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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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여행사공공의 야심작 ‘세계사회혁신탐방(Social Innovation Road)’은 대륙별 사회혁신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사회혁신의 세계적 동향을 파악하고 사례별 구체적인 방법론을 습득할 수 있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입니다. 7월 8일~14일 진행된 세계사회혁신탐방 Asia 1기 원정대는 사회혁신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홍콩과 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우리 함께,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사회혁신탐방 Asia 1기 원정대의 사회혁신 탐방기를 연재합니다.


② 세계사회혁신탐방기 홍콩 샴 수이 포의 특별한 지역운동

샴 수이 포는 전통적으로 서민과 노동자들이 다수 거주했던 까닭에 노동조합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던 지역이다. 1960년대에서 70년대까지는 주로 노동자권리보호운동과 여성노동자보호를 위한 활동을 해왔으나 1980년대부터 제조, 생산시설들이 본토(중국)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샴 수이 포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 시기 전체 300만 인구 중에 90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중국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지역경제 기반이 무너진 것은 물론 지역 공동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전통적인 노동조합운동에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커뮤니티 리사이클링 협동조합은 이러한 지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주민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으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협동조합 형태로 시작하였던 것은 아니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오늘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재봉산업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타이핑 교육을 실시하여 재취업을 유도하였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실패로 돌아가자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주민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홍콩 반환 이후 본토에서는 지속적으로 수많은 인구가 샴 수이 포 지역으로 이주해 왔는데, 지역경제가 악화일로를 걷다 보니,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은 점점 줄어들고 이주 인구는 빈민으로 전락해 가는 것이 샴 수이 포가 가진 가장 고질적인 문제였다고 한다. 한편으로 고령자, 퇴직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지역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원인이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주로 단순 노무나, 청소, 그릇닦이 등에 종사하는 이주 여성들을 대상으로 재취업 교육과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마련하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커뮤니티 리사이클링 협동조합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커뮤니티 리사이클링 협동조합은 여성 이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사회에 진입해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면서 내생적인 지역경제 자립모델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대규모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사회의 힘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가난한 서민계층이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중산층 등 상류계층에게 생필품, 공산품 등을 기부받아 되파는 이벤트 장터에서부터 시작하여 매장을 개설하고, 상시적으로 물건 교환과 판매가 이루어지는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기까지 많은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지만 지역주민들과 단합하여 난관을 극복했다고 한다.  

매장에서 거래되는 물품은 모두 훈련받은 이주 여성들에 의해 물건 수집부터, 분리,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격을 책정해서 어려운 살림살이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운영정책을 펴고 있다. 


커뮤니티 리사이클링 협동조합의 대표인 Lai 씨는 이러한 지역운동이 여성 노동자의 취업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인생의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넘어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고 단단하게 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런 취지로 최근 도입한 것이 지역화폐인데, 매장에 있는 모든 물품은 홍콩달러 이외에 지역 커뮤니티가 약속한 4가지 종류의 지역화폐에 의해 거래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시스템에 의하면 100달러 상당의 물품을 기부하면 수익의 10%를 쿠폰으로 발급하고, 발급받은 쿠폰으로 다른 물품을 사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역화폐는 돈을 넘어 지역주민의 신뢰와 협동을 상징하기 때문에 샴 수이 포 지역 고유의 스토리나, 유명한 건물, 열심히 활동하는 지역주민의 모습을 담아 디자인하였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같은 지역화폐를 사용하면서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고, 신뢰와 공유정신, 지역경제 창출의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지역운동이 결실을 맺어 미디어에 소개되고 있으며, 이들의 활동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기부금도 같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4명으로 시작한 작은 운동이 이제는 20여 명의 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로 확장되고 창출한 수익은 지역사회 발전과 문화 인프라 구축, 이주여성들의 교육에 재투자 되는 선순환적 모델로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

커뮤니티 리사이클링 협동조합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아니다.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지역사회의 주체가 되어, 이웃을 돌보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신뢰와 열정의 결합체이다. 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마주하는 내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자부심과 자신감이었다. 지금, 샴 수이 포는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주인공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 시민들이라 말할 수 있다.

글_ 곽현지 (사회혁신센터 팀장 trust01@makehope.org)

연재목록
1) 기묘한 공존의 도시, 홍콩 샴 수이 포
2) 홍콩 샴 수이 포의 특별한 지역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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