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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홍일표(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시거센터 방문연구원)

워싱턴 디씨 풀뿌리 역량강화 프로젝트(District of Columbia Grassroots Empowerment Project)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는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우범지역, 빈민가 밀집지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워싱턴은 크게 변하고 있다. “워싱턴은 공사중”이라 말해도 좋을 만큼, 거리 곳곳에는 크고 화려한 사무건물과 주거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도심 재개발은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주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그 이상의 고통과 손실을 가져다 주게 마련이다. 그동안 비교적 싼 가격으로 입주해 있던 건물들이 헐려 나가고, 학교나 공원 등 각종 공공시설들이 개발을 이유로 부동산 업자들에게 팔려 버려, 더 이상 거기에 머물 수도,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들의 문제해결을 지원하고 있는 풀뿌리 운동단체 가운데 한 곳이 <임파워 디씨>(Empower DC)이다.
”?”정식명칭은 <워싱턴 디씨 풀뿌리 역량강화 프로젝트>(District of Columbia Grassroots Empowerment Project, http://www.empowerdc.org/)이지만, 흔히 <임파워 디씨>라 불리는 이 조직은 지난 2004년에 창립되었다. 이들은 “디씨에 살고 있는 저소득 노동자들이 그들의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 스스로를 대변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임파워 디씨>는 워싱턴 동북부의 한 전철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흐름한 교회의 지하 공간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여기는 주변 시세에 비해 월세도 싸고, 공간도 넓은 편입니다. 저희는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문을 닫게 된 몇몇 단체들이 그냥 사라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힘을 합쳐 새롭게 만든 조직이기에 그들이 사용하던 자료들도 다 여기에 있습니다.” “임파워 디씨”를 지키는 두 명의 상근 활동가 가운데 한명인 린다 릭스(Linda Leaks)의 설명이다. 그녀와 다른 한명의 상근 활동가인 파리사 노루찌(Parisa Norouzi)는 단체 창립부터 함께 한 이들로, “임파워 디씨” 활동 이전부터 20년 이상 풀뿌리운동 현장을 지켜 온 베테랑들이다.
”?”“임파워 디씨”에는 이들 두 명의 상근 활동가와 8~16명 내외의 운영위원들이 있다. 운영위원들은 최소 한가지 이상의 단체 활동 및 캠페인에 적극 참여해야 하며, 한 달에 8시간 이상 단체를 위해 실제 기여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임파워 디씨>의 한 해 예산은 10만 달러 정도이며, 수입 내역 가운데 프로젝트 수행 형식의 재단 조성금 비중이 가장 크고, 나머지는 1년에 10달러를 내는 회원들의 회비와 개인기부, 바자회 등 모금행사를 통한 수익 등으로 구성된다. 지출의 대부분은 사무실 월세와 운용비용, 활동가 급여로 지출되고 있다. 워싱턴 안팎의 다른 단체들과의 연대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주택문제를 포함한 저소득, 빈곤 가정에 대한 연구를 벌이는 싱크탱크들과의 상호협력 또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임파워 디씨”는 현재 ‘적절한 주거 공간’의 확보(Affordable Housing), 저소득 부모들을 위한 탁아시설 및 프로그램 확대(Child Care for All Campaign), 학교, 공원 등 공공 자산을 사적 개발업체에게 팔아 넘기는 것을 저지(People’s Property Campaign), 저소득 계층 스스로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법과 자신감 제공(Empowerment Circles)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상근 활동가인 파리사는 자신들의 활동이 단순한 법률지원 서비스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저희들은 개별적인 법률구제활동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그런 요청을 하는 경우엔 다른 연락처를 알려 주죠. 저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춘 사람들을 도우려 하는 것입니다. ‘의지’는 있으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이들에게 용기와 기술을 주고자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공청회 출석에 대비하여 리허설을 함께 하기도 하고, 함께 집회를 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성과가 많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사람이 곧 성과”라고 답했다. 제도도 고쳤고, 워싱턴 공무원들의 태도와 정책결정과정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갖추게 된 사람들”이 늘어난 것 자체가 더욱 소중한 성과라는 것이다. “저희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에게 주위 분들을 설득해서 한두명만이라도 함께 시작하도록 요청합니다.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과정이 없으면 결국 저희에게 의존만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결코 변화하거나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임파워 디씨”와 함께 했던 사람들은 어느새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변화시키는 일꾼이 되어 있으며, 이제는 거꾸로 “임파워 디씨”를 돕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있다. 낡은 교회 지하 공간을 지키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이 그토록 밝았던 이유는 바로 “그들”이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미국이 말한다(AmericaSpeaks : Engaging Citizens in Governance)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의사 결정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케 함으로써 미국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아메리카스픽스>(AmericaSpeaks : Engaging Citizens in Governance, http://www.americaspeaks.org/)는, 지난 1995년 출범하였다. 