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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소셜디자이너 12인의 조언

“세계는 위기에 이은 위기로 요동치고 있으며, 우리는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할 뿐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없다. 급격한 변화가 없다면, 인류는 더 큰 박탈과 불의로 향하게 될 것이다.” UNDP는 지난 9월 8일에 발표한 <2021-2022 인간개발보고서>에서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위기의 시대,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고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어나갈 해법은 무엇일까요? 희망제작소가 사회혁신을 앞서 경험하고 실천해온 베테랑 소셜디자이너 12인에게 물었습니다.

경험과 실력 갖춘 ‘사람’이 있다면…

사회혁신의 시작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모여야 무언가 도모할 수 있으니까요. 사회혁신 현장에서 깊은 고민과 다양한 시도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있다면 든든하겠지요. 그런 전문적 경험이 축적되어, 한철 유행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회혁신의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베테랑 소셜디자이너들은 조언합니다.

01. “사람을 지원하라”_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사람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사회혁신이나 사회참여 프로그램들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재정적 자원보다 인적자원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사회혁신 사업에 몰두할 수 있을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사회혁신에 집중할 수 있으면, 그 사업이 된다는 거죠.”

02. “전문성 갖춘 혁신가들이 준비돼야”_서종식 한국사회적경제진흥원 본부장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해요. 전문성을 갖춘 사람(조직)은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서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디자인 방법론, 경험, 사례를 통해서 소화해내고 훌륭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겠죠. 전문성, 경험, 열정, 의지와 같은, 사회혁신 주체들의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03. “현장에서, 경험을 통해 답을 찾자”_박준영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저는 원주의료협동조합 운영 경험을 통해서 돌봄 모델이 보여요. 의료를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제를 만들고, 건강할 때는 웰빙을 잘하게끔 의료 기반을 만들고 웰다잉까지 가서 아프고 질병 있을 때도 존엄하게 돌아가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이걸 비즈니스로 구현할 방법이 저는 보입니다. 결국 사회적경제, 사회혁신이 나아갈 답이 있는 곳은 현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04. “경험을 축적해 우리만의 성공모델을 만들자”_권오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대표
“(소셜벤처의 경우) 우리만의 비즈니스 모델, 즉 인큐베이팅부터 성장과 시리즈 투자를 거쳐 엑시트까지 해주는 모델이 없으면 경쟁할 수 없어요. 시민들로부터 후원을 받든 공적기금의 지원을 받든 마지막 엑시트까지 완벽하게 해주는 모델과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해요. 특정 솔루션이 반짝 유행했다가 또 다시 새로운 영역이 주목받는 게 아니라, 경험이 계속 축적되고 그걸 기반으로 성공모델이 나와야 하는 거죠.”

장벽을 없애고 경계를 넘어

시민사회 영역, 사회적경제 영역, 소셜벤처 영역…. 사회혁신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고민하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영역을 나누고 구분 짓는 일은 그만둬야 합니다.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모호해진 경계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요.

05. “경계가 사라졌음을 인식하라”_전일주 임팩트얼라이언스 기획운영팀장
“사회적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에, 시민사회와 시장을 굳이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요? 정부든 민간이든 산업을 좌우하는 거대한 돈의 흐름이 있고 중간에 파이프를 꽂아서 우리 쪽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인데, 잘 설득해서 가져오면 사람들이 성장하고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거죠. 이 파이프가 없으면 정부예산에만 기대게 되고요. … 경계가 없어졌다, 경계가 사라졌다는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에 비즈니스가 모두 침투된 상황에서 남은 영역에서만 시민사회가 활동하기에는 한계가 있죠. 오히려 치고 들어가야 합니다.”

