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완차이, 지역사회를 살린 비결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여행사공공의 야심작 ‘세계사회혁신탐방(Social Innovation Road)’은 대륙별 사회혁신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사회혁신의 세계적 동향을 파악하고 사례별 구체적인 방법론을 습득할 수 있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입니다. 7월 8일~14일 진행된 세계사회혁신탐방 Asia 1기 원정대는 사회혁신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홍콩과 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우리 함께,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사회혁신탐방 Asia 1기 원정대의 사회혁신 탐방기를 연재합니다.


⑤ 세계사회혁신탐방기 홍콩 완차이, 지역사회를 살린 비결

세인트 제임스 세틀먼트(St James Settlement)는 1987년 설립된 홍콩의 대표적인 사회복지시설이며 비영리기구이다. 홍콩정부에게 지역사회복지서비스사업을 위탁받아 완차이 지역에 근거를 두고 이 지역의 주거관리에서부터 공동체 형성과 유지, 건강관리, 일자리 창출까지 지역사회를 위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차이는 홍콩 섬 중앙에 위치한 지역으로 6차례에 걸쳐서 바다를 매립하여 마을의 모습이 갖추어졌다. 홍콩에서 가장 소득이 높고, 고학력자들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경제활동인구비율도 높은 전형적인 도시주택지역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완차이 지역에 주목할 만한 이슈가 거의 없었으나 재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동산 개발로 인해 다수의 전통적인 중국식 건축 유산들과 오래된 사당, 사찰들이 철거될 위험에 놓인 것이다. 한편 고령인구 역시 꾸준히 늘어나 이들을 위한 여러 사회 서비스들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지역사회의 위기와 변화에 맞서 제임스 세틀먼트는 지역사회의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자기 정체성과 비전을 재정립하게 된다. 우선 완차이 지역의 지역 자산(Asset Base Map)을 만들고 고령인구들의 경험과 기억을 역사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신구의 조화와 동서양의 문화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으로서의 완차이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제임스 세틀먼트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역할이 단순히 노약자에 대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를 점검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활동은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구체적으로 사업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완차이 지역을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만들겠다는 홍콩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정부에게 전달하면서부터 시작될 수 있었다.  

[##_Gallery|1096631223.jpg|제임스 세틀먼트|1352182969.jpg|제임스 세틀먼트|1045554018.jpg|제임스 세틀먼트|1035905665.jpg|제임스 세틀먼트|1364969949.jpg|제임스 세틀먼트|width=”400″ height=”300″_##]


제임스 세틀먼트 코드 1. 커뮤니티참여플랜

제임스 세틀먼트는 지역주민들이 지역에 대해 갖고 있는 의견을 수렴하여 공동체의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대규모 자본과 유통망에 맞서 소규모 매점과 기념품들을 판매하는 구역을 보존하는 사업을 전개한 것이다. 홍콩 정부는 철거 후 보상정책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지만 돈으로는 지역 공동체를 형성할 수도 이웃 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도 없다는데 뜻을 모으고 거리를 보존하면서도 개발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완차이 주민들과 제임스 세틀먼트는 설계사, 디자이너들과 함께 어떻게 거리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토론과 워크숍을 실시하고 그 대안을 정부에게 제시한다. 그 결과 완차이 지역의 전통적인 청첩장 인쇄거리는 보존될 수 있었고 보존 지역을 제외한 주변 지역을 개발하기로 타협을 이끌어 낸다. 이는 지역 재개발에 있어 대단히 모범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졌으며 다른 지역에게 정부와의 협상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유휴공간을 커뮤니티 파크로 활용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주민들이 공원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전문가가 이를 설계하여 시공하는 방식이다. 집에 있는 마루 같은 느낌으로 공원이 만들어 지고 있다고 하는데, 공원이 완공되면 완차이 주민들의 생활모습을 촬영해서 영화 상영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임스 세틀먼트 코드 2. 지역경제활성화

제임스 세틀먼트에서 또 하나의 중점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분야는 지역경제 활성화이다. 2001년도부터 홍콩 경제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완차이 지역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부동산 개발 때문에 투기가 과열되면서 지역경제가 불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제임스 세틀먼트는 지역화폐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고 완차이 주민들과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지역화폐위원회를 만들어 자율적인 사업을 전개한다.

