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24‘를 아시나요? 며칠 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큰 화제를 낳았던 ‘24인용 텐트치기’ 프로젝트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이렇습니다. 29세의 한 청년이 자신이 즐겨찾던 온라인 DSLR 카메라 커뮤니티 게시판에 ‘흔한 군필자 허세 – 2시간 반 안에 24인 군용텐트 혼자 칠 수 있다’ 라는 글을 올렸고, 격렬한 찬반 댓글논쟁이 일어나 결국 내기로까지 번진 것입니다.
이윽고 9월8일 운명의 장소인 신월동 한 초등학교에서 결판을 내기로 했는데, 이 세기의 내기를 온라인 실시간 중계로 지켜본 사람만 무려 10만 명, 현장에 와서 응원하고 관람한 사람만 4천 명이 넘었습니다. 음료와 다과 각종 장비와 현금지원이 쇄도했고요. 그럼 결과는 어땠을까요? “혼자서도 되는데요……” 였습니다.
온라인 강연 동영상으로 유명한 TED 역시 새롭게 흥미로운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TED는 매년 가장 담대한 꿈을 발표한 이에게 시상하던 ‘소원상’의 수상자로 올해 최초로 사람이 아닌 아이디어 ‘City 2.0‘을 선정했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한 사람도 배제하지 말고 모든 이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우리가 사는 도시, 지구를 본격적으로 한 번 바꿔보자는 것이죠. 지금이야말로 이 아이디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이고, 또 기술의 발전으로 충분히 실현가능해졌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입니다. 이미 세계 각국의 도시들과 사람들이 온라인 대화방을 개설했으며, 이곳을 근거지 삼아 다음 달 10월부터 (서울은 10월13일) 전세계에서 본격적으로 동시다발적인 모임과 활동들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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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둥글게 모여 앉기’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에 접어 들다보니, ‘99%를 위한 사회, 경제, 그리고 도시’ 또는 그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참 많이 듣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구호들은 T24나 City 2.0에 비하면 왠지 좀 남의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위 분들에게 종종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에 대해 여쭤보면, 대부분 ‘다른 나라의 앞선 사례들이 참 감동적이고 부럽기는 한데,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아무래도 100년 전 몬드라곤이나, 바다 건너 스페인, 퀘백,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례를 듣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갈증해소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홀로 ‘24인용 텐트치기’에 도전해 결국 여럿이 함께 하는 소셜축제로 승화시켰던 누리꾼처럼, 작은 일, 작은 배움부터 한 번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사는 서울에 대해 함께 웃고 떠들고 상상하며, 마음이 맞는 이들을 모아내면서 말이죠. City 2.0처럼 트위터, 페이스북, 카톡 등으로 소통하며 정보와 아이디어도 함께 보태면 금상첨화일 겁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 9월 22일, <2012 서울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첫 번째 대화마당 ‘삶터’ 분야의 발제자로 참석해, 이러한 사회 흐름을 바탕으로 현재를 ‘꿀벌의 시대’로 정의내리면서 서울 시민들의 즉각적인 참여를 촉구(?)했습니다.
“여러분, 매년 개최되는 ‘세계 사회혁신가 대회’의 상징이 바로 이 꿀벌입니다. 저도 이미 여러 차례 이 대회에 다녀왔는데요. 호혜와 연대, 그리고 협동의 상징인 꿀벌이야말로 오늘날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풀 수 있는 진정한 매개자, 연결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꿀벌들의 실험과 도전들이 이미 세계 각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이미 이번 런던올림픽이 소셜림픽으로 치뤄졌고요. 제가 지난 여름 다녀와보니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역시 혁신적으로 집단지성과 참여를 통해 도시를 놀랄 만큼 바꿔 나가고 있더라고요.
