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화장실은 어디에 있을까

시니어사회공헌센터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비영리기구(NPO) 또는 비정부기구(NGO) 활동에 참여해 사회공헌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행복설계포럼’은 시니어사회공헌센터가 운영하는 ‘행복설계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교육생들이  매월 자체적으로 기획해 성공적인 인생 후반전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아래의 글은 지난 1월 27일 열린 올해 첫 행복설계포럼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겨울 찬기운이 매섭게 몰아치는 1월 27일, 행설아 회원들이 경복궁을 찾아갔습니다.
수문장 교대식 북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회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한 분, 두 분 … 순식간에 40여 명이 모였습니다.

[##_1C|1072076696.jpg|width=”400″ height=”26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일제 강점기에 경복궁과 어긋나게 조선총독부를 짓고 광화문을 삐딱하게 옮겼습니다. 광화문을 복원하면서 원래 제자리를 찾은 것입니다. 저 앞 세종로에는 육조의 관청이 있었고요. 세종로 거리는 광장이었어요.”

오늘 해설하시는 분은 (사) 한국의재발견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하고 계신 정차수 선생님이십니다.
11년 가까이 해설하는 분답게 추운 날씨에도 노련하게 팀을 이끌어 가시네요.

광화문 바깥으로 나가 해치를 올려다보고 바깥 담도 둘러보고 광화문으로 다시 들어섰습니다.
차창 밖 스치는 풍경으로 대하다가 의미를 감상하면서 직접 드나드니 감회가 색다릅니다.
이제 10분이 지났을까…벌써부터 코끝이 빨개집니다.
오늘 기온이 낮 최고 영하 6도, 체감 온도는 영하 13도로 추위가 상당하다는데 ….

“근정전은 임금님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조례, 외국인 접견, 국가행사등을 치루던 곳입니다. 사정전은 매일 출근하여 업무를 보던 곳이고요.  ‘대전에 납시옵니다’에서 대전이 바로 강녕전이어요. 교태전은 왕비의 사무공간이자 생활공간이지요. 왕자나 공주등은 결혼 전에 같이 살다가 결혼 후에는 세자만 왕궁에 삽니다. 세자의 집은 궁궐의 동쪽에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태자는 앞으로 떠오를 준비를 한다고 해서 동쪽에 살고있죠. 그럼 서쪽에는요?  서쪽엔 대비전이 있습니다. 조대비를 위해 대원군이 특별히 신경 쓴 자경전이 있고요. 원래 이 빈터에도 집들이 빼곡했습니다. 고종 1867년, 대원군이 중건할 당시 330여 동이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경회루를 거쳐 향원정에서 끝날 예정입니다.”

[##_1C|1281871317.jpg|width=”379″ height=”26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궁궐지킴이 정차수 선생님_##]몇몇 분들이 조금 늦게 도착하셨네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정차수 선생님의 목소리와 손짓을 따라 열심히 쫓아갑니다.
교과서로 공부할 때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오니까요.

세심천을 건넙니다.
바깥 세상의 나쁜 균, 나쁜 마음을 버리고 좋은 마음만 지니고 임금님 계시는 곳으로! 
영재교를 건너니 길이 세 개로 나누어져 있네요.

가운데 임금님길을 걷는 분들은 전생에 혹시 임금님이었을까요? 저는 동쪽으로 걷고 있으니 문관이었나봅니다.^*^
어로와 연결된 계단에 봉황 장식이 있습니다.
동쪽에 봉, 서쪽엔 황으로 봉황은 훌륭한 임금이 나오면 하늘로 올라간답니다.
봉황이 나올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염원을 상징하겠지요.
철망 부시, 삼지창 부시에 관해 설명도 듣고 드디어 근정전 월대 위에 올라섭니다.

“근정전 현판 글씨를 보세요. 부지런할 근이죠. 정치를 함에 부지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경복은 큰 복을 뜻하고요. 정도전이 각 건물마다 이름을 지었습니다.  박석이 거칠거칠한 거 보이시죠? 행사공간이므로 조심해야하고 햇빛이 반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에요. 품계석도 보시고 저기 눈 위에 굵은 쇠고리는 차일을 고정시키기 위해 박아 놓았어요. 이곳 모든 건축물이나 장식은 음양오행을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자세히 둘러보니 동서남북 계단에 동물이 보입니다.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와  12간지 동물이 새겨져 있답니다.
기단이 높으니 바람이 더 세차게 불어옵니다.

