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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사회적경제에 혹한기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정부는 내년 사회적경제 지원사업 예산을 59%에서 100%까지 삭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취약계층 고용이나 꼭 필요하지만 영리기업이 하지 않는 서비스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공동체는 무너지겠죠.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됐으니 법·제도 측면에서 한국에 본격적인 사회적경제가 시작된 지 16년이 됐습니다. 지난 16년간을 되돌아보고, 이 위기의 시기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 좌담은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의 사회로, 김인선 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과 이종수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 이철종 ㈜오늘이음 이사(전 함께일하는세상 대표), 허영철 ㈜공감씨즈 대표가 참여했습니다.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은 돌봄급식 서비스, 방과후 아이들 돌봄, 지역 빵집 운영 등을 합니다. 탈북민이나 취약계층 청년 고용창출을 목표로 설립한 사회적기업 ㈜공감씨즈는 대구에서 게스트하우스와 호스텔, 여행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2002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청소서비스 업체로 시작한 ‘함께일하는세상’은 최근 폐업했으나 한국 사회적기업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임주환) : 정부 지원 축소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감이 굉장할 거 같습니다. 상황이 어떤지요?

“지원시스템 동시다발적으로 사라져…파고 너무 높아” -허영철
“사회적경제, 칼 끝에 서기보다 칼이 되는 고민해야” -이철종
“지역 생태계 지키는 사회적경제…신규업체 문닫을 판” -이종수
“서비스 쪽보다 제품 중심 기업 타격 더 클 듯” -김인선

▲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 김인선 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 이종수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사진 좌측부터)

허영철 ㈜공감씨즈 대표(이하 허영철)
지난해 대구 시장이 바뀌면서 지원이 확 준 경험이 있어서 저희끼리는 1년 훈련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사회적기업이 자생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관 주도 발전에 대한 우려가 있었죠. 예산 삭감 문제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방향성이 바뀌면서 신용보증기금부터 중소기업벤처진흥공단까지 지원시스템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라지고 있어요. 이겨내자 하기에는 파고가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말이 지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철종 ㈜오늘이음 이사(이하 이철종)
저는 20년 동안 해온 사회적기업을 정리했는데요, 공공정책에 대한 회의감은 늘 있었습니다. 공공정책은 늘 널뛰기였어요. 올 수밖에 없는 회전주기라고 예상했습니다. 대비가 안이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원 정책 중심으로 움직이면 지원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에 따라 갈 수밖에 없습니다. 칼 끝에 서기보다는 칼이 되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변곡점에 와 있어요.

이종수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이하 이종수)
사회적기업은 법적으로 5년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당장 예산이 딱 끊기는 거예요. 저희는 2024년 말 자립을 목표로 기반을 닦고 있는데 당장 내년 예산이 끊기니 자립을 일 년 앞당겨야 해요. 저희가 초등학교 돌봄급식을 하고 있는데요. 농촌은 학생 수도 적고 학교가 띄엄띄엄 있는데 도시락 만들어 배달도 해 줘야 하니 일반기업은 안 해요. 지역은 일반기업이 영리 목적으로 들어오기엔 생태계가 많이 무너졌습니다. 빵집이라든지 돌봄 같은 마을에 필요한 다양한 부분을 사회적기업이 맡고 있어요. 저희는 그나마 시작한 지 오래돼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지금 막 시작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들은 시작하기도 전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김인선 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이하 김인선)
예산 삭감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 곳은 초창기 기업이나 신규진입 기업이에요. 내년 창업 사업비가 전액 삭감된다고 하고 더불어 중간지원조직도 문을 닫으니까요. 대기업 사회공헌 쪽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였는데 다 냉각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나마 지역에 기반을 둔 서비스 중심 사회적기업들은 생존력이 더 강해요. 지역의 수요가 갑자기 없어지지 않고 또 지역의 평판에 따라 확장의 기회도 가질 수 있죠. 반면에, 제품 중심 기업은 타격을 훨씬 심하게 받을 겁니다. 이제까지 공공구매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제품을 찾았다면 이제 분위기가 바뀌었거든요. 이런 타격으로 사회적경제가 각자도생의 길로 흩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회적경제의 연결망을 촘촘히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 사회적경제의 특징은 중앙정부 주도 성장”

