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희망제작소 ④] 유모차 끌고 지하철 한번 타려면 ‘녹초’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자, 어린이 등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자를 말한다, 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유아를 동반한 자가 유모차를 몰고 외출을 할 경우, 이 세상은 계단, 계단식 에스칼레이터, 육교, 지하도 등의 ‘장애물’ 투성입니다. 건강하고 젊은 시민들만이 아닌 교통 약자들에게도 장애물 없는 사회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유모차를 가진 사람이 장애를 지닌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사회는 에스칼레이터 진입에 ‘유모차 진입 불가’ 등의 표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공공 시설물 자체가 유모차를 동반하는 어른 등을 교통약자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지요. 추후 영유아를 동반한 자를 포함한 모든 교통 약자들이 일반 도로 및 공공장소를 차별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고 이동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며, 공공 시설물을 재디자인할 때 교통약자 등의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마인드가 기본이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래 ‘관련 기사’ 목록을 클릭하시면 새봄님의 아이디어 제안인 “유모차 외출은 고생길”와, 유모차 개선 사항이 담긴 “빗물받이에 바퀴 빠질 일 없겠네” 등의 관련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 포털에도 한국일보 기사 목록이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한국일보·희망제작소가 알아봤습니다, 로 소개됩니다. 더 좋은 아이디어 선정과 기사를 위한 따끔한 질타는 물론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 또한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한국일보 :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유모차 끌고 지하철 한번 타려면 ‘녹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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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옆엔 반드시 경사로 설치' 원칙 지켜야

서울 지하철역은 유모차가 들어서기 어렵다. 엘리베이터는 찾거나 타는 게 쉽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는 굵은 철봉을 박아 유모차 진입을 막고 있다.

2일 지하철 동대문운동장역 입구에서 강철원 기자가 각진 계단으로 10㎏에 가까운 유모차를 끌고 내려가고 있다. 최종욱기자 ju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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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나 힘들길래…."

한국일보는 유모차로 시내를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2일 오전 지하철 2호선 동대문운동장역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만만치 않다. 계단만 있을 뿐 평평한 경사로는 없다. 계단을 따라 빈 유모차를 끌고 내려갔다. 손잡이를 꽉 쥐었지만 덜컹덜컹 흔들린다. 지하철을 타려면 자그마치 7,8군데의 계단을 올라야 했다. 빈 유모차도 이 정도인데 아이를 태운 유모차로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부모 심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지하철 육교 지하도 어딜 가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다. '유모차 진입금지' 푯말이 붙어 있다. 발길을 돌려 한참을 헤매다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노인들로 꽉 찼다. 유모차를 끌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대입구역에서 내렸다. 에스컬레이터가 다른 역보다 훨씬 길다. 에스컬레이터는 이용할 수 없다고 했는데, 바로 옆 계단은 공사 중이다. 어디로 이동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유모차를 들고 역 밖으로 빠져 나왔다.

고궁 근처는 괜찮을까. 경복궁 부근 인도로 유모차를 끌고 갔다. 육교가 보인다. 경복궁에 가려면 건너야 하는 데 경사로는 없다. 한 손으론 아기를, 또 한 손으론 유모차를 들고 갈 판이다. 덕수궁 지하도도 부드러운 경사로는 없고 각진 계단뿐이다. 길을 건너려면 시청이나 광화문 쪽까지 가서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했다. 유모차 밀고 다니기는 고난의 연속이다. 유모차는 역시 짐만 될 뿐이었다.

남들은 유모차 전용도로도 있는데

정부는 2005년 장애인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을 마련했다. 이를 근거로 영ㆍ유아를 동반한 부모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해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대거 설치했다. 출입구가 낮고 경사진 저상버스도 도입됐다.

그러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네살배기 아이 엄마인 박지희(31)씨는 "지하철을 타고 싶어도 계단 생각만 하면 고개를 젓게 된다. 엘리베이터가 있다지만 찾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선진국은 우리와 달리 교통약자를 적극 배려한다. 호주 시드니는 유모차와 휠체어가 일반 행인과 함께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관광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다카야마(高山)는 아예 도시를 꾸밀 때 교통약자를 최우선 고려했다. 차도와 인도간 턱을 모두 없앴고 도로 옆 빗물받이 덮개 창살은 휠체어나 유모차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1㎝ 이하로 촘촘하게 좁혔다. 공중 화장실도 장애인용이 편하게 이용하고, 갓난아이의 기저귀도 갈 수 있는 다목적 화장실로 뜯어고쳤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법령이 마련된 만큼 시행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지하철역이나 육교 지하도에 경사로 또는 경사진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망제작소 정기연 연구연은 "육교와 지하도는 가능한 없애고 계단이 있는 건물에는 반드시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입력시간 : 2007/04/02 18:4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