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품위를 지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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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격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을 발행합니다. 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조선왕조 600년에 이어 대한민국 수도로서도 60여년을 지탱해온 서울, 그 중심에 종로가 있다. 종로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과 후원, 종묘뿐 아니라 사직단,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을 비롯한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고, 인사동과 북촌 한옥마을에는 전통문화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세종로에는 행정의 중심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가 있고, 광화문 일대에는 교보문고를 비롯한 주요 기업 본사들이 자리하며, 대학로에는 젊음과 문화의 움직임이 끊임없이 솟아난다. 종로는 2011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SBS가 공동 조사한 ‘사회의 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였는데, 전통과 현대의 조화 속에서 어떻게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받았을까? 김영종 구청장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 본다.

종로는 서울이다

윤석인 소장(이하 윤): 종로를 한마디로 요약하여 소개해 주시지요.

김영종 구청장(이하 김): 종로는 그 자체가 문화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개할 것이 참 많습니다. 보통 문화재라 하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것처럼 오래 전에 살았던 삶의 흔적을 말하지만, 저는 가장 최근의 삶의 모습들도 모두 문화재라고 생각합니다. 광화문 일대는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전통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북한산과 북악산을 끼고 있어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종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공원이자 역사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종로 곳곳을 돌아보면 마치 숨겨두었던 타임캡슐을 열어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아울러 종로는 청와대를 비롯하여 정부종합청사가 소재한 곳이기도 하지요. 우리 종로는 그 자체가 서울이라고 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겁니다.

윤: 그렇기 때문에 종로구는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 많을 듯합니다. 민선5기 구청장으로서 1년9개월이 지났는데 종로구의 과제는 무엇이며, 어떤 점들이 어려운지요?

김: 종로구 인구는 지난 1980년에 29만 명이었으나 1990년에 24만 명, 2000년에는 18만 명, 그리고 2012년 현재 17만 명으로 지속적인 감소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떠나가는 종로’가 아닌 ‘돌아오는 종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겪는 어려움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예산 확보 문제가 작지 않은 고민입니다. 종로구의 재정자립도는 65.68%로 서울시 자치구 중 4위인데요. 언뜻 재정상황이 풍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재정규모는 25개구 중에서 최하위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로구는 상업시설 증가에 따른 도심 공동화 현상, 재개발 등의 이유로 구민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노점과 쪽방 밀집 지역으로 복지재정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특성상 청와대·정부청사 등 공공건물과 종묘·경복궁 등 문화재, 외교공관 등 비과세·감면지역이 구 전체 면적의 85%에 이르는 데 반해, 행정수요는 그 어느 곳보다 많은 지역입니다. 여러 가지 재정보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사업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에 조정교부금제도 개선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문화재가 많은 만큼 개발이 제한된 곳도 많다는 것인데요. 그동안 문화재는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하는 개념이어서 활용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지역 주민들의 재산 피해는 물론, 시설들이 낡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슬럼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만 하는데, 방금 이 문제 때문에 직원들하고도 한참 논의했습니다. 종로3가에 귀금속 상가가 많은데, 여기가 귀금속거리가 된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과거 조선시대부터 경공업, 금속공예가 활발했던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십수 년 전 무허가 공방이고 환경을 오염한다며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이 지역 공예산업을 상당히 위축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전통공예산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에요. 물론 환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데, 그러면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 아닙니까. 대책은 세우지 않고 안 된다고만 하니 답답한 노릇이지요.

윤: 공예거리를 만드는 정도도 안 되나요?

