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2020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직업 체험 위주 진로교육을 탈피해 청소년이 지역 안에서 창의적인 일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이시연 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희망제작소 유튜브 ▶ https://youtu.be/rCvkGH8vEDk

※ 본 강연과 워크숍은 모든 참가자의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문진표 작성, 손 소독제 사용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진행했습니다.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전주, 순창, 완주, 진안, 장수 5개 지역에서 총 263명의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참여 청소년들은 사람책 안에서 진로의 의미를 질문해보고, 워크숍을 통해 지역사회 안팎에서 멘토를 만나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탐색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관심사를 지역의 일로 연결하는 내일찾기프로젝트에 참여해 2016년 4개, 2017년 6개, 2018년 12개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냈습니다. 2020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작년에 이어 전북 남원(시내 권역·지리산 권역)과 경남 진주 등 3곳에서 그 실험을 이어갑니다. 청소년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며 나의 진로를 탐색하고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하는 주도적 진로탐색 모델로서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고, 미래세대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청소년의 안전한 만남과 자유로운 활동이 어느 때보다 염려되는 요즘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지역파트너들도 어려운 고민을 안고, 한정된 일정과 공간 안에서 새로운 청소년을 만났습니다.

체온을 검사하고 문진표를 작성하며, 마스크를 쓰고 진행하는 워크숍은 여전히 낯선 풍경입니다. 각 지역에서 어렵게 모인 청소년들이 꺼내놓은 관심과 고민은 무엇이었을까요. 2020년 첫 번째 현장 소식을 전합니다.

동네 이웃들의 일과 삶을 들으며 다시 질문해보는 진로의 의미

진주에서는 지난 6월 27~28일 상상학교 사람책을 진행했습니다.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에 앞서 사람책을 읽고 자신이 생각했던 진로와 일의 의미를 다시 발견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이틀 간 12명의 사람이 다녀갔고, 70여 명의 청소년들이 소그룹별로 관심 있는 사람책에 참여했습니다.

 

💁‍♂ 진주 상상학교에서 진행된 사람책

1일차(2020.06.27. 토)
“알차고 고민하고 책임지고 성장하는 삶” (소희주 / 진주우리먹거리협동조합 진주텃밭)
“꿈이 없어도 괜찮아” (민지영 / 진주 청년)
“커피에 대하여” (박기식 / 단디커피 운영)
“나만의 책 출판” (성수연 / 북씨앗)
“꿈꾸는 행복춤꾼” (김태린 / 김태린춤예술원 원장)
“내 멋대로 살아라” (김순종 / 단디뉴스 편집장)

2일차(2020.6.28. 일)
“자기 결정의 삶” (이원경 / 커피&디저트 클래스)
“20살 영상제작자의 인생” (고민혁 / 영상제작프로덕션 고민비디오)
“너는 뭐가 되고 싶니?” (김보민 / 프로n잡러)
“꿈을 가진 자, 목표가 있는 삶” (조재필 / 월드태권도 관장,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바디 은메달리스트)
“나는 좋은세상만들기본부에서 일합니다” (전윤경 / 진주진보연합 집행위원장)
“인터뷰, 세상을 만나는 방식-인터뷰하는 사람” (권영랑 / 시민기록단 지역쓰담)

사람책이 보여주는 삶의 모양은 각양각색입니다. 자신의 직업에 보람과 재미를 느끼는 사람, 뚜렷한 직업이 없어도 삶을 풍부하게 채우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찾는 사람, 청소년과 비슷한 진로 고민의 과정을 겪었거나,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아직 고민의 연장선에 있는 사람. 사람책에 참여한 청소년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습니다. 쑥스러운 듯 해도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을 엿보기도 했습니다.

한국무용을 주제로 한 사람책의 이야기가 디자인과 그림에 관심 있는 청소년을 만날 때면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사람책의 목적은 직업에 관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과정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학업과 진로 계획을 코칭해주는 멘토나 조언자와는 다릅니다. 무엇을 느끼고 얻어가는지는 사람책을 읽는 청소년 저마다 몫이겠지요.

 

“내가 살아온 삶이 이렇게 지역 구성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구나 싶어요.”

참여했던 사람책 가운데 한 분의 이야기입니다. 직업 너머의 삶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경험은 청소년뿐 아니라 사람책 당사자에게도 의미가 깊은 시간입니다. 강사와 학생 관계가 아닌 이런 호혜적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진로 고민은 내일상상프로젝트가 가진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이어질 프로젝트 활동을 매개로 더욱 다양한 사람이나 자원들과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직접 찾아가 만나고 싶은 진로 멘토 정하기

6월 27일 남원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사전탐색워크숍에는 남원 시내 권역의 중학생 청소년들이 참여했습니다. 올해 내일상상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청소년 간 첫 만남의 자리였는데요. 약 30명의 참여자 가운데, 작년에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이번에 처음 참여하는 청소년 참가자를 반겼습니다.

