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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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1층 입구에 들어서자 앙증맞은 촛불이 반긴다. 명찰에는 ‘응답하라 4339’라는 이미지가 보인다.
무엇을 응답하라는 것일까? 4339? 이 숫자의 의미는? 호기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은 6,147명이다. 이중 4339명이 아직 한 번도 희망제작소를 방문하지 않은 후원회원이란다.
그래서 이번 후원회원 송년의 밤은 그분들을 모시고 희망제작소의 속내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엮으려는 것이다.

2층에 들어서자 파란 등에 몇 개의 글자가 보인다. 오프너마을? 지혜창고? 서당마을? 이모작마을?

오프너는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에서 내년에 열 아이디어 모집 홈페이지라고 한다.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다.

지혜창고에는 지난 2006년부터 희망제작소에서 발간된 서적과 전국의 NPO에서 전달된 자료들이 수북하다.
아~ 이곳에 있으면 우리나라 비영리단체의 실상을 낱낱이 볼 수 있겠구나~ 그런데 희망제작소는 무슨 자료들을 이렇게 많이 발간한 거야? 역시 희망제작소는 희망 일번지라는 생각이 든다.

서당마을? 아~ 언뜻 보기에도 이곳은 희망제작소의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곳인가 보다.
내안의 편견?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막 떠오른다. 과연 나의 편견은 무엇이 있지? ‘많이 배웠다고 해서 많이 깨달은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도 큰 깨달음으로 이 세상을 바르게 살 수 있지 않은가?’, ‘혼자 사는 사람들은 분명 무슨 좋지 않은 사연들이 있을거야’ 바로 이런 것들이 내 안의 편견이지. 편견도 교육의 한 아이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새롭다.

이모작마을은 이름에서도 유추가 가능하다. 최근 우리나라도 고령인구의 증가로 은퇴 전후에 제2인생을 시작해 브라보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소개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에 관한 일도 희망제작소에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벽면에 짝꿍명함이 보인다. 연구원들이 멸종동물과 짝을 이뤄서 명함을 만들고 타인과 인사를 하면서 이 짝꿍명함에 대해 소개한단다.

3층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 맛있는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달큰하니 와인 같기도 하고, 과일주 같기도 하고, 바로 뱅쇼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따뜻한 와인을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나? 와~냄새가 일품인데, 맛 또한 그리 독하지 않은 것이 완전 내 스타일이다. 와인 한 모금이 목을 타고 흐르는 순간. 난 이 겨울의 추위를 날려버렸다.

다음은 희망편지방이다. 모든 세상의 희망이 모이는 곳. 희망제작소에서 내가 찾은 희망은 무엇인가, 내년에 난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예쁜 편지지에 쓴 글은 내년 3월 27일 희망제작소 창립기념일에 발송을 해 준단다. 그렇다면 나도 온 마음을 다해 정성스런 글을 써야겠다.

희망제작소 곳곳의 공간을 둘러보니 어쩌면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는지. 1004 클럽 벽에 소개되어 있는 1004 후원회원들의 기부 사연은 나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나는 매월 CMS를 통해 기부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기부 스토리를 가지고 기부를 하고 있다니, 슬며시 나의 기부에 대해서 되돌아 보게 된다.

3층에서 4층으로 오르려는 순간 포토월이 있다. 6,147명의 후원회원 이름이 새겨진 희망별을 배경으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선물해 주고 있다. 희망별 안에 이름이 너무 많아서 내 이름을 찾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찰칵! 머리에 예쁜 사슴뿔 머리띠를 하고서 말이다.

드디어 4층 희망모울 행사장.

멋지다. 노란 빨강 등이 매달려 있고 은빛 종들이 천장에서 빛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잘 꾸몄지? 맛있는 음식도 차려져 있고, 저 멀리 거제도 중앙씨푸드 장석 대표님께서 굴을 보내셨다는데, 통통한 굴 하나를 삼키는 순간 바다가 내 몸으로 들어온 것 같다. 더 먹고 싶었지만, 다른 분들과 나눠 먹기 위해 꾹 참는 센스~

분당제생병원 백현욱 후원자회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후원회원이 직접 사회자로 재능기부를 해 주시는구나. 성우 뺨치는 목소리가 낭랑하고 힘차서 기분이 좋아진다.

“안녕하세요? 원정연입니다. 지금부터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의 밤을 시작하겠습니다.”

5살 최연소 후원회원이 앞에 나와 살포시 인사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깨물어 주고 싶다. 어쩜 또랑또랑하게 말도 잘 하는지! 후원회원들이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원정연 어린이의 아버지 원종철 씨와 고모 원종아 씨는 승용차를 사기 위해 모아둔 돈과 연금보험 해약금을 쾌척해 준 장본인이라는 멘트가 이어진다. 한 가족의 나눔이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한다.