여러분, 제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거자금을 모았던 거 다 아시죠? 그리고 얼마 전 제 트위터 팔로워 수가 벌써 57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돈 한 푼 없는 시민사회 활동가도 SNS를 활용할 수 있고요, 이를 바탕으로 도전해서 거액 모금도 가능해진 세상입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다 하실 수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다들 시작하시고 또 아이디어 제안하시면 제가 일단 책임지고 맞팔해 드릴게요. (웃음)”
☞강연 미리보기 : 서울 삶터 2.0을 위하여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시장에 이어, ‘서울 삶터’ 분야 사례 발표자로 나선 동작구 성대골 유호근 사무국장은 이같은 ‘꿀벌의시대’ 에는 누구보다도 여성, 특히 어머니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희망동네에서의 오랜 경험을 되돌이켜 볼 때, 지역 내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나가고, 우리 일상과 밀접한 문제들에 쉽게 공감하고 교감하며 힘을 보태는 주역들은 늘 ‘아줌마’ 였다는 것입니다.
“처음 지역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시작할 때, 사실 무척 힘들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서 십시일반 모금을 시작하긴 했지만 과연 가능할까, 늘 고민하고 의문하던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그런데 그 변곡점을 만들어 준 분이 바로 동네 태권도 사범님이셨어요. (웃음) 어쩌다 집에 가는 길에 후원회원가입서를 광고지로 오해하고 한 장 받아갔는데, 아닌 줄 알고 버리려다 안주인께 혼이 났다며 찾아 오셨더라구요. 아주머님이 마침 아이 교육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셨는데 이런 데 돈을 안 쓰면 어디다 쓰냐면서 혼나셨다고 합니다.
그 이후 이분께서 주위 분을 한 분 한 분 소개해서 모시고 오시면서 눈덩이처럼 사람들이 늘어나고 끈끈한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벌써 동작구에만 세 번째 어린이도서관이 만들어지기에 이르렀고, 모든 동마다 하나 이상의 도서관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가구 공방’ 희망가게도 협동조합 형태로 2호점이나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참여하시는 여성분들이 모두 다 그냥 아줌마가 아니시더라고요. 사업을 해 보신 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셨던 분, 회사에서 마케팅을 전공하셨던 분 등이 다양하게 계셔서 일들이 늘 쉽게 추진되곤 했습니다.”
☞ 강연 미리보기 : 동작구 성대골 이야기 (희망동네 유호근 사무국장)
떡실신된 아이들에게는 ‘사회적 부모’가 특효약
삶터 문제 못지 않게 많은 서울 시민들이 고민하는 문제가 ‘자녀 교육’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청춘들도 아파하지만, 어린 아이들도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어른보다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자센터를 처음 기획했던 조한혜정 교수 (연세대 문화인류학과)는 이제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계속해서는 배움과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엄청나게 스펙 쌓느라 피곤하고 피로하고, 떡실신된 상태잖아요? 아니면 굉장히 냉소적으로 방에 틀어박혀서 아무런 연고 없이 인터넷하고만 노는 이런 사회의 일원이 되고 있죠. 그럼 이런 시대에 새로운 배움과 성장은 어떻게 해낼 것인가.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스스로 뭔가를 해내야 하지 않을까요? 주위를 잘 둘러보면 이런 냉소주의에 빠지지 않고 모여서 무언가를 즐겁게 해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스스로를 돕고 서로를 살리면서요. 그렇게 내가 사는 지역을 소생시키는, 즐거운 한마당 위로 자리가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 강연 미리보기 : 교육2.0을 위하여 (조한혜정 교수)
오랜 시간 대안교육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온 대안공간, 민들레 출판사의 김경옥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사회적 부모’로 거듭나는 것이 라고 강조합니다. 14년 전 처음 민들레가 생겨날 때도 그랬습니다. 