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어떤 활동과 노력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평가할까요? 지난 11월 14일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2024 청년×로컬×임팩트 사회적가치투자(SIR) 대회’에서 이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대회에선 전국 곳곳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10팀의 청년 혁신가들이 ‘사회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일과 활동을 소개하고, 이를 지켜본 200여 명의 시민 청중심사단이 투자심사와 모의투자를 진행했는데요. 시민 청중심사단이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의 우선순위와 방향성이 투자결정에 반영됐습니다.
📌 시민 청중심사단 꼽은 ‘사회적 가치’ 우선순위는?
시민 청중심사단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모의투자 웹페이지에 접속한 후 각자 10만 원의 모의투자금을 1만 원 단위로 최대 3개 팀에 투자했어요. 그리고 각각의 팀에 투자한 이유를 5개 사회적 가치 항목으로 구성된 설문을 통해 밝혔는데요.
여기서 5개 항목은 ①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함(지역특성/자원 활용) ②이전에 덜 주목받았던 새로운 사회문제에 주목해 해법을 제시함(새로운 문제 발견) ③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시도함(혁신적 해결방안) ④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거나 널리 확산될 가능성이 높음(구매/협업 확대 가능성) ⑤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함(지역 공동체 삶의 질 향상) 등이었어요.
이날 집계된 총 303개의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어떤 팀에 투자했는지와 상관없이 청중심사단이 투자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지역 공동체 삶의 질 향상’(238표)이었어요. 다음은 지역 특성/자원 활용(161표), 새로운 문제 발견(153표), 혁신적 해결 방안(126표), 구매/협업 확대 가능성(91표) 순이었습니다.
📌 팀 별 투자이유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보니…
이번 대회에 출전한 10개 팀별 투자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지역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지역자원을 잘 활용한 점이 특히 돋보인 팀은 어디일까요?
‘지역 특성/자원 활용’ 항목에서 가장 높은 득표수를 보인 팀은 충북 옥천의 월간 옥이네(55표)입니다. “농촌의 삶을 폄하하는 한국사회와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에 맞서” 2017년부터 종이매체 <월간 옥이네>를 펴내며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득표수 2위에 오른 삼삼은구(28표)는 150가구가 사는 강원도 홍천 물걸리에서 자원순환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노인 일자리‧서로돌봄과 연계했습니다. 전주의 오롯컴퍼니(20표)는 버려진 나무젓가락을 수집해 인테리어 자재로 재생하는 기술을 느린학습자 일자리 사업과 연계하는 ‘찹찹레볼루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플로깅울릉(19표) 울릉도에서 플로깅을 관광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각 팀별로 볼 때, 5개 사회적 가치 항목(투자이유) 중에서 ‘지역 특성/자원 활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떤지, 다시 말해 팀별 해당 항목의 우선순위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지역 특성/자원 활용’이 투자이유 1순위인 팀은 플로깅울릉이었고, 삼삼은구, 월간옥이네, 비유니크는 2순위였습니다. 비유니크는 충남 천안의 초고령마을인 남산마을의 70~80대 할머니들을 향초 전문가로 육성해 향기제품 브랜드인 링크앤라이프릴리를 론칭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총 10개 팀 가운데 무려 7개 팀에서 ‘지역특성/자원 활용’ 항목이 투자이유 3순위 안에 꼽혔다는 점입니다. SIR 대회에 출전한 대부분의 팀들이 지역의 특성에 기반해 문제를 정의하고 지역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스튜디오어중간은 ‘새로운 문제 발견’ 항목에서 압도적인 득표수(55표)를 보였습니다. 스튜디오어중간은 강원도 영월에서 2030 젊은 투병인과 이들의 투병문화를 다룬 매거진 <병:맛>을 만들고 이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청년 투병인의 고충과 고통에 주목한 것이 새롭고 참신하다는 평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문제 발견’이 투자이유 2순위였던 곳은 오롯컴퍼니, 내마음은콩밭, 일종의격려 등 3개 팀이었는데요. 내마음은콩밭은 대구에서 뇌전증 환우 모임을 꾸리고 인식 캠페인과 콘텐츠 제작 등을 합니다. 일종의격려는 1인가구 고립 문제에 주목해, 먹거리를 매개로 관계망을 단단히 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워크숍 도구를 만듭니다.
‘혁신적인 해결방안’ 항목에서는 오롯컴퍼니(32표)가 높은 득표수를 보였습니다. 나무젓가락 업사이클링과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일거리를 연계해 환경문제와 노인빈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것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죠. ‘투병 콘텐츠’에 친숙한 2030 투병인을 위해 매거진을 창간한 스튜디오어중간(22표)과 천안 남산마을 70~80대 할머니들을 향초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로 만든 비유니크(12표), 그리고 국내 최초의 비영리 동네 연예기획사 BCY엔터테인먼트(12표) 또한 ‘혁신적 해결방안’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팀별 우선순위를 살펴보면, ‘혁신적인 해결방안’은 오롯컴퍼니와 BCY엔터테인먼트의 투자이유 1순위, 예그린애드의 투자이유 2순위로 꼽혔는데요. 예그린애드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천으로 현수막을 제작하고 다 쓴 현수막으로 패션소품을 만드는 친환경 옥외광고물 제작기업입니다.
‘구매/협업 확대 가능성’ 항목에서는 향기제품을 생산하는 비유니크가 가장 많은 득표수(17표)를 기록했습니다. 대화와 소통을 돕는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는 일종의격려(14표), 전국의 옥외광고물 업체들과 임팩트 프렌차이즈로 연대해 업계 전체를 친환경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힌 예그린애드(12표)도 이 항목에서 강세를 보였는데요. 특히 예그린애드는 ‘구매/협업 확대 가능성’이 투자이유 1순위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예그린애드, 비유니크, 일종의격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팀에서 ‘구매/협업 확대 가능성’이 투자이유 하위 순위(4~5순위)에 머물러, 올해 대회에 참가한 팀들이 제품‧서비스의 확장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 공동체 삶의 질’ 항목에서는 일종의격려(50표)가 가장 높은 득표수를 보였고, 월간 옥이네(40표), 삼삼은구(31표), 비유니크(26표), 스튜디오어중간(25표), 오롯컴퍼니(22표), 내마음은콩밭(19표), 플로깅울릉(18표) 등 대부분의 참가팀이 높은 득표수를 보였습니다. 또한 ‘지역 공동체 삶의 질 향상’이 투자이유 1순위인 팀은 삼삼은구, 비유니크, 월간옥이네, 내마음은콩밭, 일종의격려 등 5개, 2순위는 플로깅울릉, BCY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어중간 등 3개 팀에 달했습니다. 이는 시민 청중심사단이 ‘지역 공동체 삶의 질 향상’을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 중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팀들은 단순한 문제해결을 넘어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리면서 공동체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통합적 접근법을 취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환경, 문화, 복지,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한 팀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요.
또한 이번 설문결과는 우리 사회가 지역 공동체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자원의 효과적 활용을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혁신적 해결방안과 새로운 문제 발견도 중요하게 평가되어,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 분석‧정리: 박선영 희망제작소 연구원 | 사진: 희망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