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 중자에 얼음 막걸리 한 잔의 사연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어릴 적 목청껏 불렀던 동요가 줄줄 땀과 함께
이마를 타고,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6호선 효창공원앞역에서부터 원효전화국 옆 PC교육장까지 가는 길에 만난 6월의 햇살은
예년 초여름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작년 겨울,
유난히 많았던 눈 소식.
길었던 추위.
그리고 봄볕을 보기 어려울 만큼 봄날 내내 내렸던 빗줄기.

그래서 일까
갑자기 쏟아지는 햇살에 쉬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열두분의 선생님들께서 이 길을 매주 걸어 다녔을 걸 생각하니 조금은 죄송하고 또 고맙다.

원효전화국을 지나 교육장소인 ‘KT자산운용 개발 센터’ 정문에 진입하니
입구에서 큰 목소리가 뒷덜미를 잡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나는 큰 소리로 대답한다.
“예. 우리 선생님들께서 여기서 PC교육을 받고 있는데요. 면회 왔습니다.”
‘면회?? 이건 아닌 것 같은데..어쨌든 ^^’
나는 또 큰소리로 물었다.
“교육장이 어딘가요??”
“아..예, 저 길로 쭉 들어가셔서 왼편으로 들어가시면 2층 계단이 보일 겁니다. 그리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2008년부터 꾸준히 행복설계아카데미를 수료하신 선생님들에게
PC활용기초교육을 해 주고 있는
KT의 IT서포터즈는 2007년 2월,
IT 소외계층과 전 국민의 IT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한
봉사활동 전담조직으로 출범했다.
그 당시 IT서포터즈 단원들이
소외계층에게 IT를 가르치는 영상을 TV CF를 통해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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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와도 인연이 있어 당시 IT서포터즈가 아름다운재단에 서비스기부를 하는 내용이 인터넷 신문을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희망제작소와도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강사님의 강의 소리가 들린다.
열려진 문틈으로 살며시 쳐다보다
12기 김정훈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선생님께 간다고 미리 문자를 보내놓은 터라
눈짓만으로도 반가움이 듬뿍 묻어난다.

4시 50분.
2시 반부터  시작된 교육이 두 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아직 끝나지 않고 강의가 진행 중이다.

뒷문을 열고 살며시 들어가 빈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카메라를 빼내어 뒤로 나가
살짝 한 컷
찰칵~
그러나 후레쉬가 번쩍하고 터진다.
‘이런..’
아니나 다를까
강사님이 째려보며 묻는다.
“거기 누구신데 강의 중에 들어오셔서 사진을 찍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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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님과는 일전에 희망제작소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어
“예~, 희망제작소에서 온…”
“아..연구원님…”
서로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한다.
선생님들은 그제야
박수를 치시며 환호성을 보내 주신다.
나는 배시시 웃는 것으로 강의를 방해한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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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가 넘어서야 강의는 끝났다.

강의가 끝나자
행복설계아카데미 9기 박수천 회장님이 일어나 다음 강의 일정을
참석하신 선생님들과 상의하여 결정한다.
반장이시란다.

원래 강의는 오늘로 끝날 예정이었지만,
강사님의 열의와 학생들의 열정으로
5주 연장하기로 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가시는 강사님께
아름다운가게에서 구입한 작은 선물을 전달했다.
“강사님, 다음번 강의도 맡아 주실꺼죠?” 하는 강압적인 질문(?)과 함께…
이건 선물이 아니라..청탁? 혹은 뇌물?

교육을 들으시는 선생님들의 칭찬이 너무 자자했다.
너무 열심히 가르쳐 주신다는…
이 강사님을 놓쳐선 안됐기에..

‘KT자산운용 개발 센터’ 앞길은 시장이다.

돌아가는 길에 먼 길 왔다며
박수천 회장님과 11기 조병무 총무님이 발길을 잡는다.

그래서 찾아 들어간 곳이
족발집.
두 분 모두 약속이 있어
짧게 먹고 가자시더니…
족발 중자 하나에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막걸리 두 주전자를 얼큰히 들이키시고서야
족발집을 나섰다.

한 낮의 기세는 아니어도
아직 훤히 밝히고 있는 초여름의 그림자 긴 햇살.

잘 가라며 다독이는 손길에
고개를 꾸뻑 숙여 인사하곤
다시 6호선 효창공원앞역으로 향했다.

벌게진 얼굴,
웃음이 났다. 
단순히 달달한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반가이 맞아주고 배부르게 채워주시고도 오느라 수고했다며 고마워하시는
선생님들의 인정(認定) 때문일까?

이유야 어쨌든 나는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내내 쉬지 않고 히죽 히죽 웃고 있었다.

글_시니어사회공헌센터 김돈회 연구원(forest4u@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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