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전문가학교를 진행하고 있는 이음센터 한상규 센터장과 휴먼트리 이선희 대표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희망제작소 유튜브 https://youtu.be/8b10vRtIX84
“어때요. 이제 모금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죠?”
희망제작소의 모금전문가학교 교육과정이 6주째 접어든 날, 선생님께서 던진 물음입니다. 그렇게 물어볼 수 있을 정도로 모금전문가학교를 이끈 선생님들은 혼신의 힘을 쏟아 교육생에게 전문 지식을 나눠주셨습니다. 모금 이론을 배우고, 워크숍을 통해 펀드레이징 설계도를 만들었습니다. 직접 후원요청서까지 작성하는 10주간의 교육과정에서 이론과 실습까지 두루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고3 수험생과 함께 모금교육에 신청하다
저는 방학 중인 고등학교 3학년 딸과 그의 친구들 3명과 모금전문가학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학생들은 타라 설리번의 책 <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의 주인공, 소년 아마두의 시선으로 초콜릿 농장에서 일하는 아동들의 강제 노동의 실상을 본 후 제3세계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좀 더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모금전문가학교를 추천했습니다. 막상 학생들이 모금을 배우고 싶다고 하자, 과연 학업과 모금 교육을 병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방학 중에도 매일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늘 피곤함을 달고 사는데도 모금전문가학교 강의시간에는 눈을 반짝였습니다. 모금을 배울수록 더욱 흥미로워진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모금전문가학교 강의를 들으면서 ‘명분’에 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모금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명분’은 기부요청의 정당함을 설득시켜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명분은 사람들이 단체가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게끔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결국 기부자로 나서게끔 변화시키는 마법인 셈입니다.
이 마법은 학생들에게도 나타났습니다. 명분을 깊게 이해한 한 학생은 기부자를 설득하는 방법이 마치 심리학의 뿌리에 닿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에서 문학 전공을 원하지만, 문학의 실용성에 대해 의문을 갖던 또 다른 학생은 명분을 배우고 나서 문학의 중요한 쓰임새를 발견했다고 기뻐했습니다. 학생들은 모금을 공부하는 동안 희미했던 자신들의 미래가 선명해졌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제3세계 여자아이들을 위한 Fairsisters
우리 팀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프리카 커피 농부들과 아이들 지원을 실습주제로 선정했습니다. 때마침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참여할 기회가 생겨 모금 활동을 준비했습니다. 여성영화제라는 특성에 맞춰 잠재 기부자를 여성으로 타겟팅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그래서 개발한 모금프로그램이 ‘Fairsisters’입니다. 제3세계 여아들의 이메일 멘토인 Fairsisters를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100명의 1기 Fairsisters를 모아서 아프리카 커피 마을의 여학생들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준다는 방향으로 모금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모금전문가학교에서 배운 모금의 기본 원리를 어느새 실무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 박노해 님의 <사람만이 희망이다>에 실린 시(詩)로, 지난 10주간 함께 수업을 받은 동기들과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대신합니다.
– 글: 김미영(모금전문가학교 여름특별과정 수료생/학부모)
– 사진: 휴먼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