“일월오봉도도 음양오행입니다. 자연계, 천계, 지상계, 모든 것을 다스리는 게 임금님입니다. 임금님이 계시는 곳은 어디든지, 돌아가실 때도, 온양온천에 가서도 저 병풍을 칩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 병풍이고요. 여기 향로 보이시죠?  임금님이 계시면 향을 피웁니다. 저 밑에 드므 보이시죠?  방화수로 쓰였어요. 실제 방화수로 쓰였다기 보다 상징성이 크고요. 불귀신이 왔다가 자기 모습을 보고 도망가게끔요.”

근정전 안을 들여다보니 발톱이 일곱 개 달린 용이 공중에 매달려있습니다.
사람들이 수도없이 만져서 두루뭉실하게 뭉그러진 쥐도 눈에 띕니다.
정 선생님이 궁궐 안 돌덩이 한 개, 문양 하나도 무심히 넘기지 않고 세심하게 살펴보게끔 인도합니다.
11년 세월이 경복궁 구석구석에 녹아있다고나 할까요.

사정전은 깊이 생각하고 정치를 하라는 뜻입니다.
역시 음양오행에 따라 동쪽엔 만춘전, 서쪽엔 천추전이 받쳐주고 있습니다.
임금님이 새벽부터 공부하고 어전회의 하는 곳입니다.

[##_1C|1290534679.jpg|width=”400″ height=”292″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실록에 이르면  병약한 세종대왕이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자,
“마마는 힘드신데 하루나 이틀 건너서 나오시면 어떨까요?” 하고 신하가 청하자 세종이
“경은 나오지 마라. 나는 매일 나올테니까” 하셨다는군요.  

뒤돌아보니 근정전과 사정전 처마가 겹쳐 아름답습니다.
서울에서 이렇게 앞이 탁 트인 곳을 찾기가 쉽지 않기에 더 소중한지도 모릅니다. 
정 선생님이 사관이 사초를 작성해 조선왕조실록이 만들어진 과정도 들려주고 효자동이 원래 화자동이였다고 알려줍니다.
내시(화자)들이 살던 곳이기에 화자동 했다가 효자동으로 변하였다네요.
날씨가 추워도 사람이 모이는 곳에 웃음이 빠질 수 있나요?

“임금님 화장실은 어디에 있죠?” 하니
“용안, 옥수처럼 매화라는 예쁜 이름을 붙였어요.  매화틀 아시죠? 임금님 응가는 아랫것들이 다 뒤처리했답니다.”
일반 아래것들이 사용하는 측간이 아직 복원이 되지 않아 정 선생님은 죽은 공간이라고 평가합니다.
사람이 살았으면 당연히 먹고 배설하는 곳이 있어야하니까요.

경회루 앞에 섰습니다.
얼음이 꽁꽁 얼어 붙어 녹음이 푸르던 날에 대하던 경회루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24절기. 음양오행. 우주만물의 원리가 저 건축물에 다 들어있다고  전해줍니다.
이 연못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연을 알려줍니다.
연산군이 기생들과 놀던 자리, 모 대통령이 낚시하던 곳….
근, 현대에 연회지로 일삼던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해야할지 새삼 일깨워주는 자리입니다.
 
강녕전으로 들어갑니다.
그 옛날, 악단과 무희들이 춤추던 월대 위에 모여서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강녕전은 인간의 복 가운데 으뜸인 수복강녕을 뜻합니다. 방이 아홉개이고 가장 가운데 방에서 임금님이 주무시죠. 강녕전 지붕을 올려보세요. 용마루가 없이 기와로 넘겼지요. 교태전도 용마루가 없는 무량각 건축물이고요. 이쪽이 음의 공간, 여성의 공간입니다. 이 글씨를 잘 보세요. 만수무강, 천세만세 보이시죠?”

