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는 3월 24일에 있을 희망제작소 3주년 후원의 밤 행사, 에 불만합창단을 공연 게스트로 초대했습니다. 이 공연을 위해 멋대로 불만합창단은 신입 회원을 모집하여 2월 17일부터 새로운 불만합창단 모임을 가졌습니다. 멋대로 불만합창단 2기의 연습기를 소개합니다.


“오늘도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하지?”
“우리 팀장님은 맨날 퇴근 전에 회의를 잡아. 급한 회의도 아니면 좀 내일 하면 안돼?”

옆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친구들의 불평불만. 한 두 번쯤이면 그냥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이 불평이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면…?

“아, 듣기 싫어, 이제 좀 그만해.”

어느새 나까지도 불평불만이 갖고 있는 그 부정적인 기운에 물들어버린 것 같다. 불평불만은 이렇게 놀라운 전염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은 남의 불만을 가급적 피하고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자기 불만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어떻게든 꺼내놔야 하니까.

그런데 여기 참 신기한 모임이 하나 있다. 불만을 꺼내놓을 수록 모두가 덩달아 신이 나는 모임. 다른 사람들의 더 많은 불평을 들을수록 힘이 나는 모임. 그리고 즐거워지는 모임. 짜증 섞인 불평불만이 어느새 환한 웃음으로 변하는 모임. 부정적 에너지가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해가는 그 곳, 그곳은 바로 불만합창단이다.

불만합창단? 그렇다 불만을 노래하는 합창단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불만을 말하고 싶어하고, 또 많은 사람들은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 불만합창단은 피하기 힘든 유혹적인 조합임에 틀림없다.

핀란드와 독일의 두 예술가 텔레르보 칼라이넨과 올리버 코챠 칼라이넨의 “불만을 노래해볼까?”라는 아주 사소한 생각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2008년 한국에도 왔다. 작년 한국에서는 8개의 불만합창단이 만들어져 ‘불만합창 페스티벌’을 열었다. 불만을 축제로 만든 유례없는 일이 일어났다. 한번 살펴볼까?

“그동안 너무 참고 살았어~ 불만이 없다면 이상해” 라 노래했던 멋대로 불만합창단(희망제작소가 조직함)이 희망제작소 3주년 후원의 밤 행사에 정식 초청되어 멋대로 불만합창단 2기를 모집했다. 그리고 지난 2월부터 모임을 시작했다.

2월 17일: 불만합창단 첫 모임_ “불만 모으기”

내 자신/ 가족?친구?애인?관계 / 일?일터 / 우리 동네? 서울시/ 요즘 세상 / 요즘 한국사회 / 기타등등 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불만을 모았다. 너무 정치적인 불만이어서 안돼? 너무 사소한 불만이어서 안돼? 그런 것은 없다. 어떤 불만이든 ok! 불만합창단의 훌륭한 미덕 중 하나는 어떤 불만이든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일 것이다. 사실 ‘불만’들 사이의 차별대우가 좀 있지 않았는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불만은 멋지고, 사소하고 시시하고 사적인 불만은 ‘뭘 그런 것 같고 그러니’ 라고 말이다. 한 시인의 노래처럼, ‘기름 덩어리만 있는 갈비탕’에 대해 분개하는 것보다 ‘베트남전 파병’에 목소리 높이는 게 더 멋있고 중요하고 그럴 듯하게 보이는 것처럼.

불만합창단은 모든 불만에 열려 있다. 그건 다시 말해 사소한 개인적인 불만도 거대한 사회적인 불만만큼 혹은 그 보다 더 중요하다가 아니라, 개인적인 불만 역시 사회적으로 발화되고 유통될 그런 통로와 공간이 우리에게 절실하다는 것일 테다. 20분 동안 팔 아프게 불만을 써대도 힘든 기색 없이 환해지는 얼굴들이 바로 그 증거일 것이다.

”?”

2월 24일: 불만합창단 두 번째 모임_“가사 정하기”

그럼 이렇게 모인 불만들은 희망제작소에서 고르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300여개 모인 불만들 중 어떤 불만을 부를 것인가는 전적으로 불만합창단원에게 달려있다. 그럼 이렇게 많은 불만들을 어떻게 골라내냐고? 토론을 통해서 고른다. 불만합창단원들 사이의 이해와 합의를 통해서 수많은 불만 중 우리가 부를 불만을 고른다.

”?”

누가 우리에게는 쌈박질밖에 없다 했을까? 목소리 큰 사람이 최고라고 했을까? 조금은 미숙할지라도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해 불만합창단은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러한 과정을 당신의 불만이 나의 불만이 되고 여기 모인 우리의 불만이 된다. 그래서 불만합창단은 ‘함께함’에 대한 프로젝트이다.

3월 6일 : 작곡 모임

불만합창단의 노래를 작곡하기 위해 단원 두 명이 나섰다. 작곡을 공부한 전문가들은 아니기에 저녁은 밤이 되었고, 그럴수록 머리를 쥐어뜯는 일이, 한숨 쉬는 일이 잦아진다. 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재능과 정보와 시간과 열정이 네트워킹된다. 그 네트워킹의 중심에는 불만합창단, 정확히는 불만합창단의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 불만합창단은 계속된다.

”?”

3월 11일: 불만합창단 세 번째 모임_ “노래 연습”

드디어 노래가 완성되었다. ‘지난 번 노래가사보다 좀 별루인 거 같아~’ 라는 아쉬움과 불만을 일단은 접어두고 노래 연습을 시작한다. 노래 연습이 반복되면서 신기하게도 아까의 아쉬움과 불만은 천천히 사라지고, 어느새 그런 마음이 내게 있었나 싶을 정도다. 함께 부르는 노래는 주술적인 힘을 갖는다. 더구나 여기 우리가 부르고 있는 이 노래의 모든 것들이 나의 그리고 우리의 참여로 완성되어 가는데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나. 나는 나의 불만을 부르고 있고, 나의 참여로 만들어진 우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그 즐거움 그리고 그 과정을 다 거쳤다는 것에서 오는 당당함이 우리 사이를 흐르고 있다. 그래서 잘 부르고 못 부르고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이다.

”?”

불만합창단은 오늘 마지막 연습을 앞두고 있다. 화음 그리고 간단한 안무 연습을 통해서 불만합창단과 그 노래는 물리적이고도 화학적인 변화를 또 한 차례 겪을 것이다.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3월 24일 저녁 7시. 희망제작소 3주년 후원의 밤에 오시길 바란다. 불만이 희망이 되는, 불만만을 쏟아내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 이 마법의 순간을 함께 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