임주환 : 엄청난 강도로 타격이 왔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국제적으로는 사회적경제가 점점 확장돼 가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적경제의 지난 16년과 국제적 흐름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중앙정부 입김 강해 시민 주도성 발휘 어려워” -김인선
“연대해야 하는 사회적경제 주체끼리 경쟁자 돼” -이종수
“압축성장의 그늘 드러나…사회적경제 2세대 준비해야” -이철종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효과적 고용 확대 전략” -허영철

▲ 허영철 ㈜공감씨즈 대표, 이철종 ㈜오늘이음 이사(전 함께일하는세상 대표) (사진 좌측부터)

김인선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UN) 등에서 하나같이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죠. 지금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계속 치달으면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를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정부나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니 섹터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한국의 사회적경제 역사는 짧은데 주목받아요. 정부의 역할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적경제는 정부 정책이 주도해 육성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게 꼭 부정적이진 않아요. 외국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형성된 사회적경제와 공공 역량이 만났을 때 엄청난 시너지를 내거든요. 국제적으로는 지역과 섹터 간 협력, 거버넌스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중앙정부의 입김이 강해요. 지역이 아니라 중앙이 주도합니다. 거버넌스라기보다는 전달체계화 됐어요. 사회적경제 쪽이 뭘 할지 고민하기보다 뿌려지는 자원에 휩쓸려 그 모양에 맞추려 하니 시민의 자발성, 주도성을 발휘하는 데 역부족입니다. 지금은 자기 성찰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가 통합돼야 하고, 그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종수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시민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소수 개인이나 기업에 자본이 집중되는 게 아니라 공동체가 같이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사회적경제가 그런 방향으로 갔는지 좀 의문이 들어요. 저희도 지원사업, 공모사업을 많이 하는데요. 사회적경제의 핵심이 연대여야 하는데 어느 순간 경쟁자가 되더라고요. 공모사업을 따내야 하니까요. 사회적경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어떻게 연대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처했기 때문에 지역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들을 어떻게 묶어 같이 생존할 것인지 모색해야 해요.

이철종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압축·고도성장의 특성이 사회적경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사회적경제 대표 사례들은 역사가 거의 100년입니다. 저는 한국 사회적경제의 제도화 첫 단계가 김대중 정부 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라고 생각해요. 자원을 쥐고 있는 쪽에서 전략적으로 밀어붙였죠. 지난 20년간 제도권 안에 들어온 사회적경제기업이 3만 개가 넘어요. 공공시장에서만 연매출 1천억 달성한 사회적기업도 나왔습니다. 20년이란 짧은 역사에서 고용 규모가 1천 명에 육박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나오고 있어요. 이렇게 압축적으로 빨리 성장하다 보니 이제 정리해야 할 부분이 있는 거죠. 산업화, 고도성장기의 세대가 사회적경제를 풀어가는 방식과 접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접근으로 풀어갈 2세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김인선
사회적경제를 어느 지역이 잘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늘 대구·경북 지역을 이야기해요. 시민섹터가 중심이 되는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대구 경북은 어떻게 성공적일 수 있었는지요?

허영철
일단 중간지원조직이 탁월했습니다. 지난 8년간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았던 시장(권영진 시장)이 계셨고요. 공무원들도 적극 격려해 줬습니다. 대구에서 잘 자리 잡은 사회적기업을 보면 현장 조직 출신이 많아요. 제조업 비율이 적고, 문화‧예술‧관광 쪽이 많아요. 우리끼리 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현장에서 활동해왔던 사람들이니 서로 신뢰가 있어 협업이 잘 돼요. 예전에 대구시 사회적경제과 과장에게 저희 재무제표를 보여준 적이 있어요. 저희 1년 매출이 8억7천만 원인데 대표 2명 빼고 17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걸 본 과장이 이 매출에서 17명이 월급을 받아가는 게 가능하냐면서 (고용 효율 측면에서) 무조건 키워야 되겠다고 했어요. 한국에서 소기업은 가족이 주식을 거의 다 갖고 있고 매출이 나도 사회에 환원이 안 되거든요. 사회적경제를 안착단계까지만 끌어준다면 상당히 많은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유럽에서는 사회적경제가 고용의 10% 정도 차지합니다. 영국에서는 사회적기업들이 모여 지자체에서 시외버스 운영권을 따내요. 경북 지역 오지엔 자가용 없으면 못 다니는 곳이 많은데, 제가 그런 꿈까지 꿨어요. 나중에 사회적기업들이 모여 주민들이 항상 이용할 수 있는 버스회사를 해야겠다고요. 사회적기업은 정부에 보고도 해야 해서 상당히 투명한 회계를 해요. 동일 업종 동일 매출의 일반 기업과 부가세를 한번 비교해보면 좋겠어요. 또 중앙정부에서 표준화한 모델에서 벗어나 자기 지역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중간지원조직은 중앙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자체적인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임주환 :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지면서 사회적경제 생태계 안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는지요?