김: 공예거리를 만들면 유관산업인 쇠를 부식시키는 것이 필요한데요. 중금속을 다루는 이 분야가 양이 많지는 않지만 산업 오폐수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 오폐수를 별도로 수집해서 처리하는 방법을 강구되면 됩니다. 현재도 지역의 오폐수를 그렇게 처리하고 있고, 그 양을 중기청에도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공장을 이전 못하게 금지해 놓으니 지가 상승에 따라 하나씩 사라지는 형국입니다. 제조업은 전체 공정과 연계된 업체가 함께 있어야 하는데, 연관 업체가 하나 빠지면 전체 산업체계가 무너지게 됩니다. 현재 33개 정도 경공장이 있는데, 이와 연계된 500개 정도 업체가 사라질 형국입니다. 잘못하면 이와 연계된 몇 천개에 이르는 귀금속 업체까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종로에서 문화재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업까지 없어지게 만드는 것이지요.
[##_1C|1316411707.jpg|width=”400″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좌)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우)김영종 종로구청장_##]

행정의 중심은 ‘사람’

윤: 민선5기 핵심 슬로건을 ‘사람 중심 명품도시’로 내걸고 계신데, 민선5기 종로구정의 밑그림은 무엇이며, 어디에 중점을 두고 계신지요?

김: 민선 5기 종로구를 이끌어가는 기본 이념은 바로 ‘사람’입니다. 도시에서 ‘사람’ 중심이라는 것은 우선 불편함을 없애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보기 싫은 것을 없애는 일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만 하면 ‘사람이 살기 좋은 동네’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챙기는 일,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복지 측면에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이를 위해 5개 분야 66개 세부 실천사업을 제시하고 추진했지요.

우선, 품격 있고 활기찬 문화예술도시를 만들기 위한 대표적 사업으로 젊음의 상징인 대학로 종합발전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마로니에 공원은 지난 75년 공원으로 조성된 이후 40년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는데, 공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아름다운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마로니에공원 재정비사업’을 오는 11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한 복지도시 구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인데요. 특히 청소년들이 가정형편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무리하게 학자금을 대출받아 취업도 하기 전에 수천만 원의 빚쟁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장학제도 운영과 저리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제도 등을 연구하고 실천방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임금, 힘든 일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 임금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지도하고, 관련기관과의 협력체계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급속한 고령화사회 진입으로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종로구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서울시에서 가장 높습니다. 이에 따라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 전통 고유의 미풍양속인 ‘효’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효 문화 진흥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고령사회에 대응코자 합니다. 지난해 10월 ‘수양자녀 결연식’을 통해 50여 쌍의 새로운 가족이 탄생했는데,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미담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젊은 교육도시를 만들기 위해 젊은 엄마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곳에 작은 도서관을 여러 개 만들어 아이들이 책을 늘 가까이 할 수 있게 하며, 청소년들이 건전한 토요일을 보낼 수 있도록 도시텃밭 체험 프로그램, 우리 마을 바로알기 골목길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쾌적하고 건강한 녹색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종로구 곳곳을 푸르게 할 도시농업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이미 몇몇 곳은 도시농업을 통해 수 년 동안 쓰레기가 쌓여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동네의 골칫거리가 산책로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자랑거리가 되었고, 아이들에게는 좋은 체험학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228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의 공약이행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살기 좋은 동네 = 인심 좋은 동네

윤: 2011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SBS가 공동조사한 ‘사회의 질(Social Quality)’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SQ 조사는 복지, 교육, 문화 등 각종 제도가 개개인의 역량을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는지, 전체 사회의 발전이 개인의 역량 개발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하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김: 종로구가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 평가받은 것 같아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도시텃밭, 골목길해설사 등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다양하게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 사회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보다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살기 좋은 동네’를 언급하며 지리(地理), 산수(山水)와 더불어 ‘인심’이 좋아야 진정 좋은 동네라고 했는데, 토박이가 많은 우리 종로야말로 인심이 넘치는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윤: 골목길해설사가 타 지역에도 있나요?

김: 문화해설사는 있지만, 골목길해설사라는 이름은 종로가 처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종로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장애인문화해설사도 있습니다. 장애인문화해설사 교육은 비장애인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현재 궁궐해설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골목길해설사는 대학로, 북촌, 평창동 쪽을 먼저 시작했고요. 앞으로 효자동을 비롯하여 창신동 등 동네마다 양성할 계획입니다.

윤: 살기 좋은 동네를 목표로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복지와 교육정책을 펼쳐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사업들을 소개해 주시지요.

