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5개월, 피해지역 직접 가보니


교육센터의 마에카와 치에 인턴연구원이 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자원활동을 다녀와 작성한 소감문을 게재합니다. 치에씨가 현장에서 느낀 여러 단상을 한국의 시민분들과도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은 8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5개월이 흘렀다.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산리쿠오키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대지진. 천년에 한 번 일어날 법한 이 대지진은 최대 40 미터에 달하는 거대 해일로 많은 이들의 귀중한 목숨과 평온한 일상을 빼앗아갔다.
 
8월10일 현재 사망자는 1만 5689명, 행방불명자는 4744명이며, 피해자는 2만 433명이나 된다. 텔레비전은 반복적으로 현장영상을 방송했고, 그 비참한 광경에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앓았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해도 뉴스라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서서히 잊혀지고, 사람들의 관심도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지진이 발생하고 5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행방이 묘연한 사람들이 약 5천 명이나 된다. 재해로 인한 피난민 수는 아직도 8만 7063명(7월28일 기준)에 달한다. 많은 이들이 소중한 사람, 낯익은 거리, 일상의 모습을 빼앗기고 불편한 생활을 견디고 있다. ‘피해지역의 모습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8월 5일부터 4일간, 재해지역 자원봉사에 참가했다.

내가 방문한 지역은 이와테(岩手)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이다. 인구 2만 4000명의 작은 마을인 이 곳에서는 지진이 일으킨 대규모 쓰나미로 마을의 중심부가 붕괴되었고, 전 세대의 반 이상이 집을 잃었다. 사망자 1526명, 행방불명자 543명으로 인구의 약 10%에 달하는 귀중한 목숨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쓰나미가 앗아간 것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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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는 아직도 대량의 잔해들이 처리를 기다리며 여기저기에 두껍게 쌓여 있다. 집이나 공장 등의 건물은 모조리 파괴되었고, 삶의 터전이었던 논과 어장 역시 완전히 소실된 상태이다. 해일에 삼켜져 잔해더미로 바뀐 마을의 주민들은 대피소나 가설 주택에서 생활할 수 밖에 없다.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이 하나되어 복구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리쿠젠타카타시의 전통 여름 축제 ‘움직이는 칠석’이 개최되었다. 나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축제의 진행을 돕는 일이 주어졌는데, 주로 행사장 설치 등 행사지원 업무를 맡았다. 전통 위령행사인  ‘움직이는 칠석’ 축제는 지진으로 인한 인적, 물적피해로 애초에는 개최가 어려웠지만, 주변의 많은 지원을 받아 개최될 수 있었다.

북을 치는 아이들

다카타 초등학교 교정에서 행해진 축제에는 재난 피해를 입지 않은 3대의 축제용 가마가 등장했다. ‘부흥’, ‘감사’ 등의 단어가 쓰인 전등과 지진 희생자를 위한 기도에서 피해를 극복하고자하는 주민들의 결의를 느낄 수 있었다. 축제용 의상을 입은 청년들과 어린이들이 가마에 올라타 우렁찬 구호와 함께 북을 쳤다. 가마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사실 축제 참가자들 역시 대부분 지진 피해자이다. 리쿠젠타카타에서 부모를 모두 잃은 어린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해도 27명이나 된다. 다카타 초등학교에는 부모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여동생까지 모두 쓰나미에 휩쓸려간 학생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정든 마을은 잔해더미로 변했고 폐허가 되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마을이 떠내려가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차마 헤아릴 수 없다. 힘차게 북을 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렀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피해 아이들은 의젓하게도, 자신이 받은 도움에 감사를 표시하고 앞으로 자신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필자도 초등학교 때 간사이 지역에서 발생한 한신 대지진을 겪었다. 우리 집은 반 정도 파손되는 것에 그쳤지만, 고베(神戶)에 사는 조부모의 집은 모두 무너졌다. 조부모는 지진이 일어난 지 16년이 지난 지금도 다시 집을 짓지 못한 채, ‘복구 주택’이라고 하는 공영주택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고베는 대부분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고베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16년 전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표면상 복구가 이루어지고 지진의 상처가 눈 앞에 보이지 않게되면, 사람들은 지진을 잊는다. 지진에 대한 관심이 누그러져 지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게 된다. 그럴 때 또 다시 지진이 일어난다. 이렇게 반복된다. 지금 일본에서는 한신 대지진 때 얻은 교훈을 완전히 실천하지 못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자위대나 긴급원조대에 의한 구조 활동 체제나 보도, 자원봉사 도입 체제 등 당시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이나 행정간 협력체제 등의 문제 또한 부각되었다.

이번 지진은 한신 대지진 때에는 겪지 않았던 해일이나 원전문제도 동시에 발생해 쉽사리 복구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피해지역에서는 보다 살기 좋은 도시, 재해에 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모두 지혜를 짜내고 있다. 시의 자원봉사 센터에는 매일같이 전국에서 자원봉사자가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빠른 복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피해 지역은 착실하게 복구의 길을 한걸음 한걸음 걷고있다.

“잊지 말아주세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피해 지역 사람들은 ‘피해지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피해를 입은 어떤 주민은 우리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원래 아무 것도 없던 시골이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바다도 해안도 학교도 단골 가게도 전부 사라져버렸습니다. 이 사실이 우리를 매우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인내심이 강하고 따뜻한 동북 지역 주민들은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애써 미소 짓고 있습니다. 다카타에 와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무엇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를 잊지않기를 바랍니다. 아직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것이 다카타 사람들의 바람입니다.”

[##_1C|1383576590.jpg|width=”450″ height=”26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피해지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은 평온한 일상에 감사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편안한 집이 있고, 소중한 가족이 있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평온한 일상이 무엇보다 큰 행복이라는 사실. 피해를 입은 분들은 그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날마다 싸우고 있다.

피해 지역을 생각하며,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사실에 감사하는 것. 그리고 더욱 안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각자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남겨진 사람들의 사명일 것이다.

글ㆍ사진_교육센터 마에카와 치에 인턴연구원 (chie.maeka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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