“사회적경제 영향력 확대 위해 복지 쪽 타겟팅할 필요” -김인선
“교육과 돌봄 영역에서 사회적협동조합 증가 추세” -이종수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 공동체 담을 그릇” -이철종
“탄탄한 협동조합 중간지원조직 만들어야” -허영철

김인선
협동조합기본법은 설립의 자유를 준 거지 활성화를 위한 법은 아니에요.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협동조합을 낯설지 않게 만든 성과가 있죠. 또 예전엔 운동권에서 사회적경제로 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은 사회적경제에서 영향을 받아요. ‘경쟁 시스템 싫어, 나만의 길을 찾고 싶어’ 이런 젊은 세대들이 사회적경제 쪽에서 일할 기회를 찾고 동지애를 느끼며 성장해요.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기회의 장으로서 사회적경제가 의미 있는 거죠.
다만, 협동조합이 사회적기업 등과‘다름’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연대하지 않는 모습은 좀 안타까워요. 또 협동조합협의회, 사회적기업협의회, 자활협회, 마을기업협의회 이렇게 부문별로 묶이다 보니 상대하는 부처가 각각 달라요. 부처를 설득할 때 ‘다름’을 강조하게 되죠. 이렇게 부문별로 나누는 게 좋은지 의문이에요.

이종수
주식회사라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고, 협동조합이라도 한두 사람이 주식회사 대표처럼 운영하는 곳도 있어요. 조직의 형태가 아니라 가치와 지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철종
협동조합기본법은 협동조합 정체성에 대한 지향이 있는데도 외피는 영리기업일 수밖에 없던 조직들이 자기 정체성을 찾을 길을 열어줬죠. 법이 제정되고 5~6년은 협동조합이 분출한 시기였습니다. 5년이 되면서 협동조합이 2만 개에 육박하죠. 지금은 2만5천 개입니다. 정체됐다기보다는 흐름이 바뀌었어요. 협동조합이 2만 개에 육박할 때, 사회적협동조합은 1천 개가 안됐어요. 지금은 사회적협동조합이 거의 5천 개입니다. 일반협동조합은 정체됐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인 거죠. 초창기에 협동조합을 창업 수단이라고 인식했다면, 후반 5년엔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역 공동체를 담을 적합한 그릇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이종수
사회적협동조합이 늘어난 이유는 교육과 돌봄 영역이 커졌기 때문이에요.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공동체 활성화 영역을 사회적협동조합들이 맡게 됩니다. 그러다 교육감과 지자체장이 많이 바뀌면서 사회적협동조합이 지금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요. 대부분 사회적협동조합은 위탁이나 용역에 의지하고 있거든요. 지자체장이 바뀌면 전임이 하던 사업, 굉장히 모범적인 사업들도 없애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존립 기반을 만들지 고민이 커요.

김인선
공공서비스 위탁사업을 하기에 사회적협동조합이 유리한 점이 있었죠. 사회적협동조합 가운데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는 복지 쪽에 많아요. 복지 쪽은 요양보험, 의료보험 체계와 연동되고, 지방정부가 기조를 바꿀 수 있는 사항이 아니죠. 자생력을 갖추고 지역에서 영향을 확장하는 방법의 하나로 복지 쪽을 타겟팅하는 것도 필요해요. 복지 쪽에서 성장을 가늠하는 척도는 서비스의 질이에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들이 이런 점에서 강점이 있어요. 농촌은 원거리 자가 방문을 해야 하니 민간 기업들이 접근하려 하지 않고요.

