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비장하면 다친다

6기 소셜디자이너스쿨 현장 중계 

오늘은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가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셜디자이너스쿨 수강생 중에도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이라는 말 자체도 막연하고,  어떤 기준으로 사회적 기업을 정의해야할 지 감이 오지 않기도 합니다.

결국 자신만의 철학과 관점을 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이 날 강의에서는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사회혁신기업 오르그닷의 김진화 대표가 이러한 마음가짐에 대해 스스로 던졌던 물음과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희망모울에 오셨습니다.

[##_1C|1256850232.jpg|width=”450″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오르그닷 김진화 대표 _##]

그가 말하는 윤리적 패션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가공되어 판매되는 티셔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의식주 중 하나의 문제와 가장 근접해 있는 만큼, 의류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사람들은 이미지와 브랜드를 통해 옷을 구입하고, 패션으로서의 기능이 그 역할을 다하면 버리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면 소재의 옷을 만들기 위해 쓰이는 살충제의 양은 년간 전 세계 살충제 소비량의 4분의 1이라고 합니다. 염색과 가공과정에서도 화학제품이 안 쓰일 수가 없겠죠.

또 우리는 의류 생산공정의 문제를 생각할 때 제3세계 나라들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동네 의류 매장에 멋들어진 티셔츠들이 진열되는 동안, 제3세계 국가에서는 면을 키우고, 봉재하는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두 나라 사이의 경제 규모 차이만큼, 의류 생산 공정이 너무나도 명확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과연 옷이 하나 팔릴 때 생기는 돈은 누구에게 갈까요. 이러한 작은 고민이 오르그닷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남들은 자기 돈 불리기에 바쁠 때, 사회적 기업은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사회적 기업, 상상력의 공간

자, 사회적 기업의 정의에 대한 기준을 생각해 볼 차례입니다.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생겨나는 가운데 각각의 기업들은 저마다의 문제점에 봉착한 뒤,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살펴볼 때, 몇가지 논의 거리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우선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양적인 측면과 함께 질적인 측면, 즉 기업의 근본적인 목표와 부합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겁니다. 이런 점에서 지속적인 영리 추구만이 사회적 기업의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기업가들이 바른 정신을 갖고, 자기 책임성을 느끼는 것이야 말로 사회적 기업의 조건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이끌어 낸 콘텐츠 분야의 혁명적인 변화나, 자동차라는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 우리 사회에 일으킨 영향력이란 무시무시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문명의 진보로만 평가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또, 사회적 기업의 경우 일반 기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윤리성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키바(Kiva)라는 사회적 기업을 둘러싼 논쟁은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을 바라보는 이러한 인식의 단면을 잘 보여줍니다.  

키바는 웹 기반의 소액 대출 플랫폼으로서 사람과 사람을 직접 연결하는 p2p의 기부 방식을 표방하는 기업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마이크로 그레딧 기관이 사람들에게 먼저 대출을 해준 후, 키바 기부자의 돈이 그 자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논란이 된 후 키바측이 이에 대해 솔직하게 대응함으로써 어느 정도 논란을 잠재우기는 했으나 신뢰도 측면에 있어서는 적지않은 타격을 입은 셈입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사회적 기업가라면, 영리 기업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며, 평소 이에 대한 고민과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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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은 남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을 설명해야 하고,  그 성공여부가 매출이나 이익 등의 시장 매커니즘에 의해 판명되지도 않습니다. 또한, 자신의 기업이 어떠한 사회 문제에 천착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사람들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합니다.

사회적 기업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로는 이노베이션(Innovation), 임팩트(Impact), 인컴(Income지속가능성)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혁신적인 것을 창조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하며,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익 창출 또한 간과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성과는 결국 독점ㆍ승자독식과 같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무자비한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경제체제 이곳 저곳에 미세하면서도 무수히 많은 균열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x축을 재무적인 가치, y축을 사회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축으로 봤을 때, 사회적 기업은 기업과 NPO조직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상상력의 공간이며, 이 안에서 다양한 상상과 실천의 양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들의 역할입니다.

