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막걸리 숙취 특효약

현재 행복설계아카데미 14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교육 후기와 소소한 생활속 이야기, 좋은 글 등을 함께 나누고 있는데요, 카페에 올라온 글 중 14기 박종수 선생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우리 또래의 사람들은 대개 막걸리와 관련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합니다. 막걸리를 사오는 심부름 도중에 막걸리 주전자에 입을 대고 찔끔 찔끔 마시다가 취해버려서 온갖 우스운 얘기거리를 만들거나, 마셔서 양이 줄어든 주전자에 물을 섞어 갖다바치다가 들켜 꿀밤을 맞던 기억같은 것 말이지요.

근래 막걸리 유행이 일어 막걸리 종류가 많아졌습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에도 상륙하여 일본 사람들도 막걸리를 많이 마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를 마시는 것 같습니다. 길거리에서도 막걸리를 파는 집이 아주 많이 생겨난 것을 보았습니다.

[##_1C|1085357988.jpg|width=”400″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행복설계아카데미 14기 박종수님 _##]3월 17일 목요일, 행복설계아카데미(이하 행설아) 수업이 끝나고 ‘막걸리 마시기 만원 클럽’을 간다할 때 제 마음에 약간 동요가 일었습니다. 막걸리를 마신다는데 끼어들까..말까…하고요. 막걸리는 마시고 싶지 않고 만원 클럽엔 따라가고 싶었던 것이지요.

저는 요상하게 몇년 전부터 막걸리만 마시면 다음날 머리가 아프고 몸이 이리저리 부대끼는 걸 느낍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 심부름으로 막걸리를 사오면서 그 맛을 이미 다 터득했는데, 나이들어 막걸리를 못마신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저는 요즘의 막걸리 제조법에 혐의를 두고 ‘어디 예전의 양조장에서 만들던 그런 막걸리는 없는가’ 하고 지방을 여행할 때면 꼭 알아보다가 가끔 색다른 막걸리를 찾아내 ‘이거다’ 싶어 마셔보고나서  ‘또 속았다!’ 하면서 실망을 하곤 합니다.

요즘 막걸리와 나의 불화에는 아마 정신적인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몇년 전 안동권씨 종가집 자손인 친구가 갑자기 저세상으로 가버렸는데 그 친구가 유독 좋아하여 마셔대던 술이 요즘 시중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막걸리였습니다.

저는 그 친구가 가버린 다음부터는 그 술병을 보는 것조차도 싫어하게 되었고 자연히 막걸리를 마시지 않게 되었는데, 근래들어 유행을 탄다 싶어 막걸리 좌석에 끼어들어 마셔보면 그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제가 일부러 상점에 찾아가 S막걸리를 골라서 사다가 마셨습니다. 일단 먹을 때는 머리 아픈 줄을 모르니까 혼자서 한 병을 다 마시고선 취흥이 올라가지고 여기 행설아 글판을 찾아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말도 걸고, 시비조로 댓글도 달아보았습니다.

오늘 아침 다시 여기로 들어와 어제 제가 써논 것들을 보니 보기에 따라서는 농담조가 넘치는 것도 있어 지워버릴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은 행설아 14기에 들어와 즐거운 느낌을 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라 여러분이 양해할 정도는 된다 싶어서 그대로 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럼, 어제 왜 안 마시던 S막걸리를 사서 마시게 되었는가를 말할 순서가 되었습니다. 어제 이발을 하러 동네 단골 이발소에 갔는데 손님으로 와있던 모르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학교 동창 선후배인 듯 했습니다.

“서울지방에서 막걸리가 다섯 군데 공장에서 나오는데, 겉으론 보기엔 같은 상표 막걸리지만 따져보면 제조공장이 달라서 막걸리 값도 약간씩 차이가 나고 성품도 달라…”
자기에게는 구로공장에서 나오는 막걸리가 잘 맞고 뒤끝도 개운하더라는 얘기였지요.

대화하는 상대방도 처음 듣는 얘기라 하면서 “그럼 막걸리를 살 때 어느 공장에서 나온 것인가를 살펴야겠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다음 이발을 마치고 오는 길에 길가 수퍼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과연 구로공장이라 적힌 병을 확인하고 골라내 사게 된 것입니다. S막걸리라는 상표가 붙은 반대쪽을 보면 작은 글씨로 어느 제조공장 출신인지 쓰여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오늘 아침 머리가 안 아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머리가 안 아픈  이유는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출신 성분이 구로공장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술을 마시고 나서 취흥이 돋아 행설아 게시판을 기웃거리며 기쁨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인지 정말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결론 짓습니다…’행설아를 만난 기쁨이 막걸리 후유증이던 두통을 밀쳐내 버린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아마도…이 결론이 맞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정식으로 행설아 14기 동지 여러분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절로 굴러오는 나이만 먹고 내가 애써 채워야하는 덕성에는 부족함이 많은 채로 여러분들과 만나게 되었으니 접어주시고,  도와주시고, 조언도 해주시고, 끌어도 주시고…
또 막걸리도 사주시기를 …^^

행설아 만세~!!!!!

글_박종수 (행복설계아카데미 14기)

시니어사회공헌센터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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