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한국 사회 곳곳에 ‘해결사’들이 있습니다. 변화를 꿈꾸지만 않고 실행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이들을 ‘소셜디자이너’라고 호명하고 연결합니다. 오는 12월 14일 <2023 소셜디자이너클럽 사회적가치 투자(SIR) 대회(링크)를 여는 이유입니다. 이날 청중심사단(링크)이 소셜디자이너 10명의 피칭을 듣고 모의 투자합니다. 시민을 만날 소셜디자이너 10명을 소개합니다.

전북 전주시 어반게릴라즈 사무실엔 온갖 공구가 있습니다.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5년 일했던 이진학(32) 대표는 이곳에 ‘택티컬어바니즘’을 모색할 게릴라들의 아지트를 꾸리고 있습니다. ‘택티컬어바니즘(tactical urbanism)’은 시민이 주체가 돼 좀 더 살만한 도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작은 실험을 벌이고 성공의 경험을 축적해 변화를 이루는 과정입니다. ‘해봤더니 좋은데’ 이런 공감을 쌓아가는 거죠.

이 대표는 뉴욕 타임스퀘어 보행광장을 예로 들었어요. 지금은 자동차 걱정 없이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지만 처음부터 대규모로 차량을 통제해 만들지 않았습니다. 우회로에 화분을 두는 식으로 좁은 구간부터, 일시적으로 시작해 점점 더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서도 자투리 주차 공간에 테이블을 놓아 작은 쉼터로 만들어보는 실험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6일 만난 이 대표에게 어반겔릴라즈의 미래 ‘작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이진학 어반게릴라즈 대표 ⓒ어반게릴라즈

“시민 ‘게릴라’가 작은 실험 모아 도시 바꿔요” | 이진학 ‘어반게릴라즈’ 대표 @전주

-‘택티컬어바니즘’ 뜻이 뭔가요?

‘전술적 도시 행동, 계획’이란 뜻인데요. 도시 계획에 참여해 보신 적 있으세요? 보통 없으실 거예요. 전문가, 행정가, 정치인들이 도시를 계획하는 게 일반적이죠. 하향식이에요. 그러다 보니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잘 반영이 안 돼요. 어떤 곳은 도로만 엄청 만들어 자동차를 위한 도시가 됐어요. 공원은 부족하고 아파트는 촘촘하고 도시가 삭막해요. 코로나19 때는 특히 이런 도시에서 사는 게 힘들었죠. 그래서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는 도시재생 실험 중 하나가 ‘택티컬어바니즘’이에요. 주민들이 작은 성공을 쌓아가며 점진적으로 도시를 바꿔가는 거죠. 적은 비용을 들인 소규모 프로젝트예요. 자투리땅을 텃밭으로 활용해 커뮤니티 정원을 만들거나, 빈 점포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식이죠.

지난 9월에 저희가 한 번 실험해봤어요. 안산에 있는 서울예술대학과 함께 ‘파클렛, 파킹데이’를 벌였어요. 예술대학교 후문과 원룸촌이 맞닿아 있는 자투리땅에 불법 주차를 많이 해요. 하루 그 차들을 치우고 사람들이 잠깐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실험해 봤어요. 인구가 30만 명이 넘는 중간 도시에 사는 저는 항상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왜 재미있는 게 없을까? 공원은 있는데 사람들이 걸어 다니다 잠깐 앉을 수 있는 공간은 왜 별로 없을까?

예술대학교 학생들은 시민들이 좋아할 만한 참여 부스를, 저희는 잠시 쉬어가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플라스틱 우유 상자에 상판을 끼운 의자와 테이블을 두고 인조 잔디를 깔았어요. 목공 관련 체험할 수 있도록 장비도 두고요. 사람들이 정말 쉬어갈지 저도 궁금했어요. 결과는 좋았어요. 진짜 사람들이 앉았다가 가더라고요. ‘어반게릴라즈’는 이런 지속적인 실험을 벌일 거예요. 작은 성공이 축적되면 시민들의 공감이 쌓여요. ‘여기 주차된 차가 없으니 훨씬 좋구나’ 이렇게요. 이런 공감이 모이면 행정에 손바닥 공원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할 수 있죠.

최소 비용으로 치고 빠지며 공감 넓혀

-그런 지속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게 중요하겠네요.

‘깨진 유리창 효과’라고 있어요. 유리창이 깨져 있고 누군가 거기에 쓰레기를 버리면 사람들이 죄책감 없이 쓰레기를 따라 버려요. 관리되지 않은 작은 도심공원들에서 택티컬어바니즘을 해볼 생각이에요. 사무실 지역이나 상권에 있는 공원들에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거기서 시간을 보내지는 않아요. 담배 피우고 버리고, 커피 종이컵 버리고 가죠. 시에서도 관리를 잘 안 해요. 이런 공간을 어반게릴라즈 팀원들이 모여 바꿔 보는 거죠. 플로깅을 할 수도 있어요. 망가진 벤치를 고치고, 플리마켓을 열거나 버스킹도 해볼 수 있고요. 공원으로서 역할을 되살리려고요. 마지막엔 행정이 시민들이 원하고 지역이 필요한 걸 해야죠. 그걸 느낄 수 있게 그 전 단계까지 실험하는 거예요. 도시는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계속 일어나야 해요. 공원이 공원 역할만 해도 저는 재밌을 거 같아요. 내 도시를 내가 바꿔갈 수 있다는 걸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시민사회가 성장할 거예요.

