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서울공화국’, ‘지방소멸’이란 말이 점점 더 자주 들립니다. 말의 무게 역시 점점 무거워지는 요즘이지만, 해결 방법이 뚜렷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방면의 주체가 얽혀 있고 인구와 일자리부터 공동체와 문화, 복지, 환경까지 아우르는 문제이며, 지역별 접근법 또한 달라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럼 우리는 누구와 무엇을 얘기해야 할까요? <기후위기, 지역쇠퇴 극복을 위한 지역혁신 정책포럼>은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지난 9월 27일, ‘지역 인적자원 발굴’을 주제로 제4차 지역혁신 정책포럼이 열렸습니다. 동남권 청년의 노동 경험과 구직을 중심으로 지역과 청년 일자리에 관한 문제의식 전반을 다룬 발제, 부산 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지역 내 인력양성과 고용의 연계 방안을 다룬 발제로 구성되었습니다. 발제는 각각 양승훈 경남대학교 교수와 김종한 경성대학교 교수가 맡아주셨습니다. 지역산업과 일자리, 인재양성의 선순환을 위해 필요한 사회학적 관점과 정책의 실마리를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 ‘청년’과 ‘지역’, 반짝 주목하거나 보이지 않거나

요즘 정책에서 ‘청년’과 ‘지역’이 화두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를 어떻게 주목하느냐일텐데요. 청년 ‘세대론’에는 지역과 계급이 없고 지방 ‘소멸론’과 인재 ‘유출론’은 노동구조 문제를 건드리지 못합니다. 노동 담론은 여전히 정규직 노동조합이 주류입니다. 표준 취업 경로를 통해 보는 고용은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등 선망 직업군의 공채와 서울 소재 대학 중심에 한정돼, 노동시장 진입 인구의 10~15%에 불과한 이야기가 됩니다.

이처럼 청년과 지역을 둘러싼 기존 주류 관점은 특정 지역 특정 계급을 과잉 대표합니다. 때문에 지역 청년의 이야기는 사건·사고로 인해, 또는 ‘비주류 이야기’를 위해, 반짝 이벤트로 대상화되어 다뤄지곤 했습니다. 발제자는 이러한 흐름을 통틀어 “지방 청년의 노동 서사와 언어 부재”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노동시장의 각 단계에서 겪는 경험, 일상 세계와 구조를 관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동남권 청년의 경우, 중화학공업 생산직 중심인 지역산업의 구조, 구직 방식을 통해 교육(대학)과 취업의 실질적 연계 차원에서 특색을 나타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성별에 따른 일 경험이 뚜렷이 다르다는 점인데요. 남학생은 공장 아르바이트를 통해 150~300만 원 사이의 월급을 받는 게 일상적이고, 여학생은 타 도시와 비슷하게 서비스 계통 아르바이트에 익숙합니다.

별다른 취업 훈련 없이 웹사이트나 지인을 통해 일찍 공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남학생들은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차별을 구체적으로 체험합니다(그림 1). 4차산업혁명과 자동화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 역시, 새로운 기계 하나가 들어오면 인력 몇 명이 줄어드는지 직접 봅니다. 일 경험은 자연스레 장기직업으로 공장을 택하지 않는 결과를 부릅니다. 그리고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합니다.

▲출처: 양승훈, “그래도 제가 대학을 나왔는데”-동남권 청년의 노동경험과 구직. (발제자료 발췌)

여성을 뽑지 않기 때문에 공장에서 일할 수 없는 여성 청년은 어떨까요. 공무원 아니면 저임금 불안정고용의 서비스직이나 사무보조직뿐인 지역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은 여성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지역을 떠나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여자는) 오히려 말할 게 없어진다. 제가 하는 얘기는 다 남학생 얘기.”라는 발제자의 발언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지역 사례를 통한 대안 마련

부산의 사례는 인재양성과 일자리 사업이 정책으로서 놓친 측면을 짚어냅니다. 크게 인재양성 교육훈련과 지역 내 안정적인 취업이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 4차산업혁명이라는 산업 전환에 맞춘 기술인재양성과 기업‧기관이을 유치하지 못하는 상황을 꼽을 수 있는데요. 올해로 10년 차인 ‘부산형 착한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사업’은 20인 이하 중소기업 맞춤형 취업훈련과 고용유지 의무조항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돌파해왔습니다.(그림2)

▲출처: 김종한, 지역 내 인력양성과 고용의 연계–부산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발제자료 발췌)

이 사례에 착안하여 발제자는 다음과 같이 대안을 제시합니다. ‘부산형 기업 맞춤 인력양성 시스템’을 구축하여 전국으로 확산하고, 중간지원조직으로 ‘지역일자리파크’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특히, ‘지역일자리파크’는 시도별로 중앙과 지역을 연결하고 지역 주도로 일자리 정책 개발부터 사업 추진과 개선까지 통합 관리하는 거버넌스와 컨트롤 타워를 만드는 차원에서 고안해야 합니다.

두 발제가 각각 지적하듯, 지금의 산업 구조와 정책에는 첫째, 지역 청년의 파편화된 일 경험에 대한 이해와 ‘젠더화’된 도시·산업에 대한 성찰, 둘째, 진로·취업 교육이 수혜자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어지기 위한 구조 개선이 필요합니다. 두 쟁점의 공통점은 문제를 다원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어렵게 만드는 부문 간 경계를 어떻게 잘 오갈 수 있을지, 앞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 정리: 기획팀 홍한솔 연구원 hansol@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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