지역화폐는 지역주민의 노동을 화폐 단위로 환산한 것으로 타임(시간) 쿠폰 형태로 발행된다. 변호사의 시간당 비용과 청소 노동자의 시간당 비용은 다르나 노동의 가치는 동일하다는 것이 완차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를 위한 서비스를 한다면 그 시간만큼을 화폐로 환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네 아이를 60분간 돌봐주면 60분 단위의 지역화폐를 받을 수 있고 그 화폐를 지급하고 나의 망가진 컴퓨터를 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여 시간을 서로 교환한다고 보면 된다. 회원가입 후 타임 쿠폰 샵을 통해 누구나 타임 쿠폰을 사용할 수 있으며 물건을 기증한다거나 자원 활동을 할 때에도 시간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상부상조와 신뢰에 의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고, 지역 공동체가 강화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주부들의 재봉기술을 활용해서 수공업으로 핸드백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사업도 하고 있는데 명품 브랜드에서 재봉의뢰가 들어와 소득 창출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유기농 야채를 재배하고 판매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마을 아저씨들로 구성된 집수리 봉사단은 지역 싱글맘 가정의 각종 설비 시공을 담당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요금만 받고 향후 고장이 날 경우를 대비하여 AS 교육까지 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 매우 호응이 높다고 한다. 

제임스 세틀먼트 코드 3. 지역문화건축물보존

제임스 세틀먼트에서 요즘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야는 문화와 건축물 보호 사업이다. 이 지역의 전통적인 생활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주민들이 완차이의 문화, 생활풍습을 보존하고 기록하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 장인들의 제품을 홍보하고 그들의 문화를 담고 있는 건축물을 보존하고, 유휴공간을 아트센터로 만들어 골동품들과 전통문화의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완차이 전시관에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모습과 생활 소품을 전시하여 홍콩의 젊은이들에게 전승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 완차이 지역의 역사 건축물 투어 루트를 운영하고 주민들에게 가이드 교육을 실시하여 외국인 방문 시 직접 투어를 주도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옛 건축물 투어, 귀신 투어, 신규건축물투어, 옛 거리 투어 등 4개의 루트가 개발되어 있다고 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전통문화를 전수하는 사업도 실시하고 있는데 대나무를 활용한다거나, 떡을 만든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에어컨 커버를 만드는 일을 하던 주민이 대형업체에 밀려 일거리가 줄어들자 지역 청소년들을 모아 우편함 만드는 기술을 전수하여 소득을 보전하는 일이 제임스 세틀먼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마을 활성화를 위해서 중간지원조직의 존재와 기능이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다. 제임스 세틀먼트는 모범적인 중간지원조직의 모델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다. 한편으로는 정부와 민간기관과의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민간 기관이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일을 제임스 세틀먼트는 훌륭하게 해 내고 있다. 사업은 있되, 마을은 없고, 돈은 있지만 공동체는 사라진 우리 사회의 마을 만들기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_2C|1396668721.jpg|width=”340″ height=”25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1399683067.jpg|width=”340″ height=”25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 유기농 상점(완차이 마을기업) : 완차이 부녀회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여 계절음식, 명절음식, 과자류를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월요일, 목요일에는 야채를 구입할 수 있다. 모든 거래는 홍콩달러와 타임쿠폰으로 이루어진다.

[##_2C|1331181446.jpg|width=”340″ height=”22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1345460608.jpg|width=”340″ height=”22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중고공산품가게 (완차이 마을기업) :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어져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사용하다가 상설매장으로 발전했다. 오래된 옷을 가져가면 젊은 디자이너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옷을 리폼해 준다. 매주 화요일마다 거리 패션쇼가 열린다.


[##_2C|1349852717.jpg|width=”340″ height=”25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1194225090.jpg|width=”340″ height=”25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완차이 마을기업에 회원 가입을 하면 60분 상당의 쿠폰을 받게 된다. 시간쿠폰은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으며 덤핑이나 할인도 안 된다. 2개월에 한 번씩 회원의 날이 열리는데 이때 신규 회원들 소개가 이루어진다. 상품과 상품을 거래할 때도 개인과 개인의 노동과 서비스를 교환할 때도 시간쿠폰이 쓰인다.

글_ 곽현지 (사회혁신센터 팀장 trust01@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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