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다. 초고령화의 문제는 시니어들을 위한 기술·제품 개발을 넘어 생활·교통·안전·교육·주거·건강·의료·돌봄 등 지속가능한 사회·기술시스템 전환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당사자이자 혁신 주체인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물론, 민·산·학·연·관과의 긴밀한 연계와 협력이 불가피하다.

⛳ 위기이자 기회로서의 초고령화 사회

리빙랩은 제품·서비스를 실증하는 사용자 주도형 모델이자 관련 주체와의 관계를 확장해 나가고 지속적인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사용자를 연구혁신의 대상이 아닌 연구혁신 활동의 주체로 보고 있으며, 폐쇄된 실험실에서 벗어나 실제 생활 현장에서의 실험·실증을 강조한다.

초고령화라는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사회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기술적·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어떤 길이 경제적·사회적·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궤적인지 사전에 알 수 없고 과거처럼 전문가나 행정가가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사용자와 이해관계자가 생활하고 있는 공간을 대상으로 참여형 실험을 강조한다.

현장에서 시민과 이해당사자, 기업, 전문기관, 지자체가 참여하여 문제에 대한 대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리빙랩(living lab)’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시스템 전환의 장기 전망을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학습·확산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전환의 주체이자 ‘전환 랩(transition lab)’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일본의 리빙랩 사례

일본은 초고령화라는 사회적 도전 과제를 위기이자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제 상황에 있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리빙랩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실험하고 있으며, 이것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선도적인 기술과 제품·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리빙랩 사례로 가마쿠라시의 실험을 들 수 있다. 가마쿠라시는 고령인구가 45%에 달하는 지역으로 초고령 사회의 미래 모습을 전망하고 대응하는 모델 지역이다. ‘초고령 사회에서 인구와 일자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라는 목표를 가지고 빈집과 점포를 활용해서 기업을 유치하거나, ‘장수사회에 맞는 일터-삶터-놀터의 스타일’을 탐색하기 위한 다양한 리빙랩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또 일본 기업들은 가마쿠라시를 기반으로 스웨덴과 국제 연계형 리빙랩(Transnational Living Lab for Aging)을 진행하고 있다. 양국에서 ‘활력 있는 고령사회 실현’을 위해 개발된 다양한 대안들을 민·산·학·연·관이 협업을 통해 생활현장에서 실험·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양국이 각각 유럽과 아시아 시장 진출을 탐색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지역에서 장수사회 마을 만들기 실험도 진행되고 있었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개념’으로 살던 지역에서 안심하고 나이 들어 갈 수 있도록 주택시스템, 지역돌봄시스템, 모빌리티시스템, 건강관리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특히 오무타시는 지역민 모두가 치매를 이해하고 치매 환자가 되어도 그 지역에서 살 수 있는 마을을 의료·돌봄·간호 전문팀들과 힘을 모아 만들어내고 있다.

⛳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한국의 리빙랩 사례

성남 시니어산업혁신센터는 2007년 지식경제부(現산업부)가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및 고령친화기업 지원을 위해 구축되었다. ‘고령친화 기술고도화’ 및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고령친화제품 및 서비스 개발 지원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멀티컴플렉스(Multi-Complex)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6년 한국시니어리빙랩을 설립했으며, 수요자인 시니어가 고령친화기업의 제품 개발 및 연구 과정에 직접 참여해 고령친화산업의 기술고도화 및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액티브시니어평가단과 시니어전문가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액티브시니어평가단은 고령친화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에서부터 디자인, 성능, 사용성 및 안전성 등의 평가 전 과정에 최종 사용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아이디어 회의, 사용성평가 등에 참여하며 기술개발의 시작과 끝에 위치해 성공적인 사업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전문가평가단은 은퇴 전 기계, 전기, IT, 디자인, 회계 등 전문직에서 종사했던 시니어들로 구성되어 기술개발 과정에서 연구진과 기업에게 직접적인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서 기업은 전문직 인력난을 해소하고 시니어에게는 전문기술의 재활용을 통한 사회적 참여와 만족감을 높여 삶에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2016년 9월 진행된 ‘액티브시니어 사용성평가단 발대식’을 기점으로 초기 200명에서 2021년 51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말에는 ‘시니어리빙랩데이’를 만들어 평가단, 기업, 연구자 모두가 참여하는 워크숍을 개최하여 시니어리빙랩의 성과를 교류하며, 평가단의 역할과 성과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평가단 자신들이 리빙랩의 주체 의식을 고양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단 활동은 시니어 개인에게는 자신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긍심을 높이고, 액티브시니어평가단을 활용한 기업은 매출액과 고용증대를 가져온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처럼 시니어리빙랩 활동은 고령친화 제품 및 서비스의 실수요자인 시니어를 대표하여 제품의 연구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고령자에게 평가단 활동은 개개인의 자존감과 사회참여 기회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활동은 고령친화산업의 기술 고도화 확보와 성공적인 사업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고령친화기술 개발에 있어 새로운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고령자를 단순히 평가의 대상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고령친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하나의 주체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시니어에 관한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돌봄의 대상이면서 돌봄을 하는 주체이자 지속가능한 사회-기술시스템을 전환해 나가는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또한 리빙랩 실험을 통해 민-산-학-연-관의 협력 기반을 형성해 나가야 하며, 전문성과 시민성이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니어들도 지속적인 교육과 함께 조직화될 필요가 있다.

– 글: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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