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희망제작소 ⑧] 시각장애인에게는 비밀번호가 없다?

KBS 희망제작소 공동기획, “희망제작소의 희망제안”.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난 주에는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이동권)을 방해하는 볼라드(자동차진입억제용말뚝)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시각장애인의 ‘금융생활권'(정보접근권)에 대한 희망제안이 방송되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현금 인출을, 혹은 신용카드 결제를 다른 누군가에게 부탁해야만 한다면 어떨까요? 과연 비밀번호를 알려주어도 될지 마음이 내내 불안하지 않을까요?
[##_1R|1048430409.jpg|width=”250″ height=”325″ alt=”?”|점자안내 없는 터치스크린식 ATM (ⓒ 한국일보)_##]그런데 이러한 불안이 일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은 돈을 찾고 보낼 때면 반드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합니다. ATM(금융자동화기기)기에 자막 안내도 음성 안내도 없기 때문입니다. 비밀번호를 ‘비밀’로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금융활동은 주요한 경제활동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비밀번호는 금융생활을 원활하고, 또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타인에게 비밀번호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면, 안전한 금융활동은 불가능합니다. 시스템이 시각장애인의 경제활동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이지요.

점자 안내를 만들고, 음성 안내를 지원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장애인도 불편없이 ATM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자동화기기 접근성 지침”을 만들고 이에 근거한 ATM기 표준안을 만들었습니다.
큰 글씨가 제공되고, 이어폰을 통해 음성안내가 나오고, 점자를 병기한 버튼식의 ATM기는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청력과 시력이 저하된 고령자도, 또 터치스크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도 편하게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눈을 가리고 ATM기를 써 보았다면, 휠체어를 타고 ATM기를 써 보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양의 ATM기를 만들 수 있었겠지요. 나와 다른 몸을 가진 사람, 그로부터 비롯되는 다른 경험. 그러한 다름과 차이들을 생각하는 연습들이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몇몇 은행에서 시각장애인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ATM기를 도입하여 곧 설치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모든 점포로 확대되기를, 그리고 이러한 ATM기가 국가 표준안으로 지정되어 보급되기를 기대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나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민원자동화기기 중의 일부도 어서 빨리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발급지로 가야만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선하자고 제안할 예정입니다. 금요일 오후 6시 50분, “희망제작소의 희망제안”을 주목해주세요.

시각장애인에게는 비밀번호가 없다” 다시 보기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