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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막연하게 가슴 설레고 훈훈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축제’같은 분위기 속에서 웃고 떠들고 함께 숨 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적어도 그 안에서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 소외된 사람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는 이들에게 축제는 오히려 차별을 자각하는 ‘냉혹한 장(場)’이 될 수 있음을 예전에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문화예술을 창조하고 공유하는 장, 더 확장시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 특히 장애여성은 여전히 소외받고 있다. ‘장애여성문화공동체’는 이러한 비판적인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출발하였다.

”?”먹고 사는 문제도 빠듯한데 무슨 문화냐고?

이전부터 장애인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김미주 대표는 비장애인 사회에서 남성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듯이, 장애인 단체 안에서도 남성 장애인들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모습을 자주 지켜보게 되었다. 이 밖에도 가정, 학교, 사회 내에서 장애여성들이 겪는 이중적 불리함을 인식한 김 대표는 장애여성이 주체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단체의 설립을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장애여성문화공동체(이하 문화공동체)’이다.

문화공동체 활동을 시작할 당시 장애여성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선천적 장애인의 경우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어린 시절부터 차별적 시선을 받아온 경험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공동체는 이러한 문제점을 ‘문화예술’이라는 방법으로 풀어내려 부단히 애를 써 왔다. 이를테면 부설극단 ‘끼판’은 장애여성들 스스로 억압되어 있던 욕구나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고, 동시에 장애여성들의 실제 목소리를 비장애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자기표현예술워크숍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크리에이티브 댄스(creative dance)’ 역시 자신의 몸을 움직여 외부와 소통하고 나를 표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활동 초창기에는 ‘문화를 통해 장애여성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이들의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먹고 사는 문제도 빠듯한데, 무슨 문화냐’며 말이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 너머의 문제, ‘삶의 질, 나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일’의 중요성을 제기하는 이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장애인 문화 활성화 정책’이 ‘뜨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서 ‘나, 장애여성’의 목소리로 말하다

초창기 활발했지만 잠시 중단 중인 극단 ‘끼판’ 활동부터 ‘장애여성, 필름을 뒤집다’, ‘창의로운 몸의 춤’ 등 문화공동체의 활동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이러한 활동들의 공통점은 간접적인 경로를 통하지 않고, 장애여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드러내기 위한 적극적인 형태라는 점이다.

일례로 ‘장애여성, 필름을 뒤집다’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에 맞서 이를 뒤집어 보는 활동이다. 비장애인 감독, 더구나 남성 감독이 만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애여성들의 모습은 너무도 왜곡되어 있다. 대중매체 안에서 장애여성들은 ‘가냘프고 천사 같은 이미지, 남성의 도움으로 세상과 접촉하는 수동적인 이미지,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이미지’ 로 그려지고 있다. ‘내가 만약 저 상황이었다면?, 내가 만약 영화 속의 주인공(장애여성)이었다면?’라는 물음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 사이에, 장애여성들은 우리 사회에 깊이 박힌 편견들이 무엇이며 이에 맞서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들 내부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맞닥뜨린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서 끊임없이 요구하고, 그들이 설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얼마 전, 이들은 미술관의 ‘명화해설’ 서비스를 청각장애인에게도 ‘수화해설’의 형태로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원래 제공되지 않는 것, 이제껏 유래가 없는 일’이라며 거절하는 미술관 측과의 오랜 협상 끝에 ‘수화해설’을 승인 받았고, 직접적인 제공은 아니었지만 서양미술을 전공한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양질의 ‘수화해설’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장애여성들의 꿈을 펼쳐주는 ‘삶,꿈,일 프로젝트’

문화공동체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청년 장애여성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활동하는 와중에도 이들의 주된 고민은 생계와 진로에 대한 문제였고, 이러한 문제 때문에 극단을 비롯한 활동을 그만두는 이들이 늘어갔다. 김미주 대표 역시 대학에서 사회복지, 식품영양학을 전공했지만, 이들처럼 장애 때문에 수차례 고배를 마셔야 했던 적이 있었다. 신체적 장애로 인해 취업관문에서 좌절하는 후배 장애여성들을 보며, 문화공동체는 ‘삶,꿈,일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관공서와 기업에서 저마다 모집요강에 ‘장애인 우대 채용’을 내걸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다. 일례로 기업에서 채용조건으로 내건 외국어 점수 기준이 비장애인의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듣기 평가를 치를 수 없는 청각 장애인의 특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상인 것이다. 비장애인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리어를 쌓을 기회가 없는 장애인들에게도 똑같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요구하는 것은 청년 장애인들에게 또 한 번 좌절을 안겨줄 뿐이다.

이들은 지난여름, 장애여성들이 보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학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장애여성들을 위하여 수화통역사, 점자교재를 적극 활용, 강도 높은 영어 교육을 진행했다. 자신을 소개하는 e-book을 제작하여 유명 대기업들에 배포하기도 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이들 중 60퍼센트가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많은 장애여성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문화공동체는 ‘장애여성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성공 케이스를 만들고, 동시에 비장애인들의 편견을 바꾸고 싶다’는 취지를 살려, 앞으로도 ‘삶,꿈,일’ 프로젝트를 계속 꾸려나갈 예정이다.

‘문화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장애여성의 ‘노동권’을 주장하는 것이 다소 억지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동’은 ‘생계유지’의 차원을 넘어서 ‘자아실현, 삶의 질 향상’과 떼놓을 수 없는 문제이기에, 문화공동체는 장애여성의 ‘일’과 ‘문화’를 양축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들은 ‘문화 환경의 개선’과 더불어 ‘노동 환경의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낼 것이다.

보다 넓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장애여성문화공동체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이다. 장애여성들 뿐만 아니라, 이들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 역시 다양하다. 청각장애 어머니들의 자녀를 위해 음악을 지도하는 선생님, 매년 꾸준히 티켓 나눔을 하고 있는 극단과 배우들, 취업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청년 장애여성들에게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고 있는 기업실무자들… 문화공동체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문화공동체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그러기에 이들은 지금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단체들과의 연대를 필요로 한다. 열정으로 가득한 대학생들에서부터 각 분야의 전문가들까지, 문화공동체는 더 많은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참여’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으며, ‘비장애인 남성’ 자원 활동가도 적극 환영이다.

[글,사진/김미선_해피리포터, 사진제공/장애여성문화공동체]

장애여성문화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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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대학생 시민기자단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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