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맙습니다

우리 사회의 희망씨,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님을 소개합니다.

여러분은 ‘군인’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저는 ‘딱딱 끊어지는 답변’과 ‘무표정’이 떠오릅니다. 여름비가 시원하게 내리던 날, 희망제작소를 후원해주시는 한 후원회원을 만나러 충남 청양으로 향했습니다. 35년 2개월 군생활을 마치고 퇴역한 분이라는 이야기에 자연스레 평소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떠올랐습니다.

후원회원님 댁에 다다르자 신나는 라틴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이어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중년의 한 남성분이 밝은 웃음과 함께 인사를 건넸는데요. 바로 1004클럽 352번 전귀정 후원회원입니다. 후원회원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연구원을 통해 익히 들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 보기) 하지만 직접 만난 전 후원회원은 퇴역 후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은 군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고 활력 넘치는 분이었습니다.

“철원에서 근무할 때였어요. 군 생활하고 반쯤 지났을까요. 우연히 예전에 찍은 사진을 보게 됐는데 너무 근엄하더라고요. 화난 것처럼도 보였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진 찍을 당시에는 그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표정이었거든요. 충격을 받았죠. 군기를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후원회원의 마음속에는 자연스레 ‘강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길 수 있다’라는 생각이 자라났다고 합니다. 동시에 사람의 생각과 계획으로 선택한 것이 모두 옳거나 최선의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셨다는데요.

“군대에서는 굉장히 계획적이고 철두철미하게 움직였어요. 그게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친구들 이야기가 저랑 여행 갈 때가 가장 편했대요. 예산, 코스, 맛집 등 모든 걸 빈틈없이 챙겼기 때문이죠.”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전 후원회원은 퇴역 이후의 삶에 대해 계획을 일절 세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1년 동안 국내 곳곳을 여행했습니다. 그러다가 청양에 자리 잡게 되셨다고 하네요.

“때때로 몸의 감각과 느낌으로 결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청양을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예요.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좋았어요.”

이후 전 후원회원은 청양에서 꿈꾸던 포도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전 후원회원이 기르는 포도는 특별한데요. 비료와 퇴비를 전혀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바닥에 풀을 키워 지력을 높이는 중이라는데요. 이를 통해 포도가 스스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중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전 후원회원은 매주 완주로 영농교육을 받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그는 ‘농사가 정말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매우 고되고, 노동력을 투입한 데 비해 수익이 높은 편이 아니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근사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포도 재배에 바쁘지만, 틈틈이 시간 내서 요양원에 봉사활동도 다니고 있어요. 퇴역 후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시작한 ‘춤’으로 ‘춤 치유’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춤 치유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몰라요. 일종의 행동치료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작년부터 하고 있는데, 대상이 대부분 80대를 훌쩍 넘기신 분들이세요. 100세 넘는 어르신도 있죠. 귀가 잘 안 들리는 데다 휠체어에 앉아계신 분들이 대다수라 진행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점차 조금씩 변하는 게 보여요. 또 할 수 있다는 상상을, 믿음을 드리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언어로 의사소통은 힘들지만, 몸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죠.”

인터뷰 내내 전 후원회원은 몸의 언어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셨습니다. 지리산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이런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었다는데요.

“강산애(희망제작소 후원회원 커뮤니티) 선생님들과 1급 시각장애인분을 가이드해서 지리산 종주를 한 적이 있어요. 쉬운 일이 아니죠. 지리산은 비장애인도 종주하기 힘든 코스거든요. 가이드를 위해 자격증도 땄어요. 같이 산행한다고 했을 때 보통 사람들은 ‘왼쪽이 낭떠러지니 조심해라’, ‘나무뿌리와 돌부리 등을 조심해라’라고 말할 거예요. 하지만 시각장애인분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발을 디디는 위치가 안전한가’예요. 그래서 그분들과 제 배낭에 끈을 묶은 후 아무 말 없이 걸었어요. 끈의 방향과 팽팽한 정도 등으로 감각을 전달했죠. 설명이 아니라 느낌으로 소통한 거예요.”

전 후원회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를 고려하지 않은 방법은 좋은 소통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그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문화예술 활동가들에게 쌀과 김치를 주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솔직히 한국이 문화예술을 펼치기가 좋은 환경이 아니잖아요. 먹을거리만이라도 해결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동네 주민분들께 이런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다들 흔쾌히 쌀과 김치 등을 나누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혼자 생각만 하니까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희망제작소가 같이 고민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덧붙여 전 후원회원은 마당에 있는 작은 별채를 ‘게스트룸’이라고 소개하며,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지치거나 쉬고 싶을 때 언제든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습니다. 활동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오실 수 있다는데요. 단, ‘문화예술 활동가들을 위해 나누실 수 있는 분이 오시면 더 좋겠다’라고 하시네요.

자연을 생각하는 유기농업, 몸의 언어로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문화예술 활동가들과 나누는 삶. 전귀정 후원회원의 삶과 꿈은, 그의 밝은 표정과 힘찬 에너지와 닮아있었습니다. 소통과 나눔으로 모두가 연결되길 바라는 전귀정 후원회원의 꿈을 응원합니다.

– 인터뷰 진행 :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thomashan@makehope.org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bliss@makehope.org
– 글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bliss@makehope.org
– 사진 : 한상규 이음센터 센터장・thomasha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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