김: 이제 복지는 어렵고 소외된 일부에게만 지원하는 혜택이 아니라 주민들은 모든 계층과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함께 누릴 수 있는 보편적 복지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종로에는 복지 관련 시설들이 너무 취약합니다. 데이케어센터도 좁은 공간에 25명 정도 근무하고, 그 흔한 보훈회관도 없습니다. 다른 자치구에 다 있는 청소년수련관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종로가 땅값이 비싼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이런 시설들을 확충할 계획이나 의지가 없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취약계층, 소외계층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려고 하는데, 특히 맹인학교, 농아학교와도 관련되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문제는 돈이었는데, 마침 푸르메재단에서 뜻이 있다고 해서 복지재단을 만들기로 했지요. 현재 80억 원 전액을 모금을 통해 만들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로 통하는 우리 전통문화

윤: 세계문화유산 외에도 북촌한옥마을, 청운동 언덕 등 곳곳에 산재해 있는 전통문화유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많은 고민과 성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전통문화를 잘 보전하려면 잘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현재 세계문화유산이나 국보는 문화재청의 허가사항인데, 지난번 문화재청 주관으로 경회루에서 경연(연주회)을 연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문화재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문화재청에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고요. 아울러 문화유산을 지키면서도 지역주민들도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주변지역을 살리는 방법들을 고민하면서 문화유산주변지역지원특별법도 제출하였는데, 19대 국회에서는 꼭 통과시켜야 할 법입니다.

그리고 서인사 마당에 연면적 9500㎡ 규모의 전통문화복합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상업화로 인해 퇴색되고 있는 인사동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된 사업입니다. 전통공방과 전시관, 전통문화체험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우리의 우수 전통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상설문화공연장이 절대 부족한 현상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국악 일번지인 돈화문로 일대 종합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이곳은 북쪽으로 창덕궁, 동쪽으로는 종묘 등 세계문화유산을 끼고 있어 종로의 다른 지역보다도 개발에 많은 제한을 받는 지역입니다. 서울시와 협조해서 공공부문인 돈화문로와 피맛길의 가로환경을 정비하고 도시계획시설, 문화시설 결정을 통한 거점시설 확충 등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공지원을 통한 민간시설의 변화도 유도하고 있습니다. 창덕궁 건너편의 비원주유소 자리에 궁중생활사 디지털 전시관이, 돈화문주유소 자리에 국악예술당이 건립돼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한국 미술계의 거장 남정 박노수 선생의 작품 등을 기증받아 서울시 문화재자료 제1호인 박노수 가옥에 ‘구립 박노수미술관’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박 화백은 미술작품 500점과 정원 수석, 고가구, 작가 소장품 등 약 1000여점을 지난해 11월 종로구에 기증했습니다. 크고 작은 미술관이 많은 종로구에서 구립 미술관이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오는 10월 개관할 예정입니다. 인근 이상범 화실, 한국 최초 서양화가로 알려진 고희동 가옥과 연계해 우리나라 미술사의 문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기회에 기증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수장고도 마련해 기증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청운공원에는 윤동주 문학관이 오는 5월 말쯤 완공될 예정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종로구에 거주하며 별 헤는 밤, 서시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종로구에서는 ‘윤동주 브랜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윤동주 시비가 있는 청운공원 언덕에 90㎡ 정도의 쓰지 않는 가압장과 물탱크를 활용해 윤동주 시 세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을만들기는 주민  손으로

윤: 참여형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이며,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사업들은 무엇인지요?

김: 종로구의 실질적인 주인인 주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큰 틀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적 변화와 마인드를 통해 주민들이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스스로 찾아 추진하고 공무원과 지역사회가 이를 지원해 자생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주민주도 ? 주민자율로 지역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마을만들기 T/F를 구성했으며, 지원 조례도 의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윤: 주민자치위원들의 참여는 어떤지요?

