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이는 왜 강화도 장터에서 피자를 굽나

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28기 인턴 김토일입니다. 희망제작소 인턴을 수료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네요. 희망제작소에서 함께했던 4개월이란 시간은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방향을 확실하게 잡아준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강화도에서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도 항상 제 마음속에는 제가 살던 지역으로 돌아가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을 되살리고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일을 하는 뿌리센터를 지원하게 된 것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삶을 가꾸고 싶은 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강화도에서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뿌리센터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지역활동 사례들을 접하고, 실제로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도 뿌리센터에서 공부하고 연구원님들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얻은 아이디어들을 활용하고 접목시킨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뿌리센터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제가 강화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 및 홍보를 하겠습니다! 하하핫 ^^

인턴을 마친 후 강화풍물시장에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단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화도에서 지역 활성화, 시장 활성화 활동을 할 수 있다니!’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냉큼 사업단에 합류했습니다. 강화도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여행을 기획하고, 시장 안에서 진행할 재미난 놀이 문화를 만들고, 지역민들을 전통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축제도 기획했습니다.

또한 청년들의 활동 기반이 되는 청년몰을 만드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지역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청년몰과 같은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였습니다. 그래서 인천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던 친구들, 오랫동안 장사를 하고 있던 친구, 그리고 제가 함께 모여 ‘청풍상회’라는 이름으로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청풍상회는 현재 실행하고 앞으로 계획 중인 사업들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강화풍물시장에 화덕식당을 열어서 화덕피자를 구워서 팔고 있습니다.

지역 전통시장에 웬 피자냐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전통시장에 피자집이 생기면 지역의 젊은이들이 시장을 찾을 것이란 생각으로 피자집을 열었습니다. 네 명 모두 요리를 하던 청년이 아니라 시장 어머니들의 관심과 조언으로 음식이 하나하나 완성되었고, 아직 숫자는 적지만 오시는 손님들의 조언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며 맛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습니다. 화덕식당을 다시 찾은 손님들은 화덕식당의 성장을 자기의 일처럼 기뻐하시고, 응원해 주십니다. 화덕식당은 청년들의 힘만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인들과 강화도민이 같이 키워나가는 식당이 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멋진 서비스로 시장에서 살아남자!”라는 생각으로 장사를 하다 보니 “청년들이 다 퍼주기만 하다가 망하겠다.”며 우려 섞인 마음으로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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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이 없습니다. 서울과 1시간 거리에 있는 거리상으로 수도권이지만, 강화도만을 독립적으로 보면 수도권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고 흔히 말하는 시골 느낌을 풍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이 강화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나 인천으로 나가 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청년의 수가 더 적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일까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강화도에서 삶을 정착하고 활동하겠다고 하니 강화도 어르신들은 우리를 호기심이 섞인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십니다.

얼마 전에는 청풍상회의 두 번째 사업인 족욕카페 ‘발담그고’가 문을 열었습니다. 발담그고는 여행의 시작과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버스 터미널 옆에 있어 여행객이 오가기 좋은 풍물시장에서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음료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의 시작을 하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전 여행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해주며 여행을 다시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물론 단지 여행객만을 위한 공간은 아닙니다. 상인과 강화군민을 위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시장에서의 생활은 매우 정신없고 늘 피로합니다. 상인들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발을 담그며 이웃 상인들과 하루 일과를 공유하며 상인들 간의 결속력을 다지게 될 것입니다. 강화도는 역사문화적으로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자원이 제대로 순환,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풍상회 청년들은 이런 풍부한 자원들을 활용하고 순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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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청년들은 강화도에서 살았던 적이 없는데요. 지금은 강화읍에 집을 얻어서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살고 있는 공간을 바꿔서 쉐어하우스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강화도는 역사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우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역이자 자연적으로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강화도는 서울 근교에 위치하고 있어서 관광객 수가 많은데 관광객 대부분이 펜션 여행이나 관광지만 휙 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강화도에 살고 있는 청년과 관광객이 교류하고 지역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펜션이 즐비한 강화도를 외국인이 하루 이틀 묵으며 여행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게스트하우스를 활용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지역에 색다름을 제공하고 지루한 읍내 상권을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게스트하우스는 조선 후기 철종이 지내던 용흥궁이 있는 골목에 있습니다. 이곳은 강화도에 살고 있는 학생들도 자주 오가는 골목입니다. 앞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주변 골목을 중심으로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과 교류하여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요즘 참 즐겁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 청풍상회 청년들이 여유롭게 생활할 정도의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즐겁게 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자란 강화도에서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글_ 김토일 (28기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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