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 희망을 쏘다 4] 주민들의 삶을 조직하는 공공건축

[##_1C|1348252233.jpg|width=”670″ height=”446″ alt=”?”| 무주 군청 뒷마당에서 단체 사진 한 컷!_##]공공디자인은 무엇일까? 공공디자인을 지역에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공공디자인 학교는 그런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당장 사업을 시작해야하는 담당 공무원들에게는 특히 시급히 답을 찾아야 할 질문이다.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전라지역에서 진행된 3회차 ‘공공디자인 학교’는 바로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공간,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다 – 지방도시 공공디자인 혁명의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광주, 진안, 무주에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귀기울이고, 그 결과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 마을이 되었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_1L|1141188083.jpg|width=”250″ height=”374″ alt=”?”| 푸른 길을 걷고 있는 참가자들_##]시민들이 슬리퍼를 끌고 나올 수 있는 모두의 공원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광주 폐선부지’에 조성된 푸른 길 공원.
이곳은 1974년 주민 민원을 받아 철도를 철거한 곳이다. 1998년 광주시는 이곳에 경전철을 도입하자는 계획을 내놓았고 철도로 인한 소음과 인명 및 차량사고로 고통 받았던 주민들은 이 결정에 반대하며, 녹지로 조성하자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시민들의 끈길진 노력에 힘입어 2000년 푸른길 조성사업이 태어나게 되었다.

푸른길 가꾸기 운동본부 집행위원 조동범 교수는 “화려하고 근사한 공원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원이 시민들이 더 많이 찾는 공원이 된다”며, “공공의 공간으로서 공원은 결국 ‘슬리퍼 녹지’, 즉 누구나 슬리퍼를 끌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근거리의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현장투어를 이끌었던 푸른길 운동본부 이경희 사무국장은 “푸른 길 중 독특한 것은 도면을 완전히 비워 시민참여방식으로 설계하고 실행한 구간”이라며 빈 도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 공간은 헌수기금을 내고 나무를 심은 시민들의 이름을 단 나무들로 가득한데, 그 나무를 보러 또 사람들이 찾아 든다고 한다.

[##_1R|1385520686.jpg|width=”250″ height=”166″ alt=”?”| 진안 백운면 ‘희망 건강원’ 간판_##]흰구름 마을 ‘백운면’이 떠간다

우리는 마을조사단 사무실로 쓰고 있는 ‘영다방’에 모여 마을 조사단장인 이현배 선생님의 소개로 마을의 문을 열었다. 마을조사단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에서 농촌형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의 문화, 자연유산을 지키고 이를 콘텐츠화해서 지역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마을조사단은 관과 전문가 집단 사이에서 중요한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백운면에서는 간판 디자인 개선 사업, 자전거 농노사업과 에코뮤지엄 등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간판 디자인 개선 사업을 진행했던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대표인 조주연 선생님은 주민들이 처음에는 “어느 가게가 어디 있는지 다 아는데 무슨 간판이냐”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되면서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가 되었다고. 또한 진안군청의 구자인 박사는 “재미도 있고,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의 주민참여가 고민되어야 한다”며 마을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진안 군청에서 일한 그간의 경험에 근거해 “협상에 의한 경쟁 입찰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 능력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_1L|1355326268.jpg|width=”250″ height=”166″ alt=”?”| 무주군 반딧불 연구소를 설명하는 모습_##] 2일차 교육은 무주군청에서 시작되었다.

무주군청은 뒷마당이 잔디로 덮여있었고, 주차장은 지하에 들어가 있었다. 앞,뒷 마당이 모두 주차장이라 정작 주민들은 차를 피해서 빙 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여느 관공서를 생각하면 ‘혁명적’ 발상이다.
이 뿐만 아니라 ‘목욕탕이 있는 안성면사무소’, ‘면사무소와 사회복지관 사이를 연결해 그 중앙에 천문대를 만든 부남면사무소’등 상식을 뛰어넘는 실험이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군청사 뒷마당에 앉아 수다를 즐기기 시작했다. 봉고차를 빌려 먼데까지 목욕탕을 다니던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동사무소로 모여들었다.

[##_1L|1310876113.jpg|width=”250″ height=”166″ alt=”?”| 안성면사무소 내의 목욕탕. 오늘은 여탕!!_##]안성면사무소의 황두연 선생님은 “목욕탕이 1000원이니까, 장에 왔다가 목욕하고 짜장면 한그릇 먹고 가도 부담이 안되니, 면주민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건축물을 기획한 건축가 정기용 선생이 강의 서두에 “건축은 사람들의 삶을 조직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하더니, 바로 이런 것이었다. 건축물 덕분에 오지 말라고 해도 주민들이 공공기관에 찾아가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 그는 “공공건축이 잘 태어나려면, 진정한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그 필요성은 결국 사람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주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다.
양주시 박종면씨는 “당장 어떻게 해야 하나?생각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_1R|1352588851.jpg|width=”250″ height=”166″ alt=”?”| 부남면의 천문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_##]2일차 밤 부남면에 들렀다.
건축 당시 자그맣던 등나무가 지금은 건물의 중요한 쉼터를 만든 모습을 보았다. 부남면을 가꿔온 부남면사무소 유수상씨의 소개로 부남면을 둘러보고 천문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달도 보았다. 정기용 선생은 “시간이 지나면 다 변한다. 시간이 지나 이곳에 오니, 건축을 완성하는 것은 시간이고, 자연이며, 그것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가꾼 사람이다.”며 오랜만에 온 무주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고 했다.
인간이 만든 것은 시간이 가면 바래지고 허물어지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채우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나무와 담쟁이들이었고, 그것을 가꾸고 유지해 온 또 다른 사람의 손길이었다.
수자원 공사의 최학규님은 “자치단체장이 바뀌고 정책이 바뀌더라도 지역의 건축과 공간들을 유지하고 지속시키는 것은 사람들, 특히 공무원인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부남면을 방문한 소감을 밝혔다.

[##_1R|1149736205.jpg|width=”250″ height=”166″ alt=”?”| 밤에 숙소로 돌아와서도 계속된 공부._##]“2박 3일 동안 돌아다니면서 강의듣고 답사하니 대학교때가 생각난다”던 구례군 박철우씨의 말처럼 모두들 대학교 1학년 학생처럼 묻고 질문하고, 밤늦게까지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양주 곽만주님은 “숙제가 더 많아졌지만, 값진 추억을 안고갈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며 2박 3일의 감동을 전달했다. 이런 고민이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게 공부하고 고민하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갈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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