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에는 4,100여 명의 후원회원이 계십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연구원들이 직접 얼굴을 뵌 분은 많지 않습니다. 모든 후원회원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게 마땅하지만, 그러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회가 닿는 대로 최대한 많은 분을 뵙고 감사 메시지를 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천홍주 후원회원 역시 희망제작소가 그간 만나 뵙지 못했던 분입니다. 무려 2010년부터 희망제작소와 함께하고 계신데요.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이야기에 천 후원회원은 “저는 인터뷰할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라며 한사코 거절하셨습니다.
하지만 연구원들에게 후원회원은 한 분 한 분 모두 소중하고 가치 있는 분들이기에 꼭 뵙고 싶었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날, 천홍주 님을 뵈러 길을 나섰습니다.
건강 회복 후 주위를 둘러보며 기부 시작해
“2008년에 급성 A형 간염으로 수술을 받았어요. 그 때 큰아들의 간을 이식받았는데요. 죽다 살아나니까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더라고요.”
건강 회복 후 조금씩 주위를 돌아보게 되었다는 천홍주 후원회원. 이후 크고 작은 단체에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희망제작소도 이맘때쯤 알게 되셨다는데요. 인터넷으로 희망제작소의 활동 소식을 처음 접한 후 취지와 활동에 공감하고 1004클럽에 가입하셨습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좀 더 많은 분이 시민운동과 시민사회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으니까요.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삶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멀리 그리고 넓게 보는 게 중요하다
인터뷰 내내 천홍주 후원회원은 ‘멀리 그리고 넓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의 사람들과 환경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지요. 크게 보면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세상의 일이 곧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이셨습니다. 천 후원회원은 특히 빈부격차와 양극화 등에 관심이 많은데요. 관련 단체 여러 군데에도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끄러워요. 참여 중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기부잖아요. 저 역시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거고요. 실제 실천하며 활동하시는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 말이죠.”
1004클럽 93번으로 약정했던 1천만 원 기부를 달성한 천홍주 후원회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천 후원회원은 ‘한 것이 별로 없는데 반성하게 된다’며, 새 번호(422번)로 1004클럽 기부를 다시 시작하셨습니다.
이번 기부는 인생의 소중한 동반자인 아내 이은경 님과 함께하기로 하셨습니다. ‘반성’과 ‘부끄러움’이라는 말을 연신 내뱉는 천홍주 후원회원을 보며 실천의 힘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그 실천이 하나둘 모여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 글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 bliss@makehope.org
– 인터뷰 진행 및 사진 : 박다겸 이음센터 연구원 | alexiapark@makehope.org,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 bliss@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