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적은 길찾기, 지구 살리는 첫걸음이죠”

워낙 거대한 지구적 과제라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기 쉬운 기후위기 문제! 여기,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무슨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접어둔 채 행동으로 옮긴 이들이 있습니다. 지난 5월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 모인 20명의 ‘기후문제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이너(이하 기후소셜디자이너)’인데요, 이들은 왜 기후소셜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 먹었고 어떤 재미있는 일을 구상하고 있을까요? 두 달여간 열정적인 활동을 펼친 4명의 기후소셜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기후소셜디자이너 인터뷰(2)_어스로드 팀 박현지 님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재학 중인 기후소셜디자이너 박현지 님은 수업과제로 ‘탄소일기’를 작성해보곤 깜짝 놀랐다. 평소 어린 아기와 함께 이동하느라 승용차를 자주 이용한 덕분에, 그가 배출한 탄소량이 세계인의 평균 수준을 훌쩍 넘어섰던 것이다! 누구보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왔다고 자부하던 터라 충격이 컸고, “텀블러 100번 이용하는 것보다 승용차로 출퇴근 한번 안 하는 게 지구에 더 유익하다는 사실”에 고민이 깊어졌다. 지도앱에 탄소배출량을 표기하자는 아이디어는 그렇게 시작됐다.

Q. 이동경로와 탄소배출량을 연동한 아이디어가 참신하게 느껴집니다.
자동차와 한몸이던 지난날을 뼈져리게 반성한 결과입니다(웃음). 요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아이 때문에 아주 부득이한 경우에만, 매우 죄책감을 느끼며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어요.

소셜디자이너의 다이어리에 기록중인 이동거리에 따른 탄소배출량
Q. 본인의 탄소일기가 그렇게 충격적이었나요?
어마어마했죠.(웃음)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이용득 의원실에서 야생생물정책을 담당했어요.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어 환경대학원에 진학했고요. 탄소배출 문제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장이신 저희 대학원 윤순진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됐는데, 이대로 가면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 때문에 금세기 내에 무려 5도가 올라갈 거라는 IPCC 보고서를 인상 깊게 보았죠.

그런데 누구보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고 나름대로 실천도 열심히 하던 제가 그토록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살고 있다니 얼마나 충격이 컸겠어요. 저만 그렇진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기후소셜디자이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텀블러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보다 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는 분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Q. ‘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이동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시민들이 스스로 인식하도록 하는 거예요. 우리가 매일매일 날씨를 체크하면서 무슨 옷을 입을지 결정하듯이, 길찾기를 할 때 택시비가 얼마 들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해보듯이, 목적지까지 가는 데 탄소가 얼마나 발생할지를 따져보게 되는 거죠. 쓰레기 문제가 (환경오염과 기후위기 대응의) 시작점이라면, 그 이상의 무언가는 생활 속에서 직접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Q. 말씀하신 변화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구체적인 전략이나 방법이 궁금합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 등과 연계해서 지도앱에 탄소배출량을 표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길찾기 기능에 탄소배출량이 딱 뜨면 정말 좋겠지만,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을 테니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는 게 중요해요. 저희 팀(어스로드)이 이와 관련해 인식조사를 했는데, 하루 만에 100명을 돌파하고 200명 넘는 분들이 참여해주셨어요. 이렇게 저변을 확대해 나가면서 관련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시대적 요구에 동참하길 촉구하는 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후소셜디자이너 활동을 통해 변화의 폭죽을 쏘아올린 셈이죠.

▲ 기후문제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이너 어스로드 팀이 탄소 발자국을 주제로 논의하고 있다.
Q. 팀을 이뤄 기후소셜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처음 제안하신 아이디어가 좀 더 발전했나요?
최초에 제가 제안한 건 교통수단별로 탄소배출량을 표기하는 거였는데, 저희 팀원들이 여러 의견을 내주셔서 내비게이션에 배출량을 표기하고 배출량이 더 적은 경로를 제시해주는 쪽으로 발전했어요. 팀워크를 통해 아이디어가 훨씬 풍성해진 거죠. 희망제작소를 매개로 기업에 직접 제안을 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에요. 혼자라면 힘들었을 여러 가지 일들이 팀원들과 함께 기후소셜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가능해졌어요.

Q. 이처럼 열심히 활동하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제게 큰 동력이 되고 있어요.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간혹 지칠 때도 있었는데, 소셜디자이너 다이어리를 작성할 때는 오히려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공부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말 기후위기에 맞서 도움 되는 일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 거죠. 몸은 바빠졌지만 부담을 한 스푼 더 얹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쌓여있던 부담을 덜어내는 느낌으로 활동했어요.

Q. 기후소셜디자이너 활동이 갖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시민 프로젝트라는 점, 시민들의 기후행동을 시민들이 삶 속으로 이끄는 프로젝트라는 점이 의미 있다고 봐요. 저희가 엄청난 전문가 그룹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기후위기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지 시민 입장에서 더 잘 생각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 기후소셜디자이너로서 이후의 활동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 ‘어스로드’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동경로에 따른 탄소배출량 표기가 가능해진다면 큰 보람을 느낄 것 같고요, 그렇게 되도록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할 계획이에요. 만약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제가 이전에 해왔던 방식으로 기고를 한다든지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는 활동을 할 겁니다. 끝까지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나가는 게 환경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저의 책무라고 생각해요.

기후소셜디자이너 ‘어스로드’ 팀은…
‘어스로드(Earth Road)’ 팀은 이동경로를 선택할 때 시간과 거리가 아닌 탄소배출량이 기준이 되면 우리의 선택이 어떻게 바뀔까 하는 가정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습니다. 출퇴근길과 주요 거리(핫플레이스), 전국 관광지 등을 대상으로 이동수단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확인하고 기록해 절감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를 기초로 이동경로별 탄소배출량을 지도앱에 포함시킬 것을 국내 포털사에 제안할 계획입니다.

정리: 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