-실험 기간이 길겠네요.

저희 이름이 어반게릴라즈잖아요. 이런 주제에 관심 있는 게릴라 단원을 모집할 거예요. 그 단원들이 함께 아이디어도 모아요. 몰래 가서 벤치도 고치고 이벤트도 벌이는데 행정에서 막으면 싹 빠져요. 원래대로 바꿔 놓는 거죠. 그러다 좀 조용해지면 다시 하고요. 점점 ‘여기에 이런 게 있으니까 좋네’라는 생각을 공유하도록이요. 처음엔 파일럿프로그램처럼 테스트를 해보고 이후 시범 사업으로 진행해요.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죠. 시민들과 계속 호흡을 맞춰가야 해요. 지금은 건축가, 도시디자이너 등 6명이 모여 ‘사령부’를 구성했어요. 일종의 창업 멤버예요. 최종 목표는 전국에 지부를 설립하는 거예요. 경기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데 지원이 필요하면 전국의 게릴라들이 쫙 모이는 식으로요. 저는 도시계획 연구자로서 진지하지만, 참여자들은 놀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어반게릴라즈 현장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5년간 일하셨는데요. 전문가와 주민의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하셨나요?

최대한 조율을 해야죠. 어려워요.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일할 때인데요. 주민들이 언덕 꼭대기 한 집을 위해 40가구 사는 마을에 소방도로를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주민 의견 받아들여 도로를 만드니 10가구가 보상받고 마을을 떠나버렸어요. 30가구 중에 두 가구 어르신은 돌아가시고요. 28가구 남은 거예요. 그때 제가 소방도로 뚫는 거 말고 다른 방식을 찾으려다 엄청나게 욕을 많이 먹었어요. 어느 날 갔더니 밀어버렸더라고요. 택티컬어바니즘은 최소 비용으로 최소 위험 부담을 안고 최대 효용을 만들자는 거예요. 작은 것들부터 시도해봐요. 카페를 바로 차리는 게 아니라 팝업 카페를 운영해보는 거죠. 시민들이 실행력을 발휘해 함께 하는 과정 자체가 공감의 과정이죠.

▲이진학 어반게릴라즈 대표 ⓒ어반게릴라즈

도시재생의 기본은 주민 참여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왜 나오신 거예요?

어릴 때부터 도시에 관심이 많았어요. 학부 때 도시공학을 전공했어요. 도시재생지원센터로 실습을 나갔는데 정말 재밌는 거예요. 주민들 만나 의견 듣고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고 도시를 바꿔나가는 게요. 저는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은 지역 주민들이 잘 사는 거니까 주민 참여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고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일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 혼자만 그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루에 세 건 씩 회의하고, 주민 요구를 어떻게 조율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왜 그렇게까지 하냐” 이런 이야기 들으면 기운이 빠지죠.

-그걸 또 하시겠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또 다른 경험으로 제 역량을 높이고 싶어요. 택티컬어바니즘처럼 작은 성공이 저한테 더 필요한 걸 수도 있어요. 어려운 상황도 주민을 설득하며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해결할 수 있어요. 센터는 아무래도 사업을 일단 100% 완수하는 게 목표예요. 사업을 좀 미루더라도 주민들과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어요. 택티컬어바니즘은 작지만 긴 시간을 갖고 해볼 수 있어요. 미적분을 하려면 덧셈부터 배워야 하잖아요. 시민 참여도 마찬가지거든요. 작은 것부터 조율 과정을 거쳐 점진적인 성공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해요. 마을이 좋아진다는 걸 느끼면 점점 더 참여할 거예요.

▲ 어반게릴라즈 현장

-순천이 고향이신데 왜 전주에서 시작하시나요?

전주는 도시재생 역사가 전국에서 제일 길어요. 도시재생사업은 아니지만 한옥마을도 만들었잖아요. 행정이 그만큼 경험치가 쌓인 거거든요. 이런 활동이 도시에 얼마나 큰 활력을 주는 지 이해가 높고 그러면 저희가 설득하기 더 쉽죠. 전북대와 전주대학이 있어 게릴라를 모으기도 좋고 연계할 수도 있어요. 전주 역사가 깊다 보니 곳곳에 자원이 굉장히 많아요. 어떤 도시는 원도심을 밀어버리고 아파트 막 짓고 그러잖아요. 전주도 재개발 압력이 있지만 한옥마을이 있기 때문에 저층 주거지들 보존이 잘돼 있는 편이에요.

-사회적가치(SIR) 투자 대회에에 바라는 점이 있었나요.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힘들었던 이유는 동료의 부재였어요. 마음 맞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도울 수 있지 않을까요.

– 인터뷰 및 정리: 김소민 시민이음본부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