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간다! 정책디자인스쿨

사회혁신, 지역혁신, 자치혁신 등 ‘혁신’이라는 단어를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합니다. 주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현장에서도 혁신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혁신(革新)은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한다’라는 뜻을 가진 만큼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형식(틀)만 바꾼다고 해서 진정한 혁신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틀만 바꾸는 게 아니라 진정한 혁신을 만들기 위해 방법이 무엇인지 공공서비스 현장에서의 고민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희망제작소는 완주군과 함께 공무원 역량강화를 위한 ‘2019 정책디자인스쿨: 주민 중심 정책설계’ 교육과정을 기획했습니다. 지난 6월 13일 완주군 고산자연휴양림 산림교육센터에는 완주군 신입 공무원 30여 명이 참석했는데요. 이날 교육은 공무원들이 주민의 자발성에 기초한 협치를 어떻게 만들지에 관한 방향성을 짚어보는 시간으로 진행됐습니다.

서승교 서비스디자인 전문가(IBM 이사)는 주민의 니즈를 파악하는 방법을, 송창석 평택시 정책특별보좌관은 인력과 예산 부족이라는 한계를 딛고 혁신을 일군 행정 사례를 전했습니다. 이어 김산 소셜픽셔니스트는 워크숍 기법을 활용해 주민 중심으로 정책을 직접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중 강연 중심으로 진행된 서승교, 송창석 님의 강연을 재구성해 소개합니다.

서승교 서비스디자인 전문가가 전하는 주민의 니즈 파악하는 정책공동디자인 기법

“기술이 혁신을 이끌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일방적인 혁신이 아니라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 사람에게 집중하는 혁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품 혁신이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기 위해 ‘와우’(WOW!)를 지향한다면, 서비스 혁신은 ‘굿’(GOOD)을 지향합니다.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좋다는 만족감이 높아져야 합니다. 사람 중심의 혁신은 고객의 니즈 해결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더 나은 삶을 살게끔 고객 행동 방식을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공공서비스의 대상인 주민들을 잘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만약 주민들의 민원이 있다면, 그 민원에서 어떤 니즈가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니즈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스스로 명확하게 자각해 표현하는 니즈,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니즈, 연령·지역·문화·시대 등 유사한 환경에 처한 사람이 공통으로 갖는 니즈, 그리고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하는 니즈 등이 있습니다. 공공서비스 현장에서는 유사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갖는 니즈와 해당 니즈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니즈를 다양한 방식으로 살펴볼수록 잘 발굴할 수 있습니다. 관찰, 가정방문, 회의, 실사부터 주민을 직접 참여시키는 워크숍을 운영하거나 같이 문제를 경험하는 방법 등을 활용할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소해 보이지만 스스로 실행하는 자구책에서 정책의 실마리를 푸는 힌트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송창석 평택시 정책특별보좌관이 전하는 사례로 알아보는 거버넌스-주민중심 정책설계

“한 사람의 힘을 소개해드립니다.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 사례입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유지·관리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방문객도 적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그러나 퇴직을 앞둔 공무원의 아이디어로 특별한 동물원으로 거듭납니다. 터널형 수족관을 만들어 ‘날아다니는 펭귄’을 볼 수 있다는 포인트를 내세워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입니다. 국내의 강원도 영월 별마로천문대도 한 공무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영월이 관광객이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입니다. 당시 대내외적인 제약요인이 많고, 설득이 만만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영월의 랜드마크가 됐습니다. 이러한 혁신은 ‘한 사람’의 힘에서 시작됐지만, 향후 공무원의 기획력은 주민, 민간과 함께 하는 역량이 더욱 요구되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소셜 디자이너이자 커뮤니티 디자이너이기에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에 따라 정책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먼저 과거부터 돌아보는 게 좋습니다. 회의체에 주민들이 들러리로 참여한 건 아닌지 소수 단체가 과도하게 대표성을 독점한 건 아닌지 칸막이 행정의 비효율성을 방관하지 않았는지, 새로운 시민의 참여율 등을 짚어보는 것입니다. 나아가 시민과의 협치를 통해 정책을 설계하는 시도가 이뤄져야 합니다. 날이 갈수록 사회문제가 복잡해지면서 개인(공무원)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회혁신이 문제 해결을 잃어버린 공공부문의 문제를 민간과 함께 해결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처럼 공무원은 행정과 민간 간 다양한 협치를 통해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동시에 시민력 강화, 시민의식 향상, 시민의 참여도를 높이는 발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공공서비스 현장에서 주민들은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고, 공무원들은 민원을 해결하는 정책을 만들었으나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인 경우를 직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단번에 해결할 순 없어도, 하나씩 해결해나갈 수는 있습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공무원들과 미니 워크숍을 진행한 김산 소셜픽셔니스트는 “주민들이 정책설계를 어렵게 느끼더라도 공무원들이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과 진심이 있다면, 주민들도 기꺼이 참여할 의사를 밝힌다”라고 말한 것처럼 주민에 대한 기대를 낮추지 않는 게 필요합니다.

이어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를 제대로 정의를 내린 건지, 정책 당사자인 주민의 참여도를 촉진하고 있는지, 주민의 수요와 실제 정책 간 접점이 넓어지면서 주민들이 ‘굿’(GOOD!)이라고 평가를 하는지를 하나씩 짚어보고 피드백하는 과정을 이어간다면 대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문제 정의, 정책설계, 정책 평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반복할수록 공공서비스 현장에서는 주민이 느끼는 문제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주민 중심 정책디자인의 주춧돌도 하나씩 늘어날 수 있습니다.

– 글: 방연주 경영기획실 연구원·yj@makehope.org
– 사진: 시민주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