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는 은퇴 후 풍부한 삶의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해 비영리(공익) 영역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시니어를 지지하고 격려하고자 2008년부터 <해피시니어 어워즈>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013년 11월 28일 프레스센터에서 <2013 해피시니어 어워즈>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어워즈에서는 새로운 공익 단체를 설립해 사회 변화를 이끌고 공익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니어, 공익 단체 활동에 참여해 인생 후반부를 용기 있게 개척해 나가고 있는 시니어,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이웃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시니어, 퇴직 후 지역에 정착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총 5명의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앞으로 총 5회에 걸쳐서 <2013 해피시니어 어워즈> 수상자 분들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뜨거운 응원 부탁드립니다.
정원지기의 삶으로 인생 2모작을 가꾸다
이종수 님 (장봉혜림원 정원지기)
그는 자신을 장봉혜림원의 정원지기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장봉혜림원은 3만 3천 평 넓은 공간에 100여 명의 장애인 이용자와 60명 근무자가 숙식을 함께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동체 환경을 가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장봉혜림원의 새로운 이야기는 이종수 님, 이름하여 ‘정원지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낸 한 시절
이종수(73) 님은 청년 시절 친구들과 농촌 부흥과 이상촌 건설을 꿈꾸며 원예학을 전공했다. 조경학 교수 시절에는 사회 봉사활동으로 ‘푸른부산가꾸기’ 연합체 모임의 공동의장직을 맡았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일을 하라”는 신념으로 62살이 되던 2005년에 교수직에서 명퇴를 하고 한국기아대책기구(KFHI)에 자원해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인근 1,600m 고지에 위치한 쿠무쉬칸이라는 곳에서 농촌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침 호스피스 생활 10년 차에 있던 아내가 사회복지사 공부를 끝내던 시기와 맞아서 함께 우즈베키스탄으로 가게 되었다.
쿠무쉬칸에 기아대책기구가 설립한 농촌개발센터가 있었다. 그는 시범농장에서 봉사단 운영, 농촌지도자 양성, 마을 이미용소 운영, 먹는 물 개발사업, 어린이 교육 지원 사업, 생필품 보급과 교육, 한국 의료봉사단과 연계한 의료봉사 등 농촌 마을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평생을 그곳에 살고 싶어서 타슈켄트에 집을 사기도 했지만 3년 6개월 만인 2008년 8월에 여러 사정으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지인의 소개로 장봉혜림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는 환경개선 사업을 담당하기로 하고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장봉혜림원에 왔는데, 막상 둘러보니 환경개선 사업을 담당한다는 것이 무임승차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전체적으로 환경과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실무자들 중에는 노골적으로 반감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었다. 실무자들은 “이 사업에 사용할 자금도 없고, 이 일을 도울 사람도 없다.”고 잘라서 말했다. 그는 실무자 회의에 참석해서 “예산 외에는 더 돈을 요구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일을 같이 하자고 하지도 않겠다. 대신 단기간에 이루지는 못할 테고 천천히,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이루어 가겠다.”고 말했다.
초창기에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준 사람들은 우즈벡에 있을 때 후원해주신 분들이었다. 그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는 묵묵히 일을 시작했다.
나는 영원한 정원지기
장봉혜림원은 이용자의 사회통합을 제시하는 공동체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곳으로 일반인도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있다. 식당에서는 모두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한다. 시설은 시설 이용자에게 인생의 종착역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되돌아가는 경유지 역할을 하고 있다.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사람은 자신의 수고와 땀을 자양분으로 다른 이들에게 아름다운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선물을 주는 이다.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그가 가꾼 정원을 보며 기쁨과 위안을 얻고 있다는 것에 그는 만족을 느낀다.
장봉혜림원에 있는 숙소에서 부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는 퇴근시간도 없다. 그저 묵묵히 일하면서 시간이 흐르다 보니 노력에 대한 보답이 있었다.
2009년 사회복지모금공동회에서 진행한 장애인 직업재활을 위한 지원사업에 채택되어 6천만 원을 보조받아 원예활동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10년에는 녹색사업단에서 녹색복지공간조성사업 펀드가 채택되어 1억 4천만 원을 받고 사업시공은 옹진군청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되어서 원내 공원화사업의 뼈대를 이룰 수 있었다.
그는 장봉혜림원 업무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일들도 하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 모종을 무료로 나눠 주고, 상점이나 개인 주택의 조경을 자문하고 직접 일을 해 주기도 한다. 다른 복지시설의 녹지나 조경 사업 요청이 들어오면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준다. 조경계획서, 설계서, 현황도 작성, 프로포절 작성, 녹지와 식생에 대한 자문을 하면서 작은 수입이 있으면 장봉혜림원에 기부한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시간이나 대가에 구애받지 않고 즐기면서 노년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장봉혜림원에서 저는 제 인생을 즐기고 있는데 가끔 저를 너무 미화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매우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겸손한 속내를 드러낸다.
세상의 연륜도 교수라는 명예도 모두 내려놓고 그는 자신을 “나는 꽃과 나무를 멋지게 가꾸는 정원지기”라고 서슴없이 소개한다. 그가 지금하고 있는 모든 일들은 생의 든든한 동반자인 부인이 함께하기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 장봉혜림원에서 두 부부가 가꾼 꽃과 나무, 그들의 사랑을 보면서 진정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게 병들지 않기를, 힘이 닿는 한 계속 일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의 소망이 장봉혜림원 정원에 활짝 핀 꽃처럼 이뤄지길 바란다.
글_ 행설아회 자서전 쓰기 사업단
* 이종수 님 (장봉혜림원 정원지기) 인터뷰
동영상 제작_ 은빛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