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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9 사회창안대회에서 1등! 그리고 최종결선대회에서도 1등! 을 차지한 ‘이웃 랄랄라’의 이정인이라고 합니다.
‘이웃 랄랄라’는 지금 합정동 벼레별씨 카페 옥상에서 제법 푸릇푸릇한 기운을 내뿜으며 열심히 경작 중입니다.
‘이걸 누가 하러 오겠나’ 싶어서 걱정했던 회원모집은 조기마감이라는 성황을 이루었고,
‘혹시 딴 마음을 품은 이상한 사람’들이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우려는 첫날 회원들을 만나고 싹 사라졌습니다.
[##_1C|1341393180.jpg|width=”400″ height=”30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각자 심을 박스를 가지고 모인 첫 날, 다채로운 박스만큼이나 다채로운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다르지만 또 같은 관심사들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은 따로 또 함께 흙을 만지고, 씨를 뿌리고, 서로의 경작물들을 돌봐주며 만나오고 있습니다.
경작을 하려면 흙이 있어야 하는데 건물 옥상에 흙이 있을리 만무. 어딜가야 비옥한 흙을 티 안나게 퍼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차를 빌려 인근의 성미산을 휘휘 돌았습니다.
흙을 퍼오고 나르고 심는 과정까지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지갑 하나 들고 마트에 나가면 모든 걸 구할 수 있는 시대에, 하다못해 씨를 심을 흙도 주문을 하면 받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찐–하게 만나는 세계가 나름 좋습니다.
[##_Gallery|1099163799.jpg|청일점 회원인 기동씨가 만기전역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1329549835.jpg|상토와 흙을 1:1로 섞고 있는 중|1065340771.jpg|결연히 빨간장갑과 삽을 들고 걸어가는 이웃랄랄라 회원들. ‘복수는 나의 것’ 분위기가 떠오르지 않나요?^^|width=”400″ height=”300″_##]
3월 파종을 하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상 기온에 어린 싹들이 잘 견딜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참 흙의 힘이란, 흙을 뚫고 나오는 새싹의 힘이란 굉장한 것이었습니다.
난데없는 꽃샘 추위에 자꾸 움추러들던 나와는 달리 씨앗은 이 모든 것을 견디고 흙을 뚫고 나와주었어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브로콜리도, 상추도, 부추도, 감자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_Gallery|1086820612.jpg|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서~|1343182797.jpg|브로콜리, 너마저….|width=”400″ height=”300″_##]
지난 주말, ‘이웃 랄랄라’는 ‘옥상에서 랄랄라’라는 작은 행사를 열었습니다. 뭘 했냐구요?
각자 집 냉장고에서 굳어가는 반찬과 밥을 섞고, 상자텃밭에서 뽑은 야채들을 부어 비빔밥을 해 먹은 거죠.
작은 상자들이라 얼마나 되겠나 싶었는데 뽑아보니 많더라구요. 열명이 배불리 먹고도 남았거든요.
그동안 흙 푸고 물주느라 신경쓴 보람이 있구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열심히 자라주었는데 솎아준다고 뽑아버리는게 왠지 미안하고 망설여지기도 했으나…일단 입에 들어가니 참 좋더군요. 보드랍기도 하고 쌉쌀한 맛도 느껴지고.
[##_1C|1213796711.jpg|width=”400″ height=”35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대부분 경작이 처음이라 우왕좌왕 모르는것 투성이지만 싹이나고 잎이나고 키가 커가는 모습이 그만큼 신기하기만 합니다.
감자잎이 무성해지는것을 뿌듯하게 바라보면서, 문득 감자는 늘 슈퍼에서 사던 감자만 알고 있었지 잎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자라는 모습은 어떤지 처음 본다는 걸 알았어요. 아니면 그동안 봤어도 무심코 지나쳤겠죠.
슈퍼에서 ‘먹을 부위’만 보는 삶과 식물의 온전한 전체를 인식하고 있는 삶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흙속에서는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흙 위에서는 저렇게 푸른 잎을 열심히 펼치고 살아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해주기 위한 우리의 정성이 있었다는 경험은 감자 한 알도 감사히 먹을 줄 아는 경건함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_1C|1304797857.jpg|width=”300″ height=”40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번엔 고구마에 도전합니다!_##]혼자했으면 귀찮고 하기 싫었을, 이 모든 일들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더욱 즐겁게 사서 고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 야채맛을 보고 나니, 누군가 그러더군요. 앞으론 그냥 맨밥과 쌈장만 들고 와서 텃밭상자 앞에 쪼그리고 앉아 고추며 상추며 바로바로 뜯어 먹고 싶다구요. 혼자 살면 설거지도 귀찮거든요. 이러다 정말 옥상식사벙개로 끼니 해결할지도 모르겠어요.
상추와 청경채의 선전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 쑥쑥 자라날 토마토와 고추를 기대해봅니다.
보란듯이 열매를 맺어줄거라 믿어 의심치않는 수박이도 화이팅이구요.
다음 6월 모임에는 옥상에서 다 같이 고기를 구워먹을 겁니다.
삽질할 생각에 벌써부터 손아귀가 아파오지만 옥상 상추에 삼겹살 싸먹을 상상을 하니, 웃음이 먼저 나오네요.
‘이웃 랄랄라’ 는 이렇게 랄랄라 지내고 있습니다.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글_ 이정인 (이웃랄랄라)
정리_ 사회혁신센터 김이혜연 연구원 (kunstbe3@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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