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여행사공공과 함께 사회혁신의 세계적 동향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사회혁신방법론과 사례를 공부하는 세계사회혁신탐방(Social Innovation Road)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 7월 아시아 편으로 방콕과 홍콩을 방문했으며, 2012년 10월에는 오세아니아 편으로 사회혁신의 모범적 실험이라고 불리는 호주의 멜번과 아들레이드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해외연수에 참여한 순천시의회 김석 시의원의 연수 후기를 소개합니다.

외유, 강행, 현안 뒷전, 세금낭비, 특혜, 부실한 결과 보고서, 자질 부족, 묻지마 예산, 부정부패 등 기초의회에 대한 날선 비판과 뉴스를 접할 때마다 먹먹해지고 기가 죽는다. 더불어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거론될 때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특히 시의원들의 비효율적인 해외연수는 비판을 받는 단골메뉴 중 하나이다. 의원들의 개인 사비를 털어서 가는 여행이 아니라 세금으로 가는 연수인데, 뚜렷한 목적과 충실한 결과 보고를 통한 의정활동 계획이 담보되지 않아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의정활동 내내 해외연수는 나와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료를 찾기 위해 방문한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서 ‘세계사회혁신탐방 오세아니아’ 해외연수 공지를 접하게 되었다. 호주정부와 민간단체 사이의 협력, 거버넌스를 통한 사회 혁신 지원 체계, 호주 사회 혁신 기관 방문과 네트워킹 구축을 목적으로 이코노미스트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와 5위, 멜버른과 애들레이드를 속속들이 엿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Family by Family라는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 서비스 디자인, 영국에서 출발한 사회적기업인 The hub와 Hub Melbourne, 세계의 석학들을 초청하여 일정기간 머무르게 하면서 사회, 문화, 경제, 복지 등 애들레이드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 주요 관계자들의 강의와 만남을 주선한다는 연수 계획은 나를 흥분시켰다.

순천YMCA에서 근무할 때부터 마을 만들기, 사회적기업, 주민 공동체,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주요 활동이었고, 시의원이 되고 난 이후에는 제도적으로 조례를 정비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등 주민참여와 자치는 의정활동의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멜버른과 애들래이드라는 도시를 통해서 순천시의 미래를 미리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정체된 순천시 주민자치와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출구 전략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 연수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준비와 용기가 필요했다. 함께 가기 위해 몇몇 의원들을 설득해봤다. “일본이나 중국만 가도 난리인데, 무슨 호주를…” 연수의 목적보다 연수 후 돌아올 비난에 몸을 사렸다. 이 부담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제일 먼저 블로그와 SNS를 통해서 연수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다행히 나의 의정활동과 이번 연수 목적이 맞는 것 같으니 잘 다녀오라, 부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제 순천시의회의원 등 공무 국외출장 조례에 따라 연수 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통과하는 일만 남았다. 의회 사무국은 당황스러워 했다. 의원 1인이 국외 출장이 가는 경우가 없었고, 더군다나 1인을 위해 심사위원회를 개최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장과 사무국은 서면심의로 대체하자고 했지만, 나는 이번 해외연수의 목적과 필요성을 심사해달라고 떼(?)를 썼다. 결국 시민단체, 전문가, 의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여행사공공이 준비한 잘 짜여진 계획과 분명한 목적에 높은 점수가 주어졌고, 이례적으로 다녀온 후 결과 보고를 세미나 방식으로 개최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을 정도였다. 심지어 심사위원들은 비용이 들더라도 이런 연수는 다녀오는 것이 맞는데, 김석 의원 혼자만 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날선 비판을 예상했는데 의외의 반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떠나는 세계사회혁신탐방 해외연수는 10월 19일(금) ~ 27일(토) 7박 9일이라는 시간동안 총 14개의 기관 방문과 17번의 강연 및 간담회 그리고 관계자 약 30여 명과의 만남,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여행사공공은 희망제작소 한선경 사회혁신센터 선임연구원, 현지 가이드, 통역, 현지 기관 가이드(호주사회혁신센터 브렌튼 카핀)까지 동행시켜 멜버른과 애들레이드 사회혁신, 사회통합디자인, 사회서비스디자인, 사회적기업, 거버넌스를 위한 중간지원조직 등 연수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 줬다.

단 1분도 헛되게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열악한 호주의 인터넷 환경에서 비싼 비용(하루 4만 원)을 감내하면서 매일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다. 당시의 흥분을 그냥 넘길 수 없었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즉각적인 공유를 하고 싶었다. 총 18개의 주제로 블로그에 글을 남겼고, SNS를 통해 한국 내 친구들과 동료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또 연수 일정이 끝나거나 잠시 짬이 나면 멜버른과 애들레이드의 곳곳을 탐방했고, 안되는 영어로 현지인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기록했다. 7박 9일의 짧은 일정으로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멜번과 아들레이드에서 방문한 기관과 사람들의 모습들은 지금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실천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영감(inspiration)을 주었다.

이번 해외연수를 통해서 호주의 사회혁신 프로그램을 통째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첫째 호주정부의 정책과 지원활동 속에서 각 섹터간 협력(거버넌스)의 실제 사례(빅토리아 주 교육고용노동부, 애들레이드 스테판 야우드 시장, 애들레이드 Thinkers, 남호주 사회통합디자인위원회)를 만날 수 있었다. 둘째 사회혁신을 위한 재단과 기업, 투자기관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었다. 셋째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 사회혁신을 촉진하는 중간지원조직(허브멜번, 소셜트레이더스, 우리커뮤니티)의 역할과 활동을 섬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넷째 공공 및 행정서비스 혁신을 위한 사회서비스 디자인의 사례(호주사회혁신센터, 패밀리 바이 패밀리, 남호주 사회통합디자인 위원회)와 시민의 아이디어를 공공에 적용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호주에서 발견한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니었나 싶다.

해외연수에서 돌아와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사람들과 하루 빨리 나누고 싶었다. 자랑하고 싶었다. 감동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었다. 심사위원들과 약속한대로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결과보고 겸 순천시의회 사회혁신 세미나를 개최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2005년 순천시와 함께 협력하여 마을 만들기를 진행할 때와 같은 흥분과 감동을 이번 해외연수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고, 이번 연수가 남은 그리고 앞으로 나의 의정활동의 방향을 제대로 바꾸게 해준 귀한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순천시와 희망 순천 아이디어 페스티벌 즉 시민 창안대회를 함께 추진하고 있고, 기획단원 중 1인으로 열정을 다하고 있다.

끝으로 의정활동 방향을 바꾸게 해준 여행사공공의 ‘세계사회혁신탐방’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앞으로 순천에서 사회혁신의 다양한 사례를 접목하는 의정활동을 통해 연수비용을 감가상각해 나갈 것을 다시 한 번 약속한다.

글/사진_ 김석 (순천시의회 시의원 http://www.kimd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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