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수의 그린투어리즘(3) 논밭 사이, 농가레스토랑 ‘마마즈 키친’의 실험

편집자 주/ 지역과 농촌의 어려움은 일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농촌을 살리기 위한 갖가지 지원구조와 자구 노력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농업·농촌이 갖는 국가적 상징성과 다원적 공익기능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없이 그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지켜내고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나 실천 활동에 너무도 인색하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살리기, 지역재생을 위한 일본의 상상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그린투어리즘과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관한 개론적인 소개와 대안적 사례들을 연재한다. 이 글이 우리의 대안 모델을 상상하는데 모티브가 되었으면 한다.


[##_1C|1369897663.jpg|width=”400″ height=”260″ alt=”?”|나무로 지어 한층 정감어린 마마즈 키친의 모습._##]
마마즈 키친

<마마즈 키친>은 시골의 논 한 가운데에 있는 독특한 레스토랑이다. 특별히 ‘레스토랑’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도시인들을 유인하기 위한 의도라고 한다. 미리 알고 가지 않는 한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외진 곳에 있다. 안내간판도 보일 듯 말 듯하게 조그맣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러한 점들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농촌의 평화로운 전원풍경과 한적함이 도시인들에게 어필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마마즈 키친>은 아직 큰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9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소문난 농가레스토랑이다. 주요 고객은 삿포로, 타키카와시 등에 사는 도시인들이며, 특히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주부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는 식사 하면서 마마즈 키친이 있는 들판의 농장주인 나카무라 유타카씨와 얘기를 나눴다. 나카무라씨는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한국의 농민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한국의 농업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농민(전국농민회총연맹)들의 데모는 일본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 일본 농민들은 그냥 포기해 버린 측면이 없지 않다. 나도 오랫동안 농민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의 농민운동에 관심이 많다. 올해로 내 나이가 60인데 그 중 24년을 농민운동을 해왔다.”

나카무라씨가 경작하는 농장 면적은 원래 10.4ha였다. 하지만 마마즈 키친을 오픈하면서 7.6ha로 줄어들었다. 그 때문에 농장 면적이 인근 농가의 평균 면적 10ha에 미치지 못한다. 나카무라씨는 면적을 줄이면서도 어떻게 소득을 늘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가 판로를 바꾸었다. 농협을 통해 판매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판로를 개척했다. 그 결과 경작 면적이 3ha 가까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은 그대로 보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단위 면적당 소득은 증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7.6ha의 농경지 중에 5.7ha가 논인데, 그곳에서 저농약으로 생산한 쌀 60kg짜리 570포를 생산하고 있다. 판로를 보면, 농협을 통해 60포, 유통업자에게 150∼200포를 판매하고, 나머지 50% 이상은 직접 판매하고 있다.

[##_1L|1215864669.jpg|width=”300″ height=”193″ alt=”?”|창문 너머로 넓은 들녘이 보인다._##]농가체험은 미래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

농가체험도 진행하고 있는 나카무라씨는 그린투어리즘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풀어 놓았다.

“그린투어리즘의 핵심은 관계성의 복원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문제를 넘어 공동체, 관계성, 건강한 먹거리 등이 핵심이다. 특히 관계성이라는 것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대량생산, 대량소비라고 하는 도시적 삶을 극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기성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보다는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농가체험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농가체험을 매개로 시작한 관계는 체험활동 이후에도 지속된다고 한다. 수학여행을 다녀간 아이의 부모가 아이가 말을 안 듣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상담 메일을 보내오기도 하고, 농가체험을 한 아이가 집에 가서 부모를 새로운 고객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졸업 후 성인이 되어 찾아오기도 하고, 아이들을 보냈던 부모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농가체험을 오기도 한단다.

농가체험은 보통 반나절이나 길어야 하루 동안의 활동이다. 사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나카무라씨는 아이들의 인생관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디고 한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항상 부모로부터 ‘무엇을 하면 안된다’라는 부정적인 말만 듣고 살기 때문에 스스로 위축되거나 부모와 별로 대화하고 싶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농가체험을 하면서 처음으로 자기가 쉬고 싶으면 쉬고 이야기하고 싶으면 이야기하는 등 해방감을 느끼고, 닫혀 있던 마음을 열게된다고 한다. 이것이 집에 돌아가 부모에게 아주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같이 동석한 ‘소라치 데이네’ (소라치 지역의 그린투어리즘 네트워크) 사무국장인 야스다씨는 농가체험에서 농민은 인스트럭터(Instructer)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한 명이라도 불만을 나타내면 그 인스트럭터는 이미 자격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농가체험을 진행할 때 3∼5명의 학생 중 한명이라도 불만을 나타내면 그 농민은 실패한 인스트럭터(Instructor; 지도자)라고 한다.’

[##_1R|1005834255.jpg|width=”200″ height=”150″ alt=”?”|마마즈 키친이 있는 농장의 주인 나카무라 유타카씨._##]그린투어리즘은 매뉴얼이 없다?

우리는 야스다씨에게 혹시 농가체험활동을 하는데, 각 농가에서 활용하는 매뉴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각 농가마다 농사 방법이 다르고 경작물의 품종과 규모가 다르고 사는 모양과 가족구성도 다르다. 이 때문에 농가체험에서 하나의 통일된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고 따로 농가체험과 관련한 특별한 교육을 하는 것도 아니다. 각 농가마다의 스타일에 맞게끔 스스로 계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주변 농가와의 정보교환과 교류를 통해서 서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나카무라씨의 경우도 농가체험교육의 경험이 없는 농가에게 특별한 교육이나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카무리씨가 직접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효과가 크다고 한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가르친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즉, 미숙한 농가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패턴을 파악하고 싶을 때는 “어젯밤에 몇 시에 잠들었니?”라고 물어보는 방식으로 말이다.

