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2013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지역 대학 청소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은 118만 8천 원이라고 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용역과 계약직 등 불안정한 고용상태라, 해가 바뀔 때마다 고용을 걱정해야 합니다. 특히 대학의 경우 거의 100% 그렇습니다. 세 명 중 두 명은 주된 생계 책임자이며 부양가족이 있다고 말합니다. 월급이 낮고 불안하고 작업환경은 열악하지만 부양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분들입니다. 희망제작소에서 이번 주부터 시작하는 ‘사다리 포럼’을 준비하면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한국에는 이런 청소 노동자가 6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됩니다.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 나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자체를 철폐하라’고 외치는 노동계와 ‘비용절감으로 경영효율성 증대’를 외치는 재계 사이의 간극은 좁아지지 않습니다.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세계를 호령한다고 합니다. 이런 나라가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을 대하는 방식은 야박합니다. 벼랑 끝에서 일하는 분들은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일까요? 그분들의 삶은 이 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과정에서 버리고 가는 카드인가요? 부끄러운 일입니다.

위의 청소 노동자와 같이 열악한 처우에다 성장 가능성이 낮은 일자리를 ‘막다른 일자리’ (dead-end job)라고 합니다. 일자리의 ‘막다른 골목’ 같은 곳이죠. 목소리 높인 구호도 필요하지만, 그 골목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실질적 대안이 필요합니다. 월급도 고용 안정성도 높여야겠지만 무엇보다 자존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짜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그 일이 막다른 골목이 아니도록, 성장의 ‘사다리’를 놓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막다른 일자리의 대안을 찾기 위해서 우선 대학 청소 노동자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낡고 오래된 문제를 새로운 현미경으로 들여다봅니다. 이번 주 열리는 첫 포럼에서는 전혀 다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현장형 해법을 찾겠다는 목표 아래 함께 모여 ‘대학 청소 노동자’라는 한 가지 주제를 고민할 것입니다. 경제전문가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 재정학자인 김태일 고려대 교수, 복지전문가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등이 일자리 문제 전문가인 박태주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 위원장,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본부장 등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합니다.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다양한 전문가들도 포럼에 함께 할 것입니다. 노동문제는 늘 노사와 노동전문가만 모여 논의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융합적 시각으로 문제를 보기 위한 틀을 짰습니다. 이런 틀을 짜야 새로운 시각의 대안이 나옵니다.

한 가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 도구와 기술을 혁신하는 방안,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모두 내놓고 토론할 것입니다. 대학 청소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하는 답을 찾아 제시하고 현장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상 모두를 한 번에 변화시키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보다, 가장 어려운 곳의 아주 작은 문제 하나라도 모두가 마음을 모아 해결해 보자는 접근입니다. 희망제작소가 그동안 추구해 온 사회혁신에 대한 연구가, 한국사회의 가장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시작합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추신 : 나를 둘러싸고 있는 틀에서 잠시 벗어나 미래를 상상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마주하며, 마음 속에 잠들어 있는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하고 싶은 직장인분들께 퇴근후Let’s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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