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 주민과 함께 하는 방법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제헌헌법’에서부터 대한민국은 군주제에 대응하는 정치체제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대표자로 정부를 구성해 운영하는 민주공화제를 선택했고, 국가 권력의 원천이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했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국가 권력은 국민의 의사에 반해 독재정권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고, 국민은 4·19혁명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 끊임없이 독재정권에 맞서 투쟁하며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이 과정에서 1991년 부활한 지방자치제도는 국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를 지역 단위에서 민·관이 함께 논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주민참여예산, 참여의 시작과 성장

민선 5·6·7기 주민참여의 대표주자는 ‘주민참여예산제’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정부 집행부가 짜던 예산 편성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것으로, 주민이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거나 제안된 사업을 대상으로 재정투자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광주 북구와 울산 동구에서 먼저 시작했는데, 민선 5기 지방재정 위기론이 제기되면서 2011년부터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운영 형태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데,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형식적으로 단순 의견수렴만 거치는 경우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반면, 서울 은평구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의견수렴을 거치도록 하고 주민제안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주민총회를 개최한다. 특히 민선 7기 들어서는 주민총회를 협치 회의와 함께 진행하면서 주민제안사업에 대한 결정 과정을 숙의와 공론 과정으로 거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주민자치모임의 확대

주민참여예산제와 더불어 지방자치 패러다임의 변화는 마을을 기반으로 한 ‘주민자치회’의 확산이다. 이제 주민들은 민원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수준의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동네 정책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민·관이 ‘동반자’로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협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이 사업의 핵심은 ‘마을총회’이다. 서울 금천구는 2016년 ‘마을 민주주의 원년’을 선언하고 주민의 요구와 현장에 기반한 정책 수립을 위해 ‘동 특성화 사업’을 도입했다. 동 특성화 사업은 마을 의제 발굴을 통해 진행된다. 2016년부터 2년간 연평균 1,207명의 주민과 261명의 우리 동네 주무관이 마을총회를 함께 진행하여 105개의 마을 의제를 발굴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이보다 앞서 2013년부터 마을 규모인 통 단위에서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통두레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21개 동에서 121개의 통두레모임이 결성되어 1,4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논산시도 2018년부터 동고동락 마을자치회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하고 마을별 주민자치를 확산하고 있다. 먼저 마을자치회를 끌어나갈 위원장과 총무 등 마을 리더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개최하였고, 이후 494개 마을에서 자치회를 구성하고 주민세 환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담양군에서도 2017년 주민발의로 주민자치 활성화 조례를 만든 이후 79개 마을자치회와 12개 읍면 주민자치회를 구성하여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당진시는 주민세를 인상하여 조성된 재원을 주민자치 특성화 사업에 투입했는데, 2021년 282개 전 마을에서 ‘마을자치활성화 사업’을 시행하며, 마을에서 제안한 의제가 주민총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확정되고, 시 균형발전계획에 반영되고 주민참여예산제와 연계해 실행력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민선 7기는 주민참여예산제의 경험 위에 주민자치회가 더해지면서 민·관 협치가 (준)상설위원회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비록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과정에서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이 담기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현장은 이미 마을별 자치활동을 확산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실현해 나가고 있다.

민주공화국에서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은 우리 사회의 시민이고 우리 동네의 주민이다. 내가 사는 ‘마을’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그래서 며칠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는 누가 더 ‘마을’에 ‘자치’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도 잘 살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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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지방자치가 우리 삶을 바꾼다 – 지역을 바꾼 148가지 혁신사례

정리: 송정복 자치분권팀장 | wolstar@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