06. “이분법적 구분 짓기 넘어서야”_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제대로 돈을 벌어본 사람도 없고 심지어 돈을 무서워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돈을 좋아하는데, 공공의 돈을 좋아할 뿐 민간이 버는 돈은 뭔가 나쁘다, 공공의 돈으로 사업을 하는 건 순수하고 민간기업들이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선 순수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식의 구분 짓기가 기업이 성장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07. “모호한 경계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_전효관 前 서울시 혁신기획관
“국가냐, 시장이냐, 시민사회냐 이 경계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시민사회가 비판이나 견제가 아니고 코-프로덕션(co-production)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국가도 기업의 후광이 아니라 선제적 사회투자를 해야한다는 주장도 많기 때문에 지금은 전통적인 생각으로 시대적 난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 모호해진 경계 속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아주 작은 동네에서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볼 수 있잖아요. 큰 규모로 하려면 그 조정이 쉽지 않으니까 작은 규모로 시작해보는 거죠.”

모이자, 연대하자, 협력하자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우리는 함께 모여 행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빠르고 거대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려 한다면,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베테랑 소셜디자이너들은 작고 느슨하게, 천천히 한 사람에 집중하는 일상의 공동체를 만들되 더 높은 수준의 논의와 협력, 더욱 따뜻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08. “느슨한 일상의 공동체 만들자”_최순옥 前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
다양성을 인정하고 느슨하지만 일상적인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지역 거점이 되는 공간이 필요하고,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보편의 언어도 만들어 나가야 하지요. ‘다정한 사회혁신’이라고 할까요. 새로운 제안과 정서적인 공감의 방식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과제를 함께 찾아나가야 합니다.”

09. “천천히 한 사람에 집중하는, 돌봄의 생태계 가꾸자”_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독립적 개체로서 인간이 아니라 상호의존적 존재로서 인간을 만나는, 돌봄의 지점에서 시작해야 돼요. …장년 남성이 아니라 여성과 청년 남성 중심으로, …막강한 구조로 가는 게 아니라 개인들의 네트워크로, 빨리 가르치고 조직화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기다려서 한 사람 한 사람, 지구 위의 한 생명 한 생명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10. “형식적 주민참여 넘어 ‘숙의민주주의’로 가자”_정병순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좀 더 높은 수준에서 실질적으로 주민과 협력하는 ‘숙의민주주의’ 단계로 나아갈 때입니다. 형식적으로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것을 넘어서 정책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결정하고 뭔가 자원을 같이 동원해줘야만 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지향하는, 더 높은 단계의 민주주의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11. “사회적자본을 기반으로 연대·협력하자”_송창석 희망제작소 이사
“사회적자본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를 만들어서 나가야 합니다. 의료생협이나 주치의 제도도 기존 의사단체에서 싫어하니 잘 못하고 있는데, 이걸 협력적 발상으로 바꿔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적은 비용으로, 그 지역에서 꾸려가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해요. 사회적자본을 기반으로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 꾸려나가야 합니다.”

12. “혁신 활동가들의 ‘연대노동’을 지켜내자”_장훈교 <비틀리는 사회혁신> 저자, 前 서울혁신센터 사회혁신리서치랩
“2022년 현재 가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노동문제, 일하는 시민들의 안전이죠. 특히 나쁜 일자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혁신 활동가들의 노동을 우리사회가 어떻게 보장해낼 것인가. 핵심은 연대에 있다고 봅니다. 연대라는 관점에서 시민이 시민을 지키기 위한 활동, 시민직을 수행하는 이 ‘연대노동’의 속성을 어떻게 보호할지가 포스트팬데믹 기간에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연대’를 희망하는 당신을 위한 소셜디자이너클럽!

우리사회 곳곳에서 오늘도 시민들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연대”를 희망하는 소셜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위해 우리시대 소셜디자이너들이 서로 기대어 즐겁게,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전문성을 기르고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는 네트워킹 플랫폼 ‘소셜디자이너클럽’의 문을 엽니다. 소셜디자이너클럽이 위에서 언급한 12가지 과제들을 착실히 해나가며 사회혁신의 든든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보내주세요!

*이 글의 바탕이 된 인터뷰 분석은 희망제작소 ‘브런치포럼’ 참여 연구원들이 함께했습니다. 현재 희망제작소 연구사업본부는 지난 시기 사회혁신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새로운 시대 사회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사회혁신2.0’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연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 정리: 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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