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유튜브 ▶ https://youtu.be/rCvkGH8vEDk
‘2019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진주와 남원의 지역기관파트너 10명이 지난달 26일 희망제작소에 모였습니다. 2019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하는 청소년 진로탐색 사업입니다. 올해는 진주교육공동체결, 남원의 춘향골교육공동체와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 3개 기관이 각 지역을 기반으로 청소년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물적·인적 자원을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번 지역네트워크교육 행사는 지역기관파트너들이 마을공동체 탐방과 강연을 통해 지역자원 사례를 경험하고, 청소년과 상생할 수 있는 자원네트워킹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생생한 사례와 아이디어 나눔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극장, 학교, 주택까지 성미산 마을공동체 둘러보기
지역기관파트너들과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마을공동체 운동의 산실’이라 불리는 ‘성미산 마을공동체’입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 잡은 성미산마을은 아이들을 안전하고 사람답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고민을 담아 1994년 공동육아 어린이집 설립으로 첫발을 뗐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후 이웃 간 관계망을 만드는 마을 활동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생활협동조합 설립부터 학교, 마을식당, 카페, 유기농반찬가게, 의료협동조합, 카센터, 공동주택 등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생겨났고, 주변에서도 ‘성미산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간단한 마을 소개 후 본격적으로 성미산 마을 탐방에 나섰습니다. 남녀노소 주민 누구나 가까운 동네에서 문화예술을 누리게 하자는 취지로 개관한 성미산마을극장, 도시형 통합 대안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성미산학교, 좋은 이웃과 따로 같이 모여 살아가는 공동주택 ‘소행주’를 차례로 돌아봤는데요. 성미산마을은 지역기관파트너들에게도 이미 낯설지 않은 사례이지만, 실제로 마을 내 주민과 주민의 연결 지점들을 몸소 둘러보면서 자신들의 지역 내 청소년 활동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에 관한 생각거리를 얻어가는 시간이라고 전했습니다.
홍동 풀무학교를 지나 마을학회에 이르기까지
‘성미산 마을’의 키워드가 주민과 주민 간 연결이 있었다면 ‘내-일상상프로젝트’의 핵심은 지역과 청소년의 연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지역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청소년과 지역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살펴보아야 할 지점입니다. 이어진 강의에서는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으로 홍동마을에서 오신 장유리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으로서 짧지 않은 시간을 홍동에 몸담고 있는 장유리 님은 ‘마을’이라는 생활 반경 안에서 끊임없이 학습하고 활동해 온 자신의 경험담을 담백하게 풀어내 주셨습니다.
충청남도 홍성에 위치한 홍동면은 약 3,700명이 거주하는 작은 동네로, 대부분의 농촌이 그렇듯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마을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든 수십 개의 생활협동조합과 신용협동조합이 있고, 다양한 자원과 거점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이러한 활발한 마을활동의 물꼬를 풀무학교에서 찾습니다. 장유리 님도 풀무학교 전공부 2년제 과정을 다니며 농사와 인문학을 배운 시간, 이와 관련해 마을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역할과 일거리를 찾아나갔던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홍동의 역사를 학습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컨대 풀무학교 50주년을 맞아 밝맑도서관 건립을 진행하며 일이 벌어지는 과정과 지속가능성을 경험하기도 했고, 홍동천 수질조사와 논생물조사 등을 진행했던 갓골생태농업연구소 활동은 조금 더 넓은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과 단체를 만나는 기회가 되어주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는 마을학회 일소공도를 창립해 학회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곳 홍동에 터전을 잡으면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겠다는 선생님들과 손발을 맞추며 일과 배움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는 말이 무엇보다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청소년기 삶과 진로에 대한 고민, 여느 청년 세대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압박이 없을 리 없지만, 홍동이라는 마을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안고서 자신의 변화를 발견해나가려는 담백한 의지가 엿보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청소년과 상생하는 지역자원 찾기
앞선 고민의 지점들을 기억하면서, 지역기관파트너들이 직접 청소년과 연계한 지역자원을 찾고 연결해보는 워크숍이 오지은 희망제작소 시민주권센터장의 진행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지역’, ‘청소년’, ‘상생’이라는 키워드로 자신들의 관점과 고민거리들을 풀어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청소년 진로탐색을 주제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의 자원과 자산을 인물자원(각 지역의 전문가나 재능 혹은 기술을 가진 사람 등), 자연자원(특이지형이나 생태환경), 역사문화자원, 사회자원(공공문화시설과 공동체활동 등)의 4가지 항목으로 분류해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 팀 별로 가상의 청소년 ‘페르소나’를 설정해 앞서 언급된 자원들을 청소년의 관점에서 확장해 발굴해보고, 오감액션플래닝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작성해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탐방과 강연을 통해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이어지는 시기, 마을활동을 엮어내는 과정과 고민들이 생생히 전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워크숍 활동을 통해 지역공동체의 자산을 재발견하고, 지역 내 청소년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자원을 재선별해본 경험 또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지역기관파트너들이 다시 지역에 내려가 진행할 앞으로의 활동에 이번 교육이 작은 실마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글: 방연주 경영기획실 콘텐츠팀 연구원 | yj@makehope.org
– 사진: 시민주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