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온 기부 천사

먼 나라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지만 대한민국의 따스함이 좋아 겨울이면 고국을 찾는 후원회원님이 계십니다. 항상 두 팔 벌려 포근하게 희망제작소를 품어 주시는 희망제작소 1004클럽 이옥숙 후원회원님을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의 첫 인연

“처음 시민사회단체와 인연을 맺은 것은 40대 초반부터입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니까 개인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어요. 아름다운가게의 알뜰시장을 시작할 때도 함께 했죠. 봉사라는 것이 혼자 하기는 힘드니까 팀을 이뤄서 해야 해요. 만나서 일하고, 맛있는 밥도 같이 먹으면 봉사의 맛도 두 배가 되더라고요.”

이옥숙 후원회원님은 참여연대 설립 초창기부터 후원회원으로 활동하셨고, 아름다운가게의 열혈 나눔천사로 활동하셨습니다. 그리고 희망제작소가 설립된 이후에는 희망제작소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후원 요청을 하고 계십니다.

“희망제작소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에게 후원 요청을 많이 했어요. 리스트를 정리해서 후원 요청 전화를 하죠. 다들 안면이 있으니까 크게 거부하지는 않거든요. 요청하다가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럴 때는 속이 상하고 힘들지만 다음날 일어나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죠. 예전에 평화통일 단체의 총무 역할을 맡으면서 모금 활동을 한 것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옥숙 후원회원님의 후원 요청을 거절하지 않는 것은 이옥숙 후원회원님이 쌓아 온 신뢰와 믿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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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애와 나

이옥숙 후원회원님은 한국에 오면 가족들과 지인뿐만 아니라 ‘강산애’의 회원들을 가장 먼저 찾는다고 합니다.

“등산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들의 등산 모임인 강산애에 참여하게 되었죠. 단순히 혈연, 지연으로 엮인 모임이 아니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기뻐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리고 남녀노소가함께 하는 것이 대가족 같은 느낌을 줘서 좋아요.”

이옥숙 후원회원님은 여러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못 살아요. 나쁜 이웃이라도 옆에 이웃이 있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잖아요. 혼자 보기에 아까운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준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좋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알려 주고 싶을 때가 있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더욱 친해지는 거죠.”

참여와 기부가 세상을 바꾼다

이옥숙 후원회원님은 인터뷰 내내 스스로를 직업이 없는 평범한 아줌마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 아줌마라는 말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의 의지가 보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제가 꿈꾸는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해서 참 좋아요. 가난한 이웃을 돕는 봉사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연구하는 활동도 매우 중요하죠. 희망제작소가 큰 변화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활동을 통해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희망제작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말씀이 이어져, 희망제작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을 여쭤 보았습니다.

“후원회원들이 자주 모이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의도적인 만남보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좋고, 이왕이면 보람과 재미를 주는 모임이라면 더 좋겠죠. 5명이라도 모여서 시작하면 돼요. 자꾸 모이면 인간적인 신뢰가 쌓이고, 희망을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구상할 수 있게 되겠죠. 가령, 원전 문제를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부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는 거죠.”

이옥숙 후원회원님이 생각하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시민사회단체를 찾아 후원회원이 되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봉사활동은 그 효과가 눈에 바로 보이지만, 단체를 후원하는 것은 효과가 별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그 작은 변화가 큰 희망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하셨습니다.

희망을 나누기 위해서

“2015년에는 열심히 공부 할 거예요. 책도 열심히 읽고, 중국어 회화를 공부해서 가이드 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배우고 있는 춤을 1년 더 배워서 실력을 한 단계 높일 생각입니다. 젊은 노인인 제가 저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노인들에게 춤을 가르쳐 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옥숙 후원회원님과 함께 있는 2시간 동안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는 이옥숙 후원회원님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옥숙 후원회원님의 환한 미소를 내년에도 꼭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옥숙 후원회원님, 참 고맙습니다.

글_ 석상열(공감센터 선임연구원 ssy@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