김: 취임 초기부터 주민자치위원들을 교육했는데, 계속 교육을 했더니 많이 바뀌었습니다. 주민자치위원 교육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동네마다 플래카드도 붙였더니, 사직동에는 대학교수도 주민자치위원으로 오더라고요. 아주 젊은 분들이나 여성들이 많이 오는데, 주민자치위원들이 본인들이 무엇을 할지 인식이 바뀌었고 요구사항이 많아졌습니다.

윤: 서울시의 마을만들기 허점이 활동가 중심의 마을만들기센터로 가면 주민자치위원의 자치활동과 어긋날 수 있다고 봅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활동가들의 연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이것을 잘 엮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김: 우리 구에 마을만들기 관련 2개의 주민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하나는 북촌마을가꾸기회이고, 다른 하나는 세종마을가꾸기회인데요. 조금 다른 개념으로 공방협의회가 북촌마을만들기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사실 북촌마을가꾸기회는 자칭 전문가들이 많아서 의견 조정하기가 쉽지 않은 지경입니다. 세종마을만들기회는 큰 방향을 설정하고 동네별로 진행합니다. 북촌은 기본 하드웨어가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요구가 너무 많고 행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반면, 세종마을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어 갈 수 있도록 초기단계에서부터 효자동주민회, 통인시장상인회, 주민자치위원회 협조가 아주 적극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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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를 꿈꾸다

윤: 도시농업에 관심이 많으신 듯합니다. 창신동에서는 ‘꿈꾸는 도시농부 학교’를 운영할 계획이시지요? ‘2012년 도시농업 활성화 계획’까지 수립하였던데 어떤 구상인가요?

김: 올 한 해도 종로구 내 유휴지와 자투리 땅, 상자텃밭, 옥상 등을 대상으로 도시농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먼저 주민과 함께하는 도시농업을 육성 지원하며, 도심 속 생태보전지역으로 이름난 부암동 백사실계곡의 능금마을에 친환경 도시농장 시범단지를 조성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무농약 친환경 농법을 통한 청정농장 운영의 모델을 제시함과 동시에 백사실계곡 자연경관과 조화된 다기능 텃밭 조성으로 학습장을 운영하는 등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능금마을 생산자협동조합구성을 통해 친환경상품을 브랜드화 하는 방법도 구상 중입니다. 또한 지난해 조성한 무악동 ? 창신동 텃밭을 마을공동체 공동경작으로 가꾸며 자연학습장이나 견학장소로 활용하여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시농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창신동에서는 농작물 재배의 이론부터 실제 재배 ? 수확과정 모두를 교육하는 ‘꿈꾸는 도시농부학교’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번 과정은 기존의 도시농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도심 속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을 주는 생활공감형 도시농업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윤: 청장님의 경력을 보면, 건축가이면서 행정학을 전공하셨는데요, 구청장 취임 후 지방자치가 변화해야 하거나 개선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어떤 것인지요?

김: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루려면 반드시 재정적 자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자체 스스로 독립적인 살림살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현재는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 구의 경우 세수 확보의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해 재산세 감면?비과세 부분 보전대책으로 중앙정부와 서울시에 법령 개정과 재정 지원도 요구하고 있으며 행정적,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종로는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도심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주거환경이 낙후된 곳도 많습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창덕궁 등 문화재 주변 주민들은 개발제한으로 삶의 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이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2010년 11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종로구와 수원시, 경주시 등 8개 자치단체가 뜻을 모아 세계문화유산도시협의체를 구성했고,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세계문화유산과 더불어 주변 지역도 조화롭게 정비?보존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를 가졌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방자치의 정착은 ‘품위’를 지키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품위(品位)’는 저의 좌우명이기도 한데,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수반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 도덕성을 지키는 것, 단정한 모양새를 갖추는 것, 정직하게 사는 것 등 무엇보다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이 단어를 늘 마음에 새기고 살면서, 구청장으로서 많은 구민들에게 직원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도록 품위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제를 통해 어떠한 큰 성과나 업적을 남기는 것보다는 작은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꼼꼼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량생산하는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빛나며 주민들이 행복해 하는 품위 있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행: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 송정복 (기획홍보실 선임연구원, wolstar@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