이들은 정책결정자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의 연계를 제도화할 수 있는 민주적 심의(democratic deliberation)의 전국적 기반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아메리카스픽스>의 언론 담당자인 대릭 니콜라스(Darrik Nicholas)는 이 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로비조직이나 특정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집단이 결코 아닙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미국 세법 501(c)(3)조의 적용을 받고 있는 법적 이유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단체는 무엇보다 시민들 사이의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현재 <아메리카스픽스>는 개인들의 기부와 더불어 프로젝트별로 기업이나 재단들의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 재정구조이다. 워싱턴 디씨 한 가운데의 좋은 건물에 위치해 있는 ”아메리카스픽스“는 최근 같은 건물 내의 보다 넓은 공간으로 이사를 하는 등 재정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아메리카스픽스>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캐롤라인 루켄스마이어(Carolyn J. Jukenmeyer)를 포함하여 총 18명의 상근 스탭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워싱턴 저명인사들과 정치인, 기업인들로 구성된 이사회와 자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총 13만명 이상이 직접 참여하여 현안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21세기 타운 미팅’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미 전역 4만 5천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하였던 [미국민이 사회정책을 토론한다](Americans Discuss Social Security)(1998년, 1999년), 6년간 1만 3천명 이상이 참여한 [디씨의 시민 예산 책정](Citizen Budgeting in DC)(1999년~2004년), 파괴된 세계무역센터 주변을 어떻게 재개발할 것인가를 4,300명 뉴욕 시민들이 토론하였던 [그라운드 제로 재건축(Rebuilding Ground Zero)](2002년), 2만 1천명 북동부 오하이주 주민들이 참여하여 진행한 [북동부 오하이오주의 지역 재생](Regional Renewal in Northeast Ohio)(2005년), 그리고 4천여 뉴올리온즈 시민들이 참가하여 태풍 카트리나 재해복구 문제를 토론한 [뉴올리온즈 다시 세우기(Rebuilding New Orleans)](2006년, 2007년) 등 굵직굵직한 규모의 시민참여 프로그램들을 이끌어 왔다.

”?”대릭 니콜라스는 이런 대규모 행사는 크게 3단계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저희들이 개최하는 행사들은 크게 사전 준비, 행사 진행, 사후 정리 3단계로 구성됩니다. 작년 8월에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캘리포니아스픽스 : 건강보험에 관한 주 차원의 대화](CaliforniaSpeaks : A Statewide Conversation on health care)를 사례로 간단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참가자 모집은 해당 지역의 인구센서스 결과―성별, 연령, 인종, 소득, 거주지역 등―에 맞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들에겐 건강보험 문제를 정리한 자료(영어, 스페인어, 중국어)를 미리 나눠 줍니다. 행사는 보통 아침 8시부터 시작되어 하루 종일 또는 몇 시간씩 진행됩니다. 그래서 보통은 토요일에 행사를 하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행사 과정에는 훈련된 행사진행요원들이 토론과 참여를 돕고, 노트북이나 키패드(keypads) 등의 기술적 활용도 이루어집니다. 행사가 끝나는 당일 1차 보고서가 작성되고, 약 2주 후에 최종보고서가 제출됩니다. 이런 행사에는 주지사나 시장, 의원 등 정책결정자들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작년 행사에도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열심히 참석했었죠.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책결정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들이 참석하지 않는다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시민참여’는 그저 말만으로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참여의 기법개발과 참여시민의 역량강화를 위한 지난한 노력이 함께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결정자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시민참여의 의의를 무시하거나 형해화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스픽스>는 현재 ‘21세기 타운미팅’ 외에도, ‘온라인 토론’, ‘웹캐스트 미팅’, ‘지역공동체 토론’, ‘지도자 및 이해관계자 대화’, ‘무선 키패드 투표’ 등 다양한 시민참여의 기법들을 개발하고 교육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시민참여가 왜 중요한가” “참여민주주의, 심의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이론적 연구만을 수행하는 민주주의 실험실(Democracy Lab)을 별도로 설치?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활동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전국 각지의 크고 작은 단체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루고 있으며, 4,000명이 넘는 행사진행능력을 갖춘 자원봉사자들과의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시민참여를 통한 민주주의의 활성화”란 결국 “제도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람의 변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가 발행하는 <사회공헌과 시민사회> 제23호(2008년 봄호)에 게재된 필자의 원고이다. 원고의 사용을 허락해 준 연구소측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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