비장하면 다친다

김진화 대표는 “사회적 기업가로서 자신의 삶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몇몇 헌신적인 인물들에 의해 섬처럼 고립된 희망의 공간이 나오기 보다는, 비록 화려한 결과물은 내놓지 못하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만들 수 있는 것이 사회혁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너무 비장한 태도로 뛰어들기 보다는 즐겁게 비즈니스 하는 마음을 가질 것”을 주문합니다. 너무 일에만 올인하면, 조금이라도 일이 잘못되는 순간 힘들어집니다. 까뮈가 행복을 단순한 조화라고 말했듯이,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삶의 단편들과 우리의 일이 조화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신선놀음이나 하면서, 거대 담론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미시적인 부분에서 실질적인 전투를 벌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창의성이란 일상에서 나오기 마련이고, 바로 옆 동시대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과 비롯한 같은 목표를 가진 기업과 연대해 함께 무언가를 모색해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만일 기존의 잘 짜여진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연대를 통해 위험(리스크)을 줄이면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독불장군처럼 나아가기 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위험 내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 즉 점진적인 시작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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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화 대표는 사회적 기업가로서의 마음가짐에 이어 사업을 시작하면서 고려해야 할 실전 지침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무엇보다도 프로젝트 혹은 조직의 가치에 대해 먼저 정의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와 그 수혜자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목표로 할 수요층과 시장 역시 좁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 분석이 끝났다면 비용 및 강ㆍ약점 분석 등을 거쳐 사업 모델을 수립합니다.

사회적기업도 기업입니다. 자신이 상대할 고객들에 대해서 충분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일에 빠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김진화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작게 시작하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보고, 그 안에서 고객들을 만나고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회와의 스킨십을 늘려가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고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자금 조달에 있어서도 단순히 투자를 받아 사업을 한 뒤 투자자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를 벗어나 대안적인 구조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김 대표는 사업을 계획하면서 재무적인 부분과 사람에 대한 부분, 두 지점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르그닷의 비즈니스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으로 서로를 필요로 하는 데, 만나지 못하는 이들을 만나게 해줍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제품, 봉제노동자와 소비자, 그리고 디자이너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그가 말하는 비전입니다. 제로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서는 적지않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러한 플랫폼 형태의 회사들이 필요하다는군요. 또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의 질과 윤리적 측면 모두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오르그닷 김진화 대표처럼 시장과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감있게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는 사회적 기업가들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글_이응준 인턴연구원
사진_정재석 인턴연구원

※ 6기 SDS 강의 목록

1강 안철수가 젊음에게 권하는 말
2강
사회혁신 탐구생활
3강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샤워법
4강
고경태 기자의 ‘진부한’ 기획 이야기
5강 그런 공공디자인, 가당치 않다
6강 소셜미디어는 잊어야 하는 이유
7강 사회적기업, 비장하면 다친다

Comments

“사회적기업, 비장하면 다친다”에 대한 4개의 응답

  1. 성질이 급하여 긴글을 잘 읽지 못하는데, 한 자도 빼놓지 않고 잘 읽었습니다.

    비록 화려한 결과물은 내놓지 못하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만들 수 있는 것이 사회혁신이 아닐까

    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작은일을 우리주변의 사람들과 실천해 나가고 싶습니다!

    1. netmool 37 아바타
      netmool 37

      ^^ 동감 , 빛트윈 너무 좋은 말 같네요 .. ^^

  2. 김영조 아바타
    김영조

    우와. 꼭 강의를 들은 듯한 느낌의 글.
    받기만해서 미안한마음…^^ 정성스러운 글, 정말 고맙습니다.

  3.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선순환 기업 형태를 창출해 일자리를 만들고
    해당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사회적기업이 많이 생기고, 번창했으면 너무 좋겠습니다.
    지난 7월 7일 서울시청광장과 청계광장에서 ‘사회적기업 한마당’을 열고 전국의 사회적기업을 응원하는
    행사를 열었다고 하는데요, 관련트랙백 엮고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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