아이들이 입시지옥을 못 견뎌 하나둘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이를 내 아이의 문제, 그리고 내 아이의 목숨처럼 아파하고 고민하던 ‘사회적 부모’ 들이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누고 공부하고 토론하며 글을 짓기 시작했고, 그 역사와 힘이 오롯이 오늘날의 민들레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조한혜정 교수님 말씀처럼, 학교에서 떡실신된 아이들이 공간 민들레에 오면 먼저 한 곳에서 널브러져 있을 수 있도록, 편히 쉴 수 있도록 편한 소파를 만들어 두었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힘을 차리게 되면 어느 순간 두런두런 수다도 떨게 되었고, 자연스레 함께 책도 읽고 공부도 하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학교 밖의 학교도 상상하게 되었고, 매체도 만들었고, 다른 이들과의 네트워크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또 그럴 때마다 우리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어떤 지혜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처럼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 아이만 키우려고 하는 것이 아닌, ‘우리 아이’를 키우려 하는 ‘사회적부모’로 거듭나기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시대가 사회적경제를 강조해서 말하는 것과 같이 말이죠. 매주 수요일이면 민들레 잡지를 함께 읽고 공부하는 독자모임이 열리는데요, 펴낸 지 14년째 된 올해 8월에는 처음으로 독자들께서 직접 기획, 편집, 원고청탁, 교정교열까지를 직접해내 ‘특별판’을 만들어 내셔서 큰 감동을 받기도 했어요. 덕분에 저희 직원들은 처음으로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구요. 민들레의 진짜 힘은 바로 이처럼 민들레를 정기구독해 읽고 실천하는 6천 명의 독자들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 강연 미리보기 : 6천 독자의 힘, 대안교육 민들레 ( 김경옥 민들레 출판사 대표)
여럿이 함께, 서울 문제 해법찾기
교육과 삶터 문제를 고민하는 분들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해 보고자 도전하시는 분들 또한 많습니다. 이 날 첫 번째 대화마당 이후에도 이처럼 많은 ‘꿀벌 시민들’ 께서 대화지기로 나서 늦은 시각까지 삼삼오오 열띤 대화마당을 이어나갔습니다. 신촌청년들의 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 교육협동조합을 추진중인 <생각실험>, 장애, 비장애 청소년들에게 미술교육을 진행하는 <삼분의이>,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대안은행 <청년연대은행> 등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찾아 헤매는 문제의 해법, 필요한 자원들은 꼭 힘 있는 사람,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바로 우리 이웃, 한 다리만 건너면 쉽게 인연이 닿는 서울 시민들 각각이 가진 생각과 자원들을 나누고 또 연결한다면 ‘관계와 공동체’라는 선물까지 덤으로 얻게 되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화창한 토요일, 여러분도 함께 참여해 보는 건 어떠신가요? 다음 주제는 ‘일터와 과학기술’입니다.
2012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두 번째 위키토크@ 일터와 과학기술
* 날짜 : 2012년 10월 6일 (토) 13:40~18:00
* 장소 : 영등포 하자센터
* 함께하는 사람들
– 최재천 : 과학 2.0을 위하여 (이화여대 석좌교수)
– 김정현 : 적정기술기업 <딜라이트 보청기> 대표
– 윤구병 : 일터 2.0을 위하여 (보리출판사 대표)
– 진무두 : <빅이슈 코리아> 사무국장
* 시민 대화지기
– 김정태 : <MYSC> 이사, <적정기술미래포럼> 사무국장
– 구자덕 : <비영리IT센터 추진위원회> 대표
– 김준호 : <심원테크> 대표
– 박진호 : <소크리에이티브> 대표
– 진무두 : <빅이슈코리아> 사무국장
– 나종민 : <바라봄사진관> 대표
– 문종석 : <다문화 인형극단 ‘모두’> 대표
– 안태호 : <청년유니온> 팀장
– 조은호 : <노들벗> 대표
– 장민경 : <소셜메이트SOM> 공동대표
세 번째 위키토크@ 에코라이프와 나눔
* 날짜 : 2012년 10월 13일 (토) 14:00~18:30
* 장소 : 영등포 하자센터
* 함께하는 사람들
– 천호균 (쌈지농부 대표) : 서울 에코라이프 2.0을 위하여
–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 : 지속가능한 여행을 꿈꾸는 사회적기업
–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 서울 나눔 2.0을 위하여
– 신현욱 (팝펀딩 대표) : 시민이 만드는 크라우드 펀딩
* 시민 대화지기
– 노민영 (푸드포 체인지 대표)
– 박종범 (농촌기획자)
– 김태수 (녹색친구들 대표)
– 강보석 (환경정의 대안사회국 간사)
– 손무길 (아낌없이 주는 나무 공동대표)
– 이성영 (키플 대표)
– 한완희 (빅워크 대표)
– 김성경 (스누마켓 대표)
☞ 참가안내 및 신청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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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이재흥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weirdo@makehope.org)
사진 _ 정우성(espress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