박재승 이사장님의 인사말이 이어진다. 원정연 어린이를 안고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이렇게 희망제작소의 미래가 밝다고 말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한다. 그렇게 희망제작소도 2013년 올해를 무사히 넘기고 있다. 윤석인 소장님이 희망제작소의 부서 소개와 사업을 설명했다. 홈페이지에서 볼 때는 엄청난 사업에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어려웠는데, 한 마디로 희망제작소를 정리도 해 주셨다. “시민과 함께 사회혁신을 실천하는 싱크 앤 두 탱크”라고 말이다.

‘6,147’

화면에 숫자가 뜨고 회원재정센터 최문성 연구원이 후원회원들의 기부 스토리를 소개한다. 담양에서 환경미화원 5분이 급여의 일부분을 모아 매달 보내고, 춘천의 한 수녀님은 적은 월급임에도 불구하고 5천 원의 후원금을 1만 원으로 증액요청을 해 왔다고 한다. 경남 고성의 청련암에 있는 한 스님은 희망제작소 김치찌개데이에 참석했다가 1004 기부자벽을 보고 자신도 동참하고 싶어서 절을 한 번 할 때마다 100원씩 매일 108배를 해서 1,0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기부하는가 하면, 찐빵 공장 새터민 사장님은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으로 기부를 하고, 한 출판사는 책 1권이 나올 때마다 10만 원씩 후원을 한 것이 벌써 1,000만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부 스토리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고 이창식 후회원의 사연도 소개 되었다. 30년 전 강원도 영월에서 중학생 때 상경한 한 젊은이는 구두닦이로 생활해 오다가 삶이 힘겨워 알콜 중독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단다. 어느 날 지체장애인이 리어커를 끌면서 폐지를 주워 돈을 버는 의지를 보고 정신을 차려 세상에 나눔도 실천하게 됐다는 것이다. 5년 전부터 매일 구두수선센터를 찾은 첫 손님의 비용을 2리터 페트병에 담아 희망제작소에 보내고 있다.

그런데 지난 해 2월 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희망제작소 행사 때문에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고 이창식 후원회원은 응급실로 실려 갔고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세상을 떠난 것이다. 갑자기 돌아가셔서 영전사진도 없었어 희망제작소 행사 때 찍은 사진으로 영전사진을 만들 정도였다.

그로부터 2개월 후 3개의 페트병이 희망제작소에 도착했다. 2개는 꽉 차 있었는데, 1개는 반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채워지지 않은 페트병을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페트병을 채울 손길을 기다릴 것인가?” 그래서 용기를 냈다고 한다. 마지막 가시는 걸음을 이웃의 아름다운 마음으로 채워 고 이창식 후원회원의 약속을 지켜주자고 말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면 분명 이 아름다운 기부에 도움의 손길을 줄 것이라고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명의 후원회원들에 의해 고 이창식 후원회원의 약정 후원금 1,000만 원이 모아졌다. 아직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살만한 곳이구나!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프로그램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강산애 전명국 수석총무가 강산애의 무궁무진한 자랑을 늘어 놓는다. 내년에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강이나 섬으로도 함께 가고 싶다.

이번 행사에 경남 창녕 벧엘농장을 운영하시는 박경호 희망제작소 고문이 감을 후원해 주셨다. 매년 11월 초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그곳에 1박2일로 머물면서 감 수확을 돕고 있다고 한다. 내년에는 후원회원들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귀가길에 전남 곡성 미실란에서 만든 오색 발아현미 떡을 선물로 준다고 한다. 그곳 이동현 대표와 두 아들 재혁, 재욱군이 무대로 나와서 편지를 읽어 주었다. 2009년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부는 어렸을 때부터 하는 것이다.”는 말을 들었던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어린이들이, 지금은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의젓한 청소년으로 희망제작소를 찾았다. 내년부터는 저금통 기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 기특하다. 오늘 먼 길을 달려와 준 박경호 고문과 미실란 가족들이 참 대단하다.

최고령 후원회원 이영구 선생님은 내년에는 희망제작소와 후원회원 모두 10%씩 업그레이드가 되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드디어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공연 순서.
10여 명이 나와 키보드, 기타, 젬베로 박자를 맞추면서 노래에 율동을 곁들였다. 각자 연구를 할 때나 사업소개를 할 때는 거침없던 연구원들도 공연에서는 수줍고 어색한 몸짓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아마추어 같은 모습이 오히려 귀엽기만 하다. 저 젊은 연구원들이 희망제작소의 대들보가 되고 그들이 희망제작소를 지켜준다면 우리가 바라는 희망이 더 빨리 이루어 질 것 같다.

오늘 ‘응답하라 4339’를 지켜보면서 그동안 응답하지 못했던 후원회원들이 바로 송년의 밤 행사를 계기로, 교감의 시간을 가졌음이 느껴진다. 발아오색 현미 떡을 손에 들고 집으로 가는 길, 내일 맛있는 떡국을 끓여 먹을 생각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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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최신형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사진_ 김우주 (시니어사회공헌센터 보조연구원)
      우성희 (뿌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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