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는 은퇴 후 풍부한 삶의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해 비영리(공익) 영역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시니어를 지지하고 격려하고자 2008년부터 <해피시니어 어워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년 11월 28일 프레스센터에서 <2013 해피시니어 어워즈>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어워즈에서는 새로운 공익 단체를 설립해 사회 변화를 이끌고 공익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니어, 공익 단체 활동에 참여해 인생 후반부를 용기 있게 개척해 나가고 있는 시니어,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이웃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시니어, 퇴직 후 지역에 정착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총 5명의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앞으로 총 5회에 걸쳐서 <2013 해피시니어 어워즈> 수상자 분들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뜨거운 응원 부탁드립니다.

“녹음 봉사로 행복을 나눕니다.”박생규 님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녹음봉사자)

제주에서 서울로 매달 한 번씩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녹음을 위해 비행기를 타는 박생규 봉사자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육군 대령으로 예편했다, 지체장애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을 돕겠다는 사명감으로 지금까지 150개월 동안, 도서 122권에 이르는 녹음기록봉사를 하고 있다. 군 출신이지만 장군이 되어 출세한 것보다 녹음봉사를 통해 더욱 보람을 느낀다. 의욕적인 삶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그는 한편으로는 오래 전 아나운서의 꿈을 성우가 되어 실현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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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로 시작한 인생 2막

올해로 13년째, 말끔한 차림으로 녹음실 의자에 앉아 안정감 있게 기기를 다루며 책을 읽는 박생규 씨의 모습에서 자연스러운 연륜이 느껴진다. 76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맑은 얼굴로 조심스럽게 발음 하나하나 신경을 쓰며 진행하는 자세에는 프로를 넘어선 정교함이 있다. 나이 듦이 후퇴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 봉사를 하게 된 계기와 인생 역정에 우연과 필연이 교차한다.

“저는 70세 고희까지 죽을 고비를 무려 11번이나 넘겼어요. 1984년엔 교통사고로 5,6번 경추가 부러지고 손발, 갈비뼈를 크게 다쳐 1년을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지요. 운동하던 습관과 의지로 상당히 회복이 되면서 문득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누굴까 하는 의문을 가졌어요.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들이 참 답답하고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역 후에,? 2000년 8월이었는데 올림픽도로를 타고 부평으로 출근하던 길에 라디오에서 여대생들의 녹음방송 프로를 우연히 들었어요. ‘이거다’ 하는 느낌이 왔지요. 군 재직시절 아나운서의 꿈이 있어 KBS 방송국 아나운서 시험을 보고 합격했지만 포기하고 군대 생활을 했던 아쉬움이 있었는데, 우연히 그날 아침 방송으로 오랜 꿈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어요. 바로 시각장애인복지관을 찾아 그해 말 교육을 받고 봉사를 시작했어요.”

같은 기수로 교육받은 7명 중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봉사자는 박생규 씨뿐이다.

“녹음 봉사는 책을 읽는 속도나 톤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감정이입을 해서 연기를 해야 합니다. 한 평 남짓 밀폐된 공간에서 3시간 정도 작업을 하려면 여간한 인내심 없이는 힘들어요. 성대를 쓰는 일은 하루 3시간 이상하면 무리가 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녹음 작업에는 특별히 지속적인 봉사가 필요하죠. 일정기간 교육을 받은 후 얘기하듯 자연스럽게 낭독해서 청취자가 어색함이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녹음 전 미리 대충이라도 책을 봐야 영어, 일어, 독어 등의 외국어나 계량 단위 등을 막히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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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행복의 조건이다

봉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2년, 아들과 며느리가 제주도로 직장을 옮기면서 손자 손녀를 돌보고자 함께 제주도로 내려갔다. 그 후로는 매월 서울에 올라와 고덕동 큰딸 집에서 3~4일간 머물며 하루 3~4시간씩 도서녹음을 하고 제주도로 내려가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자기도 모르게 지식이 쌓이면서 보람이 커지고 그런 것이 알게 모르게 자녀들이나 손자, 손녀들에게 전해져서 간접 교육의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남을 돕겠다는 봉사를 통해 오히려 배우는 기쁨과 만족감이 커지고 행복감으로 의욕이 넘치는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녹음 봉사자는 80~90%가 여성이다. 남자고 군 출신이라 군대나 전쟁 관련 도서는 당연히 그의 차지가 되고, 무협지나 역사서, 정치소설 녹음을 주로 한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열반하시기 두 달 전에 녹음했는데 돌아가시자 듣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던 일과 ‘바람의 화원’을 녹음하고 이 소설이 TV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시기가 맞물려서 인기가 몰렸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박생규 씨는 제주도에서 가장 바쁜 사나이로 통한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어학공부와 헬스를, 금요일에는 글로벌아카데미 수강 및 토요일 제주대박물관대학 역사문화 강좌까지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하기 때문이다. 일어 4년, 중국어 3년을 배워 웬만한 책을 읽거나 관광 가이드를 할 수 있고 올해는 불어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2006년 제주도 시각장애인 복지관에 녹음실이 생기면서는 1주일에 이틀씩 녹음 봉사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에게 방송기기 작동방법, 발음, 억양, 높낮이, 리듬 감각 등을 교육하는 일도 한다.

제주 외도동 집을 출발해서 서울 상일동 복지관까지 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그동안 꽤 비싼 항공료도 지출했지만 그런 것과 바꿀 수 없는 삶의 에너지를 갖게 된 녹음봉사는 이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의 소명이다.

“저에게 녹음봉사는 행복한 일이고 또한 행복의 조건입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봉사를 통해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제주도에서 사는 것이 점점 좋아진다며 제주도 자랑을 늘어놓는 그의 얼굴에는 긍정이, 긍정을 부르는 힘이 시원한 바다 바람처럼 넘실거린다.

글_ 행설아회 자서전 쓰기 사업단

* 박생규 님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녹음봉사자) 인터뷰

동영상 제작_ 은빛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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