허영철
저희 회사 이사들이 주축이 돼 공공구매를 전담할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매출이 100억 원을 넘어갔고 직원이 10명입니다. 자생력이 생긴 거죠. 무한상사에서 출자도 많이 해요. 우리가 그런 중간지원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무한상사 이외에 사회적경제가 자체 사회적가치금융을 만들자는 단계까지 들어갔어요. 두 조직 정도가 탄탄한 협동조합을 만들어준다면 지역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자생력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정보사회진흥원, 코트라 대구경북지사와 함께 워크숍을 몇 번 했는데, 마을기업 중에 수출하는 사례가 이미 있더라고요. 한국은 수출 시스템이 잘돼 있으니까 사회적기업도 수출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지역을 살리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

임주환: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사회적경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경제가 사람을 연결해” -김인선
“지역 주체와 함께 공동체 문제 풀도록 ‘깔대기’ 만들어야”-이철종
“지자체나 주민 시선이 다 외부로 간 게 문제”-이종수
“공동체 살릴 수 있는 곳은 사회적경제뿐”-허영철

김인선
시장에서 검증된 사회적기업을 통해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지원 정책은 스타트업에 집중돼 있고,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매출 지표 외에 사회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SK가 행복나눔재단과 사회가치평가보상제도를 만들었어요. 지역 특성까지 포함한, 실제로 측정가능한 방식으로 지표를 개발해야 해요.
공동체 복원밖에는 로컬을 살릴 길이 없어요. 지금 다 개별화됐어요. 농촌 지역 보건소 공무원이 1인가구 식사 문제가 제일 큰 걱정이라고 하더라고요. 끼니를 배달할 예산과 인력이 없어요. 사람을 연결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걸 누가 하겠어요. 우리나라 공공서비스는 중앙정부가 통제해 획일화돼 있어요. 지역 조건에 맞게 맞춤식으로 못 가고 있습니다. 그 다리를 잇는 게 사회적경제입니다. 지역의 핵심적인 의제를 같이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사회적경제 조직의 연대가 필요해요.

이철종
강원도에 18개 시군이 있고 제일 예산이 적은 곳이 3,700억 원대입니다. 가장 큰 곳은 세출예산 규모가 1조3천억 원이에요. 예산이 3,700억 원인 곳에 인구가 2만 명이 안됩니다. 1인당 예산이 2천만 원인 거예요. 그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을까요? 춘천시 축제예산이 120억 원이에요. 강릉시는 200억 원이고요. 전체 재정의 1%를 행사성으로 씁니다. 그 예산은 지역에서 순환하지 않아요. 춘천시 사회적경제 예산은 10억 원입니다. 중소기업과 전통시장 지원에 200억 정도 잡혀요. 농업 쪽에 200억~300억이고요. 묶음 형성이 안 되고 다 뿌려져요. 회계연도 기준에 맞춰 정산 보고가 올라가면 ‘예산 잘 집행됐다’고 정리되잖아요. 지역에서 순환시킬 수 있는 가장 큰 경제규모를 형성하는 건 지자체 재정이에요. 지금은 복지, 자치행정 등 카테고리별로 나뉘어 있고 대부분 경직성 예산인데, 예를 들어, 노인돌봄 예산과 로컬푸드지원 예산을 묶어 노인들 식사를 해결하는 식으로 ‘깔때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권을 위주로 한 주체들은 ‘깔대기’를 안 만듭니다. 지역의 필요를 고민하는 주체들이 ‘깔때기’를 만들어 공동체 사업을 수행해야 해요. 저는 사회적경제가 견인하면 충분히 자원이 지역에서 돌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전제가 있어요. 사회적경제의 주체가 생산자성이 아니라 소비자성 주체여야 합니다. 주민이 모여 ‘우리가 필요한 서비스 우리가 쓰겠다’ 논리로 가야 해요.

이종수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다 외부로 가 있는 게 문제입니다. 예산의 중심이 주민의 삶이 아니라 관광, 기업 유치 같은 데 가 있어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엔 매년 관광객이 수백만 명 오지만, 거기 식물 가꾸는 건 다 서울 업체들이에요. 지역 업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규모이고 가격경쟁이 안되는 거죠.

허영철
사회적기업이 할 수 있는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할게요. 일본 나오시마 섬에 ‘집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옛날 시골 마을인데 빈집 8곳을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어요. 이 여덟 집을 돌아볼 수 있는 티켓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팔아요. 집집마다 할아버지, 할머니 자원봉사자가 안내하고요. 또 일본 고령화 사회의 미래라고 가나자와시에 있는 쉐어가나자와가 있습니다. 마을에 노인 시설을 만들고 가나자와국립대에 유학 온 친구들한테 싼 월세를 줘요. 노인들에게 세탁소, 편의점 운영을 맡기고요. 쉐어가나자와는 방문객이 너무 많아서 방문해도 설명을 안 해줘요. 새로운 형태의 노인 시설을 사회적경제가 지방정부와 함께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공동체성을 살려 나갈 수 있는 곳은 한국에서 사회적경제밖에 없어요. 창의적인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해요. 사회적경제와 함께 지역에서 관광이익이 순환하도록 방향을 잡아볼 수 있어요.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이 사회적경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주환: 지방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뭘 해야 할까요?