[##_1C|1297166904.jpg|width=”300″ height=”225″ alt=”?”|점심 메뉴로 인기있는 돌솥밥, 재료는 모두 이곳의 농산물이다._##]
나카무라씨는 농가체험을 진행하면서 상상도 못했던 도시 아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접하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딸기 수확을 하는데, 어떤 아이가 수퍼에서 파는 딸기는 먹을 수 있어도 본인이 직접 딴 딸기는 하나도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미 포장되어 있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이파리와 줄기가 다 붙어있는 딸기는 먹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떤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왔는데 역시 밭에서 금방 딴 딸기를 먹지 못했다. 할머니의 말이 “우리 손주들은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딸기만 먹어왔기 때문에 이런 미지근한 딸기는 못먹는다.”라고 말해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아이는 개구리가 옆에 보이기 때문에 딸기를 못 먹고, 심지어 수퍼마켓에서 사온 생수로 딸기를 씻어먹는 가족도 있었다고 한다.

나카무라씨는 이러한 황당한 사례에 질려서 농가체험을 포기하면 계속적인 사회적 간극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히려 농가체험을 확대 보급하는데 더욱 앞장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단다.
특히 먹거리 교육에 있어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먹는 먹거리가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 직접 몸으로 체험케 하고,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서 맛을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다.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 전체 흐름을 아이들이 몸소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_1C|1288933456.jpg|width=”402″ height=”150″ alt=”?”|좌: 컨트리 파파 레스토랑 입구에 있는 안내판. / 우: 농가 레스토랑에서는 음식 뿐만 아니라 각종 수공예품과 가공품을 판매한다._##]
컨트라 파파 레스토랑에서 만난 ‘홋카이도 그린투어리즘협회’ 임원들

그린투어리즘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농업의 긍정적인 부분을 어떻게 사람들이(도시인들이) 공감하도록 할 것인가’이고, 두 번째는 ‘휴식을 위해 농촌에 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이다. 물론 농촌이 가진 자원을 어떻게 잘 엮을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관계란 지역 내 사람들과의 관계와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과의 관계 모두를 포함한다.

홋카이도 지역에서 그린투어리즘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러한 종류의 활동이 알려지지 않았고, 뜻을 가진 사람들도 없던 시기였다. 1990년 시카오이초에서 ‘시카오이 팜인 연구회’가 결성된 것이 홋카이도 그린투어리즘의 시작일 것이다.

시카오이초는 토카치 지청에 속한 작은 지역인데, 토카치 지역은 농산물을 도시로 공급하는 농업생산기지였다. 그런데 팜인 연구회의 고민은 ‘이 지역이 과연 농산물 공급기지로서의 역할만 가지고 먹고 살 수 있는가’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농민들 스스로 판매해 본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들은 “판다는 행위”에 첫발을 내딛기로 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농민들은 농산물을 농협에 맡기면 끝이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고, 신뢰를 얻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1993년부터 1996년 사이에 농가레스토랑, 관광농원, 딸기체험 같은 각종 농촌체험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2000년도에 들어서는 ‘홋카이도 투어리즘협회'(이하 협회)에서 <그린투어리즘 대학>을 개강했다. 그린투어리즘 대학을 운영하면서부터는 지역의 자원을 살리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협회는 홋카이도를 전체를 포괄하는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시카오이초 지역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었고, 임원들도 시카오이초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회비를 내는 회원이 20여명 정도이다.

이런 과정을 다시 정리하면, 1990년에 ‘시카오이초 팜인 연구회’가 만들어졌고, 2000년도에 ‘홋카이도 투어리즘협회’가 창립해 <그린투어리즘 대학>을 개강했으며 시카오이초에 사무실을 열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협회 회원들은 당시 소비자와 농민의 접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다, ‘일본 푸드서비스협회’의 신도 회장을 찾아갔다고 한다. 일본 외식산업 협회의 대부인 신도씨는 외식산업을 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신도씨와의 교류를 통해서 협회 회원들은 소비자와 직접 만나기 위해 농촌을 도시민에게 개방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_1L|1064984914.jpg|width=”250″ height=”166″ alt=”?”|벽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홋카이도 투어리즘협회의 임원들._##]농업, 농촌 활성화를 위한 여러 실험 모델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좋은 사례를 발굴하여 확대하는 것이 대분이다. 그린투어리즘 또한 그러했다. 협회의 이사장인 나카노씨는 연구회가 만들어진 1990년 이전인 1988년부터 이미 통나무집 민박과 농가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그린투어리즘 개념의 사업을 하고 있었다.

협회의 사무국장이며 전 지방의원을 지낸 타케타 코우지씨는 “어떤 실패를 했을 때 자기의 잘못이라고 얘기할 수 있고, 주위 환경이나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 일본의 경우는 너무 자신의 잘못, 내부의 원인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반대로 너무 외부의 문제로만 돌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나름대로 농촌문제를 극복하려는 두 나라 농민들의 대응 방식을 분석했다.

[김달수의 그린투어리즘 – 일본편]

1. 일본 농촌의 상상력을 엿보다
2. 소라치 그린투어리즘의 발생지 ‘나가노 농원’
3. 논밭 사이, 농가레스토랑 ‘마마즈 키친’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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