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30분. 희망제작소에서 전남 장성의 백양사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희망제작소 이음센터 연구원들은 특별한 분들을 만나기 위해 전남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 현장지원팀(이하 현장지원팀)에 근무 중인 여섯 분(김상만, 김상호, 정인숙, 차명준, 최옥녀, 최형열)의 후원회원을 직접 뵙기 위해서인데요.
후원회원을 만나러 전남으로 향하다, 그리고 첫 인연
현장지원팀 후원회원님들과 희망제작소의 첫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총 여섯 명의 팀원이 10년 가까이 급여의 일부를 모아 매달 꼬박꼬박 후원금을 보내주셨고, 얼마 전에는 1004클럽 132번의 1,000만원을 꽉 채워주셨습니다. 차를 타고 달리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어떤 이유로 후원을 하고 계시는 걸까요. 오랜 기간 희망제작소 후원을 지속하게 만든 동력은 무엇일까요.
현장지원팀 후원회원님들이 계시는 백암산 백양사와 백학봉 일대는 ‘대한 8경’으로 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합니다. 짙은 녹음이 레드카펫처럼 펼쳐진 길을 지나자 저 멀리서 최형열 후원회원이 환한 웃음에 손을 흔들면서 연구원들을 환영해주셨습니다. 최형열 후원회원은 현장지원팀의 지역장(팀장)으로 김상만, 김상호, 정인숙, 차명준, 최옥녀 후원회원과 함께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의 환경미화를 책임지고 계십니다.
“2011년 희망열차 프로젝트로 희망제작소를 처음 알게 됐어요. 제 선임이셨던 이형종 지역장님께서 희망제작소의 활동에 감명을 받으시고, 직원들에게 후원을 권유하셨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죠.”
팀의 전 직원이 후원에 동참하면서 현장지원팀에는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입사 후 희망제작소에 후원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사실 이 대목에서 저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좋은 취지와 다르게 억지로 하는 후원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제 우려를 눈치채신 걸까요. 입사 3년 차라는 김상훈 후원회원이 입을 뗐습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후원하지 않았을 거예요. 적은 금액이지만,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현장지원팀 후원회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기부는 돈이 많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최형열 후원회원도 저와 같은 마음이신지 동료 자랑에 바쁩니다.
일상 속 기부, 더 나은 내일을 그리다
“저는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있다 보니 팀원보다 월급이 많아요. 이분들의 급여는 최저임금과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급여 중 일부를 기부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에서 묵묵히 희망제작소를 지지해주는 후원회원분들께는 죄송할 때가 많았습니다. 희망제작소의 대다수 시민/후원회원 프로그램이 수도권에서 진행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도 희망제작소를 믿고 기부한다는 후원회원 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퇴사 이후에도 후원을 계속 이어가는 분도 있습니다.
“임근숙 선생님은 저희와 함께 일하시다가 사정이 생겨서 그만둔 분인데요. 퇴사 후에도 함께 기부하라며 한 달에 2만 원씩 꼬박꼬박 보내주고 계세요. 심지어 지금은 일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오늘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 오셨어요. 같이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참 아쉽네요.”
현장지원팀 후원회원님들의 대부분은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장성 토박이입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특히 40년째 환경미화 작업을 해오셨다는 김상만 후원회원의 지역사랑은 남다릅니다. 백양사 근처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환경미화 작업을 하셨다고 하는데요.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 보니 숲속에 있는 작은 골짜기와 계곡 이름을 모두 알고 계십니다. 김상만 후원회원께 지역 자랑을 부탁했습니다.
“백양사 근방에는 애기단풍이 많아요. 350여 년이 된 홍매화도 자라고 있죠. 조선 시대 때 구충제로 쓰기 위해 심었던 비자림도 7천여 그루가 서식하고 있어요. 가을이 되면 단풍과 비자림이 어우러져 장관을 만듭니다.”
풍광이 워낙 아름답다 보니 여름 휴가철과 가을이 되면 많은 등산객이 내장산을 찾는다고 합니다. 수려한 경관과 수목을 즐기기 위해 내장산을 찾는 사람들은 반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고민도 짙어진다고 합니다. 새 분소로 팀원 중 일부가 부서 이동을 하면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취사, 흡연, 쓰레기 무단투기 등 다른 등산객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더욱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의식이 많이 성숙해졌다고 하지만 가끔 국립공원에서 텐트를 치거나 버너를 사용하고, 쓰레기를 무단투기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성수기에 특히 더 심해지죠. 지역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최대한 좋게 말씀드려도 간혹 몇몇 분들이 저희의 의도를 오해하시더라고요. 모두 자신의 것처럼 생각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따듯한 한마디를 건네는 시민의 모습에서 힘을 얻기도 하신다는데요.
“지나가면서 가볍게 ‘고생하십니다’ 혹은 ‘화장실 깨끗하네요’라고만 말씀해주셔도 힘이 나요.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서 더 깨끗하게 청소하게 됩니다.”
참 고맙습니다, 다시 또 만나요!
인터뷰 다음 날, 최형열 후원회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동료 직원들을 잘 챙겨줘서 감사하다’라며 꼭 다시 만나자는 내용인데요. 헤어지는 순간까지 아쉬워하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던 현장지원팀 후원회원님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덧붙여 앞으로도 희망제작소에 든든한 후원을 약속해주셨는데요. 인연을 귀히 여기고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에서 ‘희망제작소를 왜 후원하실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바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라고 여기시기 때문이 아닐까요.
– 인터뷰 진행: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thomashan@makehope.org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bliss@makehope.org
– 글: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bliss@makehope.org
– 사진: 이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