우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기획이란 어떤 곳에 갖다 붙여도 모두 말이 됩니다. 직장에서의 업무 뿐 아니라 누군가와 만나고, 사랑을 하고, 어울려 노는 것 모두 기획이란 행위를 필요로 합니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서 점심에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 모든 것이 기획입니다. 기획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변화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고, 기획하려는 의지는 인간의 생동하는 활기를 증명합니다.

“삶은 기획의 연속이다.”

뒷면에 집착하라

기획의 시작은 ‘새롭게 바라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복이 아닌 진화하는 새로움이 함께 해야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행을 뛰어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현재의 관행을 의심해야 합니다.

반말로 시도하는 솔직 대담 인터뷰,  정기독자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꾸민 독자란,  뻔한 광고 카피가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헤드라인으로 꾸며진 광고 등. 고경태 기자는 편집기자로, 편집장으로 재직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을 제안하고 실현했습니다. 늘 ‘그동안 하지 않았던 형식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자, 그럼 창조적인 기획을 위한 요소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하나, 자발성!

관행을 깨는 것에서 나아가,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시켜서 하기 전에 자신이 몸이 달아(?) 먼저 제안하고 추진하는 자발성입니다.
“신나는 자발성이야말로 아름답다!”
고 기자가 북한 축구선수 정대세의 칼럼을 연재하고,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보고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발전시켜 실제 취재에 성공했던 것도 모두 자발적인 기획을 통해 ‘신나게’ 추진했던 일입니다.

둘, 뒷면에 집착하라!

다시 한 번 말합니다. 기획자에게 필요한 마인드는 다르게 하기, 뒷면 보기에 대한 집착입니다. 고경태 기자는 최근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이벤트를 보며 ‘왜 이토 히로부미의 전기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독립운동가의 전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토 히로부미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것은 신선함으로 다가옵니다.

일본의 한 가정을 방문해 그들의 눈으로 바라 본 ‘8.15’ 를 다루었던 한겨레21 특집 기사 역시 뒷면보기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와 동시대 역사의 터널을 지나온 일본인들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용자셋, 끊임없는 순간포착!

다르게 본다는 것은 결코 멀리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의 순간, 순간에서 ‘무언가’를 포착하는 것이 기획자에게 필요한 또 다른 마인드입니다. 조그만 기사라고 조그마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캐릭터 케로로나 쓰나미 이후 푸켓지역에서 유행한 귀신 이야기에서 우리는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넷, 타이밍에 대한 판단!

새로운 목소리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곁들여져야 합니다.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때를 놓치면 이내 ‘쉰 밥’이 되어버리고 말죠.

다섯, 컨셉에 대한 명민한 통찰!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봅니다. 이제 이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컨셉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는 편집의 힘을 좌우합니다. 한 가지 사건을 두고도 각 신문사의 헤드라인과 메시지는 제각각 입니다. 무엇을 중점적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내용의 구성도 달라지므로, 글 하나에도 분명한 컨셉과 전략, 전술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진부함 속에 비결이?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고경태 기자가 사례로 들려준 특집 기획들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었을까요? 기획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로 하여금 인식과 실천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하는 기획이 좋은 기획이겠죠.”

앞서 언급된 베트남전 관련 기획은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기획과 함께 주간지 한겨레21이 대중적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획으로 평가됩니다. 주간지를 통해 먼저 소개된 내용이 일간지 1면에 실리고, 결국 대통령의 사과 발언까지 이끌어냈습니다.

‘감자탕 노동일기’라는 기사는 기자가 식당에서 일하며 실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새로운 관점을 시도하는 것에서 나아가 현장에 직접 몸 담그며, 사회적으로 더욱 의미 있는 기획을 고민하는 일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거시적 기획은 고 기자의 경우처럼 매체 기획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겁니다. 소셜디자이너스쿨에 모인 수강생은 물론,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들을 찾고 있으니까요.

고경태 기자는 기획을 잘 하기 위한 ‘심심한’ 제언을 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 메모를 잘하자.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이다. ^^;)
* 책을 많이 읽자. (역시 너무 진부해서 화가 나는 이야기이다. ^^;;;)
*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많이 해요.
* 옛날 신문을 읽어보세요.
* 전문지를 읽어보세요.
* 사람 기획을 잘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고 기자는 누가 비웃더라도 저질러 볼 것, 그 시기를 잘 맞출 것을 강조합니다.

“함… 해볼까? 재밌지 않겠어?”

이 말은 곧, 당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글_이응준 인턴연구원
사진_정재석 인턴연구원

※ 6기 SDS 강의 목록

1강 안철수가 젊음에게 권하는 말
2강 사회혁신 탐구생활
3강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샤워법
4강 고경태 기자의 ‘진부한’ 기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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