교태전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설명이 이어집니다.

무슨 글자인지 고개를 빼고 쳐다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왕비가 기거하시던 교태전에서 또 한번 웃음이 터졌습니다.
어느 분이 “교태를 부리는 곳이라 교태전이라 한것 아닌감?”하셔서 잠시 추위를 잊었습니다.

“교태전은 음양이 잘 섞여서 훌륭한 왕세자를 낳으라는 의미입니다. 합궁할 날짜도 정해줍니다. 정비 몸에서 자식 낳기가 참 힘듭니다. 좋지 않다는 날짜를 계속 피해야 하니까요.”

왕비의 고달픈 삶을 아랫것들이 어찌 알겠는고. 그래도 ‘왕비 한번 해봤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추위에 떨며 아미산 정원 앞에 모였습니다.
궁궐지킴이 선생님이 워낙 열성적으로 설명을 하시니 ‘춥다’ 소리하기도 멋쩍어집니다.

“궁궐에 앵두나무가 많습니다.  세종은 병이 참 많았습니다. 문종이 치아가 좋지 않은 아버지 세종을 배려하여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아미산 정원입니다.굴뚝에서 연기가 역류하지 않도록 연도를 놓았고요. 고종때 굴뚝 그대로입니다.”

역시 윗사람들 시선으로 감상해야 제 맛을 찾는 법. 계단 위에 올라가서 물과 산, 천계, 지상. 불가사리를 찿아봅니다.

[##_1C|1374794476.jpg|width=”400″ height=”272″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옆사람과 말하기도 힘들정도로 추운 날씨지만, 자경전(보물 제810호)은 보고 가야지요.
자경전은 조 대비를 위하여 대원군이 특별히 공을 들여 지은 건물이랍니다.
조선 후기 왕실 가계도가 매서운 바람결에 흘러갑니다.
웅크리고 걷는 우리에게 담벼락을 살펴보라며 무늬와 글자를 알려줍니다.
눈위를 걷는 발자국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자경전 뒤편 굴뚝 담에 십장생이 새겨져있습니다.  

후원으로 나가는 길에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라고 하십니다.
담장이 주황색 벽돌로 축조되어 글자를 새겨 넣고 매화, 복숭아, 모란꽃 문양이 보입니다.
따뜻한 날 다시 와서 찬찬히 살펴보아야겠습니다.

[##_1C|1259238660.jpg|width=”400″ height=”29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후원인 향원정 앞입니다.
눈 앞에 청와대 지붕이 드러나는군요.
원래 청와대 자리도 경복궁이었다지요.
백악산에서 불어오는 한기로 추위가 더 심해집니다.

“저 위 청와대 있는 자리, 저 옆 민속박물관 자리까지 전부 집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후원인 향원정은 왕실 가족의 사적 공간입니다. 대원군이 향원정과 건청전을 지었고요. 고종이 이곳을 좋아해서 이곳에서 살았습니다. 고종 임금님은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서 발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사용했습니다. 전기 발명 후 불과 8년 만의 일이지요. 그러나 한가롭게 휴식하지 못하고 이 건물에서 조선말기 여러 정치적인 문제들을 처리해야했지요. 1895년 명성왕후가 시해된 곳도 건청전입니다. 살해 후, 시신을 저쪽 언덕에서 태우고 재는 향원정 연못에 뿌렸다고 합니다.”

추위가 몰아쳐 왕실 이야기를 더 듣기가 어렵습니다.
정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시민들과 시민단체가 해야할 일을 당부합니다.

“예전에 여기서 미스코리아 선발전도 하고 드라마도 찍고 권력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참 부족했지요. 저희 시민단체가 하는 일이 그런 일을 막는 것입니다.”

한시간 반가량 추위를 벗삼아 경복궁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회원들이 꽁꽁 언몸으로 눈빛으로만 웃음을 전합니다.
해가 인왕산 너머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추운 날을 함께 보내 더 돈독해졌다고나 할까요. 
앞으로 내내 추억거리로 삼을 하루였습니다.

글_ 정인숙 해피리포터
사진_시니어사회공헌센터 김돈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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