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푸름이 더해가는 토요일 아침, 희망제작소에는 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후원회원들의 산행 모임인 강산애와 HMC(호프메이커스클럽) 회원들이 함께 1박 2일의 짧지만 알찬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아직 가시지 않은 여행의 여운을 후기를 통해 여러분과 나누려 합니다.
5월 강산애 트레킹은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을 품고 있는 전남 곡성에서 진행됐습니다. 곡성은 기차마을로 유명하지만, 희망제작소 HMC 회원 이동현 대표님이 운영하는 미실란을 빼놓을 수 없죠. 미실란은 최상급 품질의 친환경 발아미를 생산하는 농업기업인데요. 이곳에서는 매년 작은들판음악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곳을 찾은 이유이지요.
폐교를 리모델링한 미실란에 들어가니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출출하던 참에 회원들과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점심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식사 후, 미실란 이동현 대표님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21% 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식량을 만들 수 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어 아쉬울 따름입니다. 또한 농업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소비방법은 일대일 소비를 권장하는 것이지요.”
정들어 잊지 못하는 섬진강
이동현 대표의 강의가 끝난 후, 섬진강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자연 숲길과 다리 사이 사이로 흐르는 강물에서 생명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깊이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김용택 <섬진강 3> 중
자연에 취해 음악에 취해
자연에 취해 둘레길을 걷다보니 허기가 찾아온 것도 잊고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로 조미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식사 중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아카데미’를 수료한 부부 회원을 만나 귀촌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반가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건강한 식사, 건강한 대화가 오가는 행복한 봄밤이었습니다.
뉘엿뉘엿 해가 지고 미실란의 작은들판음악회가 진행됐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유행가부터 클래식 그리고 미실란 가족들이 준비한 기타연주까지… 자연 속에서 즐기는 음악의 향연에 귀와 마음이 즐거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작은들판음악회가 끝나고 숙소가 있는 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기왓장 위에서 삼겹살이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지는 동안, 회원들의 노래가 끊이질 않았는데요. 흥겹게 현재를 즐기는 모습 속에서 회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산애 모임에 처음 왔다는 한 신입회원님은 몇 십 년 만에 대학 MT를 온 기분이라며, 젊은 피가 다시 타오르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장작불처럼 뜨거웠던 지난밤을 뒤로하고, 이튿날 지리산 바래봉을 올랐습니다. 바래봉은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지요.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철쭉제 기간이라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5월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비슷한가 봅니다. 하산길에는 햇무리라는 자연현상도 볼 수 있었습니다. 햇무리는, 햇빛이 대기 속의 수증기에 비쳐 해의 둘레에 둥글게 나타나는 빛깔이 있는 테두리를 말합니다.
시원한 콩국수로 하산길의 허기진 배를 달래고 대전 현충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난 3월 타계하신 고(故) 이영구 선생님께 참배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분과 함께한 5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이 먹을수록 속마음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강산애의 모토처럼, 뜨거운 가슴을 가진 이들이 모인 강산애는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곳 같습니다. 조심스레 제안합니다. 여러분도 강산애와 함께 하시면 어떨는지요?
글_ 어진명 후원회원
6월 강산애 산행은 도심 속 청량제를 찾아 청계산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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