“지방노동청, 지방정부에 귀속해야” – 허영철
“사회적경제조직과 함께 순환경제 전략 짜야” – 이철종
“사회적경제와 청년 적극 연결해야”- 이종수
“단체장, 사회적경제 주체들과 정기적 대화를” – 김인선

▲ ‘위기의 사회적경제, 무엇이 필요한가’ 특별 좌담 현장

허영철
지방노동청을 지방정부에 귀속해야 합니다. 저희가 경북 쪽 노동부 사업을 하는데요. 중앙노동부인지 지역노동청인지, 그 밑에 공공기관에서인지 모를 정도로 자료 요청이 많아요. 몇 단계를 거치니까 필요 없는 요청이 너무 많은 거예요. 중앙 중심이 되면 숫자가 중요해져요. 지방노동청이 지역을 살리기 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요구하는 숫자 맞추는 일을 하게 돼요. 결국 지방분권이 되어야 합니다. 후쿠오카 시장이 스타트업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도쿄 빼고 유일하게 경제활동 인구가 성장한 지역이 후쿠오카입니다. 외국인 창업이나 벤처가 쉽도록 정책을 만들어놨어요. 지방정부 단체장들이 이렇게 도입할 수 있는 모델들을 봤으면 좋겠어요.

이철종
행정안전부에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지역활력타운공모사업을 벌였어요. 상반기에 25개 지자체가 용역 계약을 했어요. 외부 용역업체에 ‘우리가 필요한 걸 계획서로 만들어줘’ 합니다. 실은 이걸 지역의 사회적경제가 주도적으로 기획해야 해요. 사회적경제를 지렛대 삼아 지역의 이슈 사업들을 실현해 가야 합니다. 춘천시 조달사업을 예로 들면, 1조3천억 원 중에서 민간기업에게 돌아간 게 2~3천억 원 정도입니다. 시설비 예산이 1,600억 원 정도고요. 이게 다 춘천시 밖에 푸는 거예요. 전체 1조3천억 원 중에 4천억 원 이상이 그렇게 풀려요.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들과 기획해 우리 지역 자산으로 남기는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이종수
관광객 10만 명 모으는 것보다 주민 1천 명 모으는 게 지역 살리는 겁니다. 농어촌이 도시와 차별화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해요. 지역에 공동체 조직이 없으면 외부 예산이 들어와도 지역을 활성화하는 게 아니라 분란만 일으켜요. 협동조합이 지역 공동체 경제 조직인데 이를 이끌어갈 사람이 없습니다. 사실, 지역에 내려오고 싶은 청년들이 많습니다. 특히 대안학교 출신들이 그래요. 이 청년들과 지역의 마을기업, 사회적경제 조직을 연결해주는 사업 같은 걸 지자체가 해줘야 해요. 경남 하동군에선 청년이 마을대학을 이수하고 마을기업이나 공동체조직에서 활동가로 일하면 3년간 인건비를 지원해줍니다. 수십억 들여 공간 만드는 것보다 활동가들이 지역에 자리 잡게 하는 게 훨씬 나아요. 인건비 지원 국가에서 못 해준다고 하면 지자체에서 그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건 결국 사람이거든요.

김인선
자치분권이 되기 전엔 어려운 점이 많죠. 현재 구조에선 단체장이 4년 임기 내에 성과를 거둬야 하니 장기 발전 계획이 없어요. 기대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입니다. 거버넌스요. 정말 의지가 있는 단체장이라면 정책협의가 됐든 위원회가 됐든 시민사회 쪽과 정기적으로 만나야 해요. 단체장이 관심을 가지면 공무원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민간도 연대 틀을 만들어 단체장 만나는 자리에 괜찮은 사람을 내보내고 싶어 해요. 거기서 지역 전체의 의제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사회적경제 쪽과 정기적인 대화의 장을 만들라고 말하고 싶어요.

– 정리: 김소민 시민이음본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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