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총서 20
검은 땅에서 꿈을 캐다

■ 소개

왜 사북 고한은 카지노의 도시로 불리게 됐을까

광산으로 유명하던 검은 도시 태백, 사북, 고한 등은 1989년 석탄 합리화 사업이라는 산업 구조조정 때문에 반쪽 도시가 됐다. 인구의 절반이 떠나고 많은 광산들은 폐광이 됐다. 갑작스런 정부의 조치로 하루아침에 산업과 도시가 초토화된 것이다. 폐허가 된 지역을 살릴 정부의 후속 대책을 기다리다 지친 주민들이 나섰다.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주민이 나서서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다. 특별법에 담긴 지역 개발의 내용은 카지노 건설로 초점이 모였고, 엄청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거센 반대 속에 제정된 특별법으로 태백, 사북, 고한 지역에 카지노가 들어섰다. 카지노는 정부가 빼앗은 지역 주민의 생계를 해결하려고 주민이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50년 동안 태백을 지켜온 필자가 만드는 한국판 몬드라곤

이 책은 태백에서 50년 동안 살아온 지역 주민의 개인사이자 태백 지역 운동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 원응호는 3년 동안 광부로 지내면서 직접 목격한 탄광의 문제들을 알리고 바꾸는 운동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진폐증 문제를 들 수 있다. 탄광의 임금구조 개선에 다들 힘을 쏟고 있을 때 진폐증 문제를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알려왔다. 또한 진폐증 문제가 탄광 지역의 높은 재해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렸다. 탄광 지역의 여러 문제를 다루는 《막장의 빛》이라는 잡지를 펴내면서 자신이 겪거나 발품을 팔아 취재한 내용으로 르포를 쓰기도 했다. 《태백신문》을 창간해 더 넓은 지역 사회에 문제를 알리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원응호가 태백에 지역과 주민이 주인이 되는 ‘한국판 몬드라곤’을 세우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탄광 지역의 열악한 문화와 경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부업 사업을 할 때다. 석탄 합리화 사업으로 경제 기반이 뿌리 뽑힌 태백에서 지역 상공인들과 시민주식회사를 만들기 위한 사업에 참여했고, 몇 번의 사업 실패를 겪으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나 원칙은 주민 중심의 개발이고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렇게 꾸려진 꿈들은 탄광지역개발특별법 제정 움직임으로 옮겨갔고, 시민단체의 반대와 내부 갈등을 이겨내면서 1995년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이 운동은 지역 주민들과 연대하고 지역과 연대한 성공적인 지역 운동의 대표 사례가 됐다. 이 흐름은 특별법 제정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 자활 센터를 세워 지역의 특성을 살린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정부 수급 기관의 지원에 의존하는 빈곤층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더불어 숲 가꾸기와 목공예 등은 숲이 많은 태백의 환경을 살린 사업이기도 하다. 저자는 2008년부터 태백을 떠나 강원도광역자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태백에서 거둔 성과들을 더 넓은 지역에서 실현하려고 한다. 또한 그렇게 만든 한국판 몬드라곤을 전국은 물론 세계로 전파하려 애쓰고 있다.

■ 목차

들어가면서

1장| 지하 막장에서 세상을 보다
1. 토끼 농장에서 꿈을 꾸다
2. 광부로 시작한 사회생활
3. 인생의 막장으로 온 사람들
4. 진폐증과 산업재해 문제에 눈을 뜨다
5. 막장에서 다시 세상으로

2장| 복지회에서 만난 사람들
1. 새로운 도전, 그리고 멘토를 만나다
2. 글쓰기 활동과 지역 신문 창간
3. 삶의 막장에 선 재가 진폐 환자들
4. 부업 지도 사업에서 싹튼 소기업의 꿈
5. 지역에서 희망 만들기

3장| 시민주식회사와 특별법 제정 주민운동
1. 시민주식회사, 주민 주체의 지역 개발에 희망을 걸다
2. 좌절과 또 한 번의 도전
3. 니들이 법을 알아
4. 풀처럼 바위처럼
5. 승리의 함성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4장| 자활 사업으로 피어난 시민주식회사 운동
1. 시민주식회사 정신은 죽지 않았다
2. 자활 센터의 설립과 운영
3. 숲 가꾸기 공공 근로 사업과 자활 영림 공동체의 구성
4. 자활 센터는 지역 개발 회사다

마치면서 ― 자립적 경제 공동체 건설을 향해
나의 메모 이야기 ― 기획의 밑그림 생각 지도

■ 저자 소개

원응호

원응호는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났다. 3년 여의 광부생활을 포함해 10여 년간 탄광과 관련된 일을 했다. 1990년 5월부터 사회복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태백지역자활센터를 거쳐 현재 강원도광역자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지역신문 창간, 진폐증 문제, 특별법 제정운동, 주민주식회사 활동 등 이런저런 지역 활동에도 끼어들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통해 자활 사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사회에 ‘자립적 경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