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2024년은 사회적경제에 혹한기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정부는 내년 사회적경제 지원사업 예산을 59%에서 100%까지 삭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약계층 고용이나 꼭 필요하지만 영리기업이 하지 않는 서비스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공동체는 무너지겠죠.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됐으니 법·제도 측면에서 한국에 본격적인 사회적경제가 시작된 지 16년이 됐습니다. 지난 16년간을 되돌아보고, 이 위기의 시기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선영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공간 이사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공간(이하 사람과공간)은 서울 강서구 7개 사회적경제 단체가 함께 지은, 마을을 위한 집입니다. 마을에서 “살고, 배우고, 먹고, 놀고, 일하는” 모두에게 열린 이곳 1층에 ‘카페 좋은날(Social Bean)’이 있습니다. 카페 좋은날은 사람과공간의 7개 조합원(법인) 중 하나인 동네부엌좋은날협동조합(이하 동네부엌좋은날)이 운영합니다.

동네부엌좋은날은 마을에 배고픈 아이들이 없도록 건강하고 따뜻한 도시락을 만들어 전하며 지역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돌봄 활동을 계속해 왔습니다. 카페 좋은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작은 카페를 살리고 그룹홈과 자립준비청년을 체계적으로 지원합니다. 공정무역 커피와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고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을 하는 등 마을에서 친환경 가치를 실천하고 확산하는 데도 열심입니다.

지난 12월 8일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동네부엌좋은날은 2024년 계획을 촘촘히 세워두었습니다.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 바리스타를 교육하고 고용하는 일, 커피박(커피찌꺼기)을 재활용한 제품을 만들어 더 많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 가맹점을 확대해 골목의 작은 카페들을 소통과 나눔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 그런데 정부가 사회적기업 지원 예산을 축소하면서, 오래 고심하고 준비해온 일들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동네부엌좋은날의 설립자인 이선영 사람과공간 이사를 지난 12일 카페 좋은날에서 만났습니다.

-커피 맛과 향이 참 좋습니다. 머핀도 맛있고요.

“카페니까요(웃음). 운영진 중에 국제로스팅대회 심사위원을 지낸 커피 전문가가 있고 브랜드 매니저 출신도 있어요. 카페 좋은날은 순이익의 일부를 대형 프렌차이즈에 밀려나는 지역의 골목카페들을 살리는 데 쓰는데, 골목카페를 살리려면 우선 카페로서 경쟁력을 갖춰야죠. 저희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하는 건 지역에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의미도 있지만,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거든요. 골목카페를 주민들의 소통과 나눔 공간으로 만드는 건 카페의 차별화된 콘셉트로도 볼 수 있고요. 지역의 기업·기관·노동조합과 협력해 가맹점을 확대하는 전략 역시, 지역문제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해서 해결한다는 의미인 동시에 ‘가치소비’에 관심 있는 구매층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해요. 사회적기업도 경쟁력과 수익모델이 필요해요. 소수의 높은 이익을 위한 착취적 수익모델을 추구하지 않을 뿐이죠.”

-동네부엌좋은날은 어떻게 설립하시게 된 건가요?

“지금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강서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합원 중에 학교에서 사회복지 선생님으로 일하는 분이 계셨는데,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르거나 값싼 가공식품만 먹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셨어요. 조합원들끼리 아이들에게 맛있고 건강한 도시락을 만들어 전해주는 봉사동아리 ‘밥은먹고다니니’를 만들었죠. 처음엔 10가구 40명으로 시작해 20가구 100명까지 늘었어요.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후원하는 분들이 생기고, 지역 노동조합이 도시락 배달을 맡는 등 마을의 여러 주체와도 협력하게 됐어요. 자원봉사를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가사와 육아, 돌봄과 같이 주로 여성들이 집안에서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노동(일자리)으로 연결하는 거예요. 그렇게 2021년 6월에 동네부엌좋은날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서울 강서구에서 협동조합 운동을 계속하셨어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2005년부터 쭉 강서구에 살았고 2012년 지인 소개로 강서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에 가입했어요. 그 무렵 동네에 ‘카페 그’라는 작은 카페가 있었는데 흔히 말하는 (집과 직장이 아닌) ‘제3의 장소’였거든요. 퇴근 후에 사람들이 만나서 책읽기 모임을 비롯해 여러 자발적 모임을 열고 작은 행사도 기획하는 재미난 곳이었는데 폐업 위기를 맞았어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카페 그 살리기 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작은 영화제를 열고 골목 바자회도 하고…. 결국 카페는 문을 닫았지만 ‘사람’은 남았고, 이웃이 모여 재밌는 일을 도모하는 데 제가 소질이 좀 있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어요(웃음).

생협을 만나서 좋았던 건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협동조합 교육은 물론 인문학이나 공공성에 관해서도 배우고 토론할 기회가 많았죠. 저는 협동조합 운동이 결핍된 사람들의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충분한 사람들이 굳이 협동조합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결핍된 사람들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함께 해결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주변의 결핍된 사람들을 모른 척할 수 없고, 국가와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공공의 영역, 예를 들면 이웃에 사는 약자를 돌보고 사회적 재난이나 안전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 거죠. 모른 척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저는 사회적협동조합뿐만 아니라 모든 협동조합들이, 협동조합을 비즈니스 모델의 하나로만 여기지 말고 상호부조와 연대의 감수성을 지닌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봐요.”

-지금,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주목해야 할 문제는 뭘까요.

“기후위기 대응과 돌봄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취약계층은 가장 타격을 심하게 받거든요. 기후위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 사회적 약자들은 질 낮은 식재료와 가공식품을 수밖에 없어요. 건강이 나빠지고 악순환의 연속이 되는 거죠. 그럼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예를 들어 지역에 어린이식당이 있으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100원 200원 내고 어른들은 제 값 내고 먹고, 식당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사회적 약자 일자리로 연결할 수 있어요. 이걸 누가 만들고 연결할 수 있을까요. 분명 공공의 영역인데 공공(정부)이 직접 할 수 없고 수익 중심으로 사업하는 대기업 케이터링사업부나 일반 급식업체에 맡길 수도 없잖아요. 공공이 그 지역의 사회적경제 주체들과 손을 잡고 해결해야 해요. 그러려면 공공이 (대화의) 테이블을 열어 놓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서로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정부가 사회적경제 주체들을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 여기고, 차별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대기업 중소기업 지원하는 건 경제 살리기고 사회적경제 지원하면 특혜고 퍼주기인가요. 무슨 엄청난 혜택을 바라지 않아요. 은행 대출조건 같은 걸 일반 기업과 동일하게, 차별만 하지 말아 달라는 거예요.

-강서구협동조합협의회 대표도 겸임하고 계세요. 정부 지원 축소에 대응해 지역의 사회적경제 기업과 단체들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사람과공간이 제안해서 지난 11월 23일에 강서구사회적경제협의회가 포럼을 가졌어요. 강서구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보는 자리였는데 앞으로 자주 모여 이야기 나누며 함께 버텨보자고 했죠. 사회적경제는 결핍된 사람들의 동행이잖아요. 풍족하고 쉬운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잘 버티는 건, 우리가 제일 잘하는 일 중 하나예요(웃음).”

-인터뷰 및 정리 : 이미경 시민이음본부 연구위원

#

관련글

[특집좌담] 위기의 사회적 경제, 무엇이 필요 …

[기고] 자생력 있는 사회적기업 확산과 지방 …

프레스턴, 스스로를 구하려는 10년간의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