 

“베이킹에 관심이 있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요.”
“관심 있는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좋아요.”

참여 청소년들은 구체적인 분야를 탐색하기 전에 프리즘 카드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고, 현재 관심사를 표현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참여자도 있는 반면에, 두루뭉술하지만 현재 관심이 있는 활동 혹은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꺼내 놓는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이어진 시간에는 판넬 포스터를 활용해 남원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적 자원들을 소개했습니다. 역사 강사, 소방관, 아나운서, 영상제작자, 그래픽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진로 멘토들을 직접 둘러보고, 포스트잇을 사용해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직접 선택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관심사가 비슷한 6개의 그룹이 만들어졌는데요. 앞으로 각 그룹은 계획을 세워 직접 사람책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진로탐색 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남원 시내 청소년이 선정한 ‘찾아가는 사람책’

“전통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가치 발견” (김보금 / 국악연희단 청연 대표)
“젖소를 키워 우유를 만드는 일” (이성진 / 축산 낙농업)
“홍보물과 다큐멘터리를 위한 영상제작” (최한범 / 유튜버, 보이고 영상제작협동조합)
“건강한 재료로 만드는 쿠키와 커피” (정소미 / 디저트 카페 ‘모련’ 운영)
“광고 카탈로그를 만드는 그래픽디자이너의 삶” (양규완 / 디자이너, 에드업 대표)
“다양한 캐릭터를 담아내는 굿즈 디자인” (박꽃하얀 / 캐릭터 굿즈 디자이너)
“카페 운영과 인테리어, 브랜드 캐릭터 관광상품 개발” (김민화 / 카페 추냔이네 운영)
“국악과 자연을 조화시키는 음악 제작” (박석주 / 박석주 기타아카데미 운영)

직업 너머의 일과 삶이 궁금해

“반드시 직업과 연결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가장 관심이 가는 주제, 살면서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사람을 선택해도 좋습니다.”

남원 지리산 권역에서는 지난 6월 20일 사전탐색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홍보 범위를 확대해 권역 내 4개면 모든 중학교와 인근 대안학교 청소년까지 고르게 참여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데요. 앞선 두 지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인적 자원들을 사전에 조사하고, 청소년들의 관심 분야에 연결한 사람책 활동을 계획해보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지리산권은 동네 규모는 작지만, 문화예술·생태·교육·공동체·대안적 삶과 관련한 풍부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청소년 진로탐색과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 남원 지리산권에서 소개한 지역 인적자원 사람책

“Value Putter(가치부여자)로서의 삶” (김한범 / 산청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 코디네이터)
“빈둥거리며 살지 않는 빈둥카페의 영원한 마담” (이은진 / 카페빈둥 운영, 대안교육 활동가)
“나는 살고 싶은대로 사는 사람” (윤석우 / 생태건축, 농사)
“사람에 관심 많고, 내가 만들어가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뿌나 / 청년작은집짓기, 공동체살이)
“지리산에서 희망의 씨앗을 뿌리다” (정영학 / 희망씨앗농장, 산양유 생산)
“시골의 여유와 자유가 좋다” (이일형 / 마을활동가, 동편제마을기획)
“오늘도 행복한 방송댄스샘” (박명희 / 방송댄스 교사)
“안정된 삶과 평범한 사람을 꿈꾸다” (전제비 / 안내소앞카페제비 운영)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활용하는 크리에이터” (김초롱 / 초등학교/중학교 미술·미용강사)
“맛있는 부엌,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음식문화운동” (고은정 / 식생활독립 관련 활동)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전업작가” (황애리 / 작가, 미술강사)

이번 워크숍의 목적은 단순히 직업인을 소개하거나 연결해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직업 너머의 일과 삶,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사는 의미와 가치를 직접 들여다보기 위함입니다. 선택된 사람책들은 직업 외에도 자신의 표현해줄 수 있는 다양한 삶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은 7월 한 달에 걸쳐 자신이 선택한 사람책들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책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청소년 각자의 관심 분야 탐색에 어떤 힌트가 될까요?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됩니다.

2020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진행됩니다. 직업 체험 위주 진로교육에서 탈피해, 청소년이 지역에서 창의적인 일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남원 지리산), 춘향골교육공동체(남원 시내), 진주교육공동체 결(진주)이 지역의 수행 주체로서 희망제작소와 협업해 청소년의 진로탐색 활동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 글: 이시원 시민주권센터 연구원·lsw@makehope.org
– 사진: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춘향